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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몬숲 Jul 31. 2024

Before Series

비포 선라이즈, 비포 선셋, 비포 미드나잇


하루에 몇 번이나 계속 틀어 놓는지, 나의 마음을 홀딱 가져가버린 비포 시리즈다. 

너무 좋아해서 대본을 구매했다. 아예 모든 대사를 외우고 싶다. 


비포 선라이즈(1996) 20대에 기차에서 만나서 

비포 선셋(2004) 9년 후에 다시 만나서

비포 미드나잇(2013) 결혼해서 아이 낳고 사는 이야기인데 

I want to Before more! 


프랑스 여자 셀린과 미국 남자 제시의 인생 18년의 시간을 담은 너무나 짧은 영화이다.

이 영화를 좋아하는 이유는 이들이 서로의 생각을 나누는 대화의 잔잔함 때문이다. 


대화가 즐거운 것은 상대와 나의 존재가 개별적으로 있으면서도

서로의 가치를 공유하는 것에 있다. 

이들의 대화를 보면 나는 영어를 더 열심히 공부하고 싶어 진다.

영어를 잘하면 얼마나 많은 사람들과 좋은 대화들을 할 수 있을지 기대가 된다. 


다양한 배경을 가진 사람들과 그들의 생각이 어떤지를 묻고 대답하며

가치관을 공유한다는 것이 너무나 좋다. 

한국어로만 이야기해도 서로 소통하는 것 같지 않을 때가 많다.

소통은 각자의 생각이 다름을 인정하고 굳이 상대방의 생각을 고치려고 하지 않을 때 되는 것 아닐까? 


밤새도록 이어지는 둘의 대화는 현실적이고 철학적이고 꿈같다. 

풋풋하고 애틋하고 자주 싸우지만 사랑한다. 

이들의 솔직하고 자유로움이 좋다. 


비포 시리즈를 다시 볼 때 어차피 결국은 헤어질 것인데 라는 생각에 집중이 잘 안 됐다. 

나이를 먹은 것인지, 트라우마 때문인지, 현실적인 생각을 하게 된 것인지

그 사이사이 어디쯤인 것 같다. 


사람이 만난다는 게 뭘까?


사는 이야기를 하면서 서로를 털어놓고 있는 그대로 수용받는 경험을 할 수 있는 사람을 만난다는 건

인간이 누릴 수 있는  큰 행복이다. 

옛 말에 진인사대천명이라는 말이 이럴 때 쓸 수 있는 걸까?

이들은 상실을 통해 서로를 더욱 그리워하고 사랑하게 된 것 일수도 있다.


처음에는 셀린에게 두 번씩 져주는 제시에게 반했고,

제시의 꺼벙하고 찌질함에 또 반했고,

지금은 그냥 이 둘의 모든 것이 좋다.

영화에서 향기가 나는 것 같다. 


인간은 경험하지 않은 것에서 꿈을 꾼다.

누구나 꿈꿔왔을 인생의 영화 같은 장면들은 비현실이라 아름답다. 

그러나 비현실도 언젠가 현실에서 일어날 수 있을 거란 기대가 있기에

이 영화를 사랑하는 걸까?


좋은 사람을 만날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가 멍청하게 느껴지다가도

내 인생에서 적어도 한 명쯤은 나의 모든 것을 다 털어놓아도 괜찮을 사람을 만나고 싶다.


여행이 좋은 것은 낯선 곳에서 느껴지는 그 날 것 자체가 사랑스러워서다.

낯설어서 흥미로운 것이 얼마나 많은가! 


호기심 딱지인 나에게 인생이란 여전히 어렵지만, 흥미로운 것을 찾아가는 과정인 것 같다.

그 과정에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지만, 나의 생각을 귀하게 여기는 내가 있다는 게 얼마나 큰 행운인가? 


지루해서 떠난 여행지도 결국은 매일의 일상이 된다.

갈 곳이 있고, 돌아올 곳이 있다는 게 감사하다. 


지금이 여행 중이라면, 모든 것은 다 지나갈 것이다. 

좀 더 세상을 가볍고 즐겁게 사는 방법을 찾아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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