내가 무엇이든지 될 수 있다면 어떤 초월적인 존재가 되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특히 사람의 마음을 읽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요. 그런데 생각해 보니 그렇게 되면 내가 사는 게 너무 피곤해질 것 같아요. 영화 <브루스 올마이티>가 생각났어요. 거기에서 하나님이 된 브루스가 세상 모든 사람들의 소원을 하나하나 들어주다가 한 번에 엔터를 쳐서 들어주는 장면이 떠올랐어요. 그 결과는 난리난리 폭동이었거든요. 사람의 마음을 읽는다면 내가 더 괴롭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인간은 아름답고 소중한 존재이기도 하지만, 너무 악하기도 하니까요. 모든 것을 미리 알고 싶지만 몰라서 좋은 것들이 더 많은 것 같아요.
1. 돈 걱정 없이 글 쓰고 여행하는 작가
저는 글을 쓸 때 가장 솔직해져요. 그래도 내가 무엇이든지 될 수 있다면 돈 걱정 없이 글을 쓰며 여행을 다니고 싶어요. 저는 여행하면서 생각한 것을 글로 쓰는 것을 좋아해요. 여행 작가는 자기가 좋아하는 일로 먹고사는 거잖아요. 근데 또 좋아하는 취미가 업이 되고 일이 되면 안 좋아지기도 한 것 같고요. 그래도 한 번쯤은 꼭 여행 에세이를 내고 싶어요. 여행이란 건 삶을 풍성하게 해 주잖아요. 일상에서 벗어나서 새로워지고 싶을 때 여행이 최고라고 생각해요. 그렇다고 여행은 맨날 갈 수는 없는 거잖아요. 그래서 조용한 카페 가는 것을 좋아해요.
2. 숲 속의 오두막 서점
제가 숲 냄새를 좋아하잖아요. 숲 속의 피톤치드가 가득한 나무로 만든 서점의 사장님이 되고 싶어요. 핀터레스트에서 볼 수 있는 느낌으로 책을 가득 쌓아두고 옛날 중고서점 같은데 아닌 아늑한 그런 분위기에 주황색 조명도 달고요. 책방 구석구석에 예쁜 액자도 달고, 편안한 소파의자도 둘 거고요. 머리와 마음을 맑게 하는 힐링음악을 틀어놓을 거예요. 저는 잔잔한 피아노 연주나 가야금 연주에 물소리가 나는 ASMR을 좋아하는데요. 누구든지 들어오면 포근하고 쉴 수 있는 그런 책방을 만들고 싶어요.
3. 힐링 하숙집 주인이자 선생님
예전부터 꿈꿔온 것인데요. 한국 드라마 중에 <논스톱>이라는 캠퍼스 드라마가 있어요. 저는 이 드라마를 보면서 캠퍼스의 낭만을 꿈꿨어요. 기숙사 로비 소파에 앉아 청춘들이 둘러앉아 사는 이야기를 하는데 그땐 그 언니오빠들의 모습이 너무나 좋아 보였어요. 인간과 사랑과 시와 사회에 대해서 함께 이야기하고 사는 얘기, 아픈 얘기 이런저런 얘기를 다 하지만 서로 이야기 나누는 내용은 밖으로 나가지 않을 수 있도록 상호신뢰의 관계가 있는 것이요. 현실은 전혀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고 서는 얼마나 상심이 크던지요!
한국의 <여자 셋 남자 셋>, 미국의 <프렌즈>와 같은 분위기에 <응답하라 1994>의 나정이네 하숙집과 같은 거요. 물론 저는 요리를 못해서 하숙생들에게 요리는 못해줘요.
그리고 지친 아이들에게 좋은 선생님이 되어주고 싶어요. 대안학교 선생님이라고 적었다가 힐링 선생님이랑 같은 맥락으로 볼 수도 있을 거 같아서 여기에 넣었어요. 그냥 힘들 때 생각나는 어른 한 명쯤 있으면 좋잖아요. 제가 별거 없지만 이야기는 잘 들어줄 수 있을 거 같아요. 그래서 저는 부자가 되고 싶어요 ㅋㅋㅋㅋ 밥 사주려면요.
4. 파일럿
이건 여행을 좋아해서 넣었어요. 저는 새가 부러울 때가 많았어요. 어디든 자유롭게 날아다니잖아요. 어디든 갈 수가 있잖아요. 제가 비행기를 잘 운전할지는 모르겠어서 파일럿 옆에 태워주신다면 좋겠네요.
5. 노래를 잘하는 배우
한 번쯤 배우가 되고 싶어요. 나의 것을 온전히 쏟아낼 수 있는 배우요. 제가 이야기를 좋아하고 표현하는 것을 좋아하는 이유는 새로운 것이 되었을 때 느낄 수 있는 삶의 지혜 같은 게 있어서요. 배우라는 건 다시 말하면 공감이잖아요. 그 캐릭터에 공감을 해야 연기를 할 수 있는 거니까요. 그래서 배우가 되고 싶고요.
음악만큼 인간의 감정을 잘 이해할 수 있는 것이 있을까 싶어요. 저는 노래를 할 때 복부랑 가슴에서 쏟아져 나오는 것 같은 느낌이 너무 좋아요. 그런데 소리를 내는 방법을 잘 몰라서 생소리를 내긴 하지만 ㅋㅋㅋ 노래를 배우고 싶어요. 마음을 토해내는 노래를 부르고 싶어요. 그리고 노래를 통해서 그 노래가 필요한 사람에게 위로를 주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