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나는 왜 태어나서 이 고통을 겪는 것인가

거울에 비친 나의 눈동자

by 레몬숲

도대체 나는 왜 태어나서 이 고통을 겪는 것인가

결국 무릎을 꿇고 빌었다.


제발 사람 사는 것처럼 살고 싶다고.

정신병자가 되는 것 같다고.

내가 이렇게 싹싹 빌게 제발 그러지 말아 줘.라고.


내가 감정 스위치를 내리고 그에게 아무런 감정이나 생각을 느끼지 못하면 그는 나의 정신적 에너지에 기생할 수 없었기에 다시 발작했다. 논리성이 떨어지고 앞뒤가 안 맞는 말들. 이러면 어떻고 저러면 어때? 그것도 너의 논리야 라고 나의 생각을 조종하려는 시도들. 자신에게는 한없이 관대한 이기주의자. 멍청한 애정결핍에게 속았다는 자괴감이 나를 정말 미치게 했다.




"쇼하냐, 나는 마음이 돌아서면 다시 돌아오기 힘들어."

(니 까짓게 뭔데. 더러운 그 마음 필요 없어. )


나는 더는 이렇게 살고 싶지가 않았다. 그의 막말과 폭언, 화내는 목소리를 듣는 것, 그가 언제 화를 낼까 조마조마한 마음, 때리려고 올리는 손바닥을 보는 것, 내가 아끼는 화분이 깨지는 것, 밥을 먹다가 구토를 하러 가야 하는 것, 일주일에 한 번씩 듣는 이혼 요구, 다음 날 아무렇지도 않게 하는 행동.


나는 이 패턴을 끊고 싶었다.


그가 좋아했던 민트색 잠옷 바지를 쓰레기통에 넣었다가 다시 빼내었다. 그의 냄새가 여전히 남아있는 옷이었다. 옷에서 나는 그의 냄새를 맡고 다시 버렸다. 비참함과 그리움이 함께 느껴졌다. 우리는 왜 이렇게 되었나. 그렇게 떨어져 있기 싫어 결혼을 했는데 그때의 그 감정들은 다 무엇이었을까. 난 왜 그를 도와줄 수 있다고 생각했을까.


내 소중한 마음은 이렇게 짓밟혀도 되는 건가.

나의 인생에 소중한 결혼... 나의 결혼.... 나의 가정... 나의 삶...... 나의 시간.. 나의 몸...





정신과 상담은 나에게 거부감만 주었다. 의사는 내가 어떤 사람인지에 대한 관심보다는 타이핑에 관심이 많아 보였다. 눈을 마주치고 상담하는 것이 아니라 컴퓨터 모니터 화면을 쳐다보고 내 말을 받아 썼다. 그래서 정신과를 끊고 수면센터에 다녔다. 수면센터에서 처방하는 약들에 우울증과 신경안정제가 있다. 잠을 거의 못 자서 (눈을 감고 누워있어도 잠이 안 왔다. ) 계속 머리가 너무 아픈 상태였다.


스스로 목숨을 끊기 위해 여러 번 시도하였으나 그때마다 옆에 있는 사람한테 약봉지를 걸려서 자살 미수에 그치었다. 당시에는 정말 자살사고를 내내 했던 것 같다. 차들이 지나가면 지금 뛰어들면 죽을까 다치기만 할까 생각하고, 상담소에 가야 하는 날 씻으러 욕실에 들어가면 샤워호스로 어떻게 죽을까 생각하고, 창문에 달려있는 커튼이나 천장을 볼 때에는 어떻게 죽을까 생각하고 먹지 말라는 독극물들을 어떻게 조합해서 죽을까 생각했지만 아프게 죽을 용기는 없었다.


병원도 다니고, 상담소도 다니지만 지금 이대로 죽어도 아무런 상관이 없는 상태. 스스로 죽을 용기가 없으니 그냥 누가 나 대신에 나를 죽여줬으면 하는 상태. 그렇지만 아프게 죽고 싶지는 않은 그런 거였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진짜 죽으려고 약봉지를 손에 들고 있으면 손이 바들바들 떨렸던 것이 기억이 난다.


진짜 스스로 목숨을 끊어 죽고 싶은 사람이 있을까...





상담소를 다니면서 어느 순간부터 나는 내가 왜 그런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는지 나에 대해 조금씩 이해하기 시작했다. 그는 내가 상담소를 다니는 것을 정말 싫어했지만, 나는 그에게 경제적으로 전혀 의지 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가 출근하면 상담소에 갔다.


나는 우울증에 걸리고 나서 집에 있는 거울들을 치웠었다. 내 꼴을 보고 싶지 않아서다. 그런데 '나르시시스트'에 대한 지식을 알게 되고 그들의 패턴에 대해 공부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 행동이 내가 겪고 있는 것이랑 같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날은 왜인지 거울에 비친 나의 눈동자를 보고 싶었다. 결혼하고 3개월 만이었다.


내가 우울증을 벗어나기 위해서 했던 것은 낮에 카페를 가는 것이었다. 매주 금요일에 상담을 받았었다. 그날은 상담을 받고 마음이 편안해져서 카페에 가는 길이었다. 그에게도 이 편안한 마음이 있었으면 했다. 기쁜 마음으로 전화를 했고 상담을 가보는 게 어떻겠냐고 했다. 오늘 나의 감정에 대해서 많은 것을 깨달았다고. 오빠도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그랬더니 그는 갑자기 소리를 질렀다. 발작버튼이 눌렸다.


"너는! 왜 바가지를 긁냐?"


"바가지라고? 오빠 나는 오빠 마음이 편해지길 바랐을 뿐이야. 바가지 긁는다는 말이 무슨 뜻인지나 알아? 내가 귀신이야?"


그는 "지금 누가 오고 있어!"라고 말하면서 전화를 끊어버렸다.


그는 할 말이 없으면 이렇게 전화를 끊어버리고는 지가 원할 때 아무렇지도 않게 다시 전화한다. 내가 받을 때까지. 나의 감정이 어떤지는 전혀 상관하지 않은 채.


나는 그에게 바가지를 긁다의 의미를 보내주고 카톡 했다.




전화 다시 안 해도 돼


왜? 나 지금 또 답답하고 불안해. 오늘 예배 인도하러 가야 하는데 정말 힘들다.


오빠는 도움이 필요 없다고 하면서 문제가 많잖아.


상담이 필요 없다는 말이야. 아니 그리고 나도 우리가 돈 좀 있으면 상담받으러 가도 괜찮아. 근데 지금 우리 형편이 그렇지를 못하잖아


그러면 오빠 번 돈 나 돈 주지 말고 오빠 상담받을 때 써


그러면 일단은 그냥 생활하다가 네가 취업해서 돈 벌면 그때 상담받을게

(이 뻔한 수법..... 지금 당장 눈 가리고 아웅 하다가 상황 되면 딴소리를 해대는 것. 결국 또 남 탓 인거지. 네가 상담을 안 받는 건 내가 취업을 안 해서라는 거지. )


오빠.. 지금도 우리 솔직히 오빠 외벌이로만 생활 못해. 오빠는 내가 취업 안 해서 돈 안 번다고 하지만 나라에서 돈 나오고 있고, 내가 모아둔 돈 꺼내서 쓰고 있어.

(너는 늘 네가 혼자 외벌이로 벌어서 힘들다는 핑계를 대지. 네가 다니는 교회나, 네가 다니는 회사에서 너에게 불리한 상황이 되면 늘 내 탓을 해왔잖아. 네가 지각하는 것은 내가 우울한 탓, 네가 다른 일을 알아보는 것은 내가 취업을 안 한다는 탓. 그런데 나는 일을 안 해도 돈을 벌고 있었지. 네가 자존심 상할까 봐 말하지 않았던 거였어. 사회복지사? 파트전도사? 돈을 얼마나 벌겠니.)


우리 집에 낼 거 내고 외식만 줄여도 생활할 수 있어

(시댁의 집 대출금을 형제들이 나눠서 내고 있었음. 근데 왜 우리 엄마아빠에게는 용돈 안 드렸니. 다시 생각해 보니까 화나네.)


솔직히 우리 외식 그렇게 많이 안 해... 싸우느라 밖에 나갈 틈도 없잖아.


우리 서로 잘할 수 있는 거로 치료받으면 되잖아. 왜 꼭 오빠를 상담받게만 하려는 거야.


오빠는 나를 상처 줄 때는 자기가 우울하고 힘들어서 그렇다고 말해. 그래서 우울하고 힘들지 않게 도움을 받으라고 하면 싫다고 해. 나에게 상처 주지 않으면서 말할 수 있잖아. 근데 말하는 방법을 모르잖아 오빠가. 어떻게 해야 할 줄을 모르잖아.


나는 약이 필요한 거지 그러면. 아니 바가지 긁는다는 게 좋은 말은 아니지만 이게 그렇게 심한 말도 아니잖아.


그러면 그 말을 해서 돼? 우리 엄마한테 물어볼게.

(나르시시스트는 자기보다 높은 사람을 무서워한다는 지식을 갖고 일부러 엄마한테 물어본다고 말하였다. )


물어봐. 그리고 안 좋은 거니까 안 한다고 그러면. 그리고 바가지 긁는다는 말은 심했지만 네가 오빠 일하는데 힘들게 할 때 굉장히 많았잖아.


또 시작이네


물론 오빠도 너를 힘들게 할 때가 많았고 그러니까 오빠가 미안하다고 말했고, 앞으로는 안 할 테니까 그냥 넘어가면 안 돼?

(네가 언제 나한테 미안하다고 말했냐라고 하고 싶었지만 이런 전형적인 패턴이 나오니 더 마음이 차분해졌다.)


그냥 넘어가라니까?


이해해 주는 거야?


아니 기분 나빠


그럼 내가 어떻게 해야 돼?


그냥 할 거 해

(라고 말하면서 남자가 우울증에 걸렸을 때 어떤 상태인지에 대해 정리해 준 것을 보내줬다. 그가 이 링크에서 도움을 받기를 바랐다.)


3가지는 맞는 것 같아. 그리고 레몬숲아 전화를 거부하면 오빠도 어렵게 전화하는 건데 하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게 돼. 그러니까 이 부분은 잘 말해줘


오빠 정말 이기적이다. 오빠가 불안해서 나에게 전화하는 거잖아. 나를 걱정해서 전화한다고 한다면서. 전화해서는 말을 막 하잖아


레몬숲아 근데 오빠가 불안해서 전화 안 해도 항상 전화하잖아


내가 전화 안 해도 괜찮다고 말했잖아. 근데 오빠가 계속 전화하잖아. 그러면 좋게 말을 해야 되잖아


그거는 전화 돌리고 나서 카톡 보낸 거잖아


통화할 때 말했잖아. 누가 온다고 해서 이따가 전화한다고 해서 전화 안 해도 된다고 했잖아.


알겠어 화 풀어


오빠 나 정말 이러면 너무 아파


레몬숲아 오빠가 잘못했어. 그런데 지금은 과정이잖아. 앞으로 또 이런 일 있으리란 법도 없고, 그러면서 고쳐나가는 거고 그냥 유연하게 좀 대처했으면 좋겠어.

(네가 바라는 대로 해야 유연한 거겠지.)


오빠야 말로 상대방을 배려했으면 좋겠다.


오빠가 실수할 때도 있지. 근데 너도 실수할 때도 있잖아.


같은 실수를 계속하는 것은 고의야. 그 말이 안 좋은 말인 줄 알면서도 했잖아. 내가 말 때문에 힘들어하는 거 알면서도 그 의미가 안 좋은 말인 줄 알면서도 하잖아.


레몬숲아 워룸 영화에서 여자 주인공이 어떻게 하니? 너는 자꾸 오빠를 바꾸려고 하잖아


남자 주인공은 어떻게 하니? 난 오빠를 바꾸려 한 적 없어. 내 탓 좀 그만해.


지금 이러는 게 바꾸려고 하는 거야


그러면 나는 계속 폭력을 당하면서 살라는 거야?


바가지를 긁는다고 말한 게 폭력이야?


다른 말을 했더라도 오빠가 그 말을 했을 때 바가지 긁는다고 말한다고 한 마음으로 말하면 폭력이야. 상대방이 아파하는 줄 알면서도 생각나는 대로 내뱉는 거. 말로 듣는 게 몸을 맞는 것처럼 아파. 정말 온몸이 아파.


바가지 긁는다는 말로 네가 아파할 거라고 생각 못했어. 그리고 바가지 긁는다는 게 폭력이라고 말하면 도대체 무슨 말을 해?


바가지 긁는다는 게 폭력이라고 말하는 게 아니라 하...... 아닌 줄 알면서 했잖아. 나는 그걸 말하는 거야. 아닌 줄 알면서도 하는 거


아니라고. 나는 네가 바가지 긁는다는 소리 때문에 아파할 거라고 생각도 못했다고. 왜 이런 말 때문에 도대체 아프다는 거야? 좀 짜증은 나겠지 화도 나고


제발 저 좀.. 살려주세요. 저 좀 살고 싶어요.


전화해 봐


일해 제발 전화 좀 그만해. 나중에 나 때문에 일 못했다고 내 탓하지 말고 일하라고...


야 지금 이런데 일이 되냐?


제발 부탁이야 내 탓하지 말고 일을 해... 나 진짜 암 걸릴 거 같아. 전화하지 마


나 너 앞으로 너한테 전화 안 해


이렇게 감정적으로 하는 사람 나 싫어. 싫은 행동을 안 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했잖아. 오빠가 나를 풀어주려고 하는 것도 오빠 편하자고 그러는 거잖아. 오빠 나는 행복하고 싶어. 그니까 오빠 일하라고


오빠 일하잖아. 그러면 오늘 사역하러 나가면 조금 배려해 주면 안 돼? 마음 편하게 일도 하고 사역도 할 수 있게 그렇게 해주면 안 돼?


마음이 왜 불편한데? 하고 싶은 말을 다하면서?


정말 서운하고 힘든 거는 나중에 저녁에 들어가서 말하면 되잖아. 지금 만큼은 그냥 나한테 좀 맞춰주면 안 돼?


오빠 나는 쓰레기통이 아니라고 했잖아. 나는 봉제인형이 아니야. 내가 지금 오빠 때문에 기분이 나빠서 지금은 오빠랑 통화하고 싶지가 않다고 하잖아. 그리고 전화를 먼저 끊은 것은 오빠잖아. 지금 통화하면 오빠는 또 나한테 소리 지를 거고 내 탓할 거잖아. 그리고 나중에 저녁에 들어가서 말하라고? 말하면 오빠가 다음날 내가 오빠를 피곤하게 해서 일 못했다고 말을 하잖아. 나도 감정이 있는 사람이야 기분이 나쁠 수가 있다고


정말 아....


근데 내가 그 기분을 오빠한테 풀어달라는 게 아니고 계속 전화하면 싸우기만 하니까 전화하지 말자고 하는 거잖아. 괜찮은 척하라는 거야? 안 괜찮은데 괜찮은척해서라도 기분 맞춰주기 바라는 거야?


그냥 오늘 하루만이라도 그렇게 해줘. 그리고 저녁에 들어가서 말해. 나 그때 이러이러했다


제발 앞뒤가 맞는 말을 해


제발 무슨 앞뒤가 틀린데?


언제는 말을 안 해서 네가 그런 거다. 그리고 지금은 말을 하지 말라하고 저녁에 말하면 또 시작이네. 나 일하고 사역하고 와서 힘들다. 이러잖아


좀 마음 편하게 할 수 있게 도와달라고


그니까 마음 편히 하라고


아니 지금 너랑 이러고 있는데 어떻게 마음이 편해?


나랑 왜 이렇게 됐는데?


내가 실수할 수 있잖아 내가 바가지 긁는다는 그 말 때문에 그런 거잖아. 나는 이 말이 너한테 폭력으로 될 거라고 상상도 못 했다고 정말 우리는 좋은 게 며칠을 못 가냐 맨날 이런 식이야


오빠 내가 그 말하기 전부터 계속 오빠한테 목소리 높아지면 통화하기 싫다고 했지? 오빠가 목소리 커지기 시작하면서부터 내가 계속 힘들어했잖아. 나는 오빠가 마음이 편해지길 바라서 말한 거라 했잖아. 근데 오빠가 나한테 바가지 긁다고 했잖아. 그니까 내가 뭔 말을 못 하겠다고. 전화통화하면 또 싸우니까 싸우고 싶지 않아서 전화통화를 안 하려고 하는 건데 오빠는 왜 자꾸 마음을 편하게 해 달래. 오빠는 왜 자꾸 아무렇지 않은 척 덮으려고 해.


덮으려고 하는 게 아니라 나중에 들어가서 말하면 되잖아


그니까... 나중에 말하자니까


지금 이렇게 대화가 끝나면 또 너는 우울해서 생각 많아지고 약 먹고 자고 울고 일어나서 또 울고 이게 반복이잖아. 무서워 이제는 약물 부작용으로 환상도 보니까 정말 무섭다고


어제는 내가 수면제 부작용으로 환각 환시를 보았다. 그는 이런 내가 무섭다고 했다. 내가 그를 배우자로 선택한 결정적인 이유는 나의 영적인 괴로움을 이해하는 것 때문이었는데, 막상 환시를 보고 나니 나를 무서워하는 그를 보면서 내 마음에 어떤 인장 같은 게 찍히는 것 같았다. 아 정말 그렇구나.


그게 무서우면 말을 조심해야지. 하고 싶은 대로 다 말하면 어떻게 해


하고 싶은 대로가 아니라 네가 보여준 모습이야


지금 내가 안 괜찮은 거를 풀려고 하는 것도 나를 걱정해서 그러는 게 아니라 오빠 자신이 무서워서 그런 거잖아. 내 걱정을 하면 내가 기분이 상한 것을 놔둘 수도 있어야지.


그럼 나 자신이 무서워서 이렇게 하는 거를 이해해 주면 안 돼?


알겠다니까 왜 괜찮은 척을 하라고 해. 대체 어디까지 이해를 해주길 바라는 거야 나도 내 감정이 있는 사람인데 오빠의 두려움까지 내가 파악하고 대하라는 거잖아.


너도 힘들면 너 감정에 우울해 있고 그러는데 언제 나를 이해해 줬는데?


내가 우울한데 어떻게 오빠를 이해해.. 제발 생각이라는 것을 해봐. 우울에 빠지면 나 자신도 싫어지는데


너는 우울에서 빠져나와야 그제야 내가 보여. 그리고 그때부터 생각해 주고 챙겨주고


내가 하나님도 아니고... 우울에 빠지면 나 자신도 잃어버린다니까? 그 상태에서 어떻게 오빠를 보냐고. 우울에서 빠져나와야 오빠를 챙기지. 당연한 소리를 해.


알았어 널 내버려 둘게 내가 불안하고 무섭다고 내 식대로 안 하고 내버려 둘게.


제발 나 좀 살려줘.


나도 좀 살려줘 제발 제발 제발. 나도 정말 푹 쉬고 싶은데 제발 마음이라도 좀 쉬게 해 줘 부탁할게 제발.




"그러면 좀 떨어져 있자."


길게는 일주일에 한 번, 짧게는 3일에 한 번 그가 나에게 이혼을 하자고 할 때마다 나는 그에게 비굴했다.

그러나 처음으로 떨어져 있자고 내뱉었다. 결국 나를 살리는 건 나다. 폭력의 상황 속에서 나올 수 있는 것도 그 선택을 할 수 있는 힘과 능력을 가진 것은 나이다.



월요일 아빠 생신은 못 가지?


못 간다고 해. 그냥 너 혼자 갔다 와


그래 오빠 못 온다 할게


얼마나 있을 거야?


모르지. 정하고 가면 좋겠는데 나는 오빠가 없어도 괜찮아질까 봐 좀 걱정된다


나는 정말 oo가 오빠가 일할 때에만 힘들겠지만 좀 맞춰줬으면 oo가 힘들 때 오빠도 oo를 잘 맞춰줄 수 있을 텐데 우리는 그게 안돼


오빠.. 누군가가 나를 때려서 내가 아파하고 있으면 오빠는 어떻게 할거 같아? 그 사람이 힘든 상황이라 여유가 없어서 나를 때리게 됐대. 근데 미안하대. 그러면 오빠는 그 사람을 보면서 어떤 생각이 들어? 근데 그게 반복돼. 그러면 오빠는 어떤 마음이 들 거 같아?


누군가 너를 때려서 네가 아파하고 있으면 너를 위로해 주고 그리고 그 때린 사람한테 왜 그러냐고 하겠지 그리고 폭력 자체는 어떤 상황도 정당화되는 건 아니야 그런데 한 번쯤은 그 사람이 왜 폭력을 했는지를 살펴볼 필요도 있는 거야 어느 한쪽에서만 생각하지 말고 양쪽을 다 봐야지 결과에는 항상 어떤 원인이 있는 거잖아. 네가 우울한 것도 오빠 때문에 그런 것처럼 오빠가 우울한 것도 너 때문에 그런 것처럼. 그러면 서로 합의점을 찾아야지. 서로 우울함 때문에 상처 주지 않기 위해서 해야 할 것들이 무엇인지 나눠보고, 그래도 최소한 이거 한 가지만은 하지 않도록 서로 약속도 해보고 그러다가 약속을 지키지 못했으면 왜 그랬는지 살펴보면서 이 과정이 힘들겠지만 이러면서 점차점차 서로 안정이 되는 거 아니야?


오빠. 어렸을 때 그런 폭력 속에서도 살아남아 있으니 참 다행이다. 그런데 오빠가 폭력 속에서 막막하고 죽고 싶고 괴로웠던 것처럼 나도 그런 감정을 느낄 수도 있다는 것을 알아줬으면 해. 난 오빠가 어렸을 때의 그 정서에 머물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서로 최소한 이것만은 하지 말자고 한 것들을 하고 그래서 내가 괴로워하고 있는 거잖아. 어떤 폭력도 정당화될 수 없다고 했지? 근데 지금 정당화를 하고 있잖아.


레몬숲아 폭력이 정당화가 아니라 바가지 긁는다는 말이 너한테 언어폭력이라고 상상도 못 한 거야 이거는. 몰랐기 때문에 오빠도 너한테 미안하다고 한 거고, oo아 나도 이러면 안 되는데 너의 감정에 나의 감정이 좌우되. 네가 힘들어하면 나도 힘들고, 네가 짜증 나면 나도 짜증 나. 근데 네가 우울하면 나는 그게 분노로 나타나는 것 같고 나도 오늘 네가 새벽에 수면제 때문에 환시 보는 게 나한테 충격이었던 것 같아. 나는 너한테 잘하고, 열심히 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환시까지 간 것 보고서 내색은 안 했는데 좀 심각했어. 그래서 네가 약물을 자주 안 먹었으면 했는데 신경안정제하고 멜라토닌만 먹어야겠다는 그 말에 또 어떤 부작용들이 일어날지가 두려웠던 거 같아


나는 오빠가 그게 나에게 폭력이 될 거라고 생각하고 말한 건 아니라고 생각해. 그런데 몰랐다가 알게 되었으면 진심으로 미안하다는 말을 하고 앞으로 말을 조심하기 위해 어떻게 어떻게 하겠다. 고치겠다는 의지를 보여야 하는데 오빠는 지금 나한테 너무 억울해하는 게 큰 거 같아. 내가 너한테 미안하다고 하는데 네가 안 받아주냐? 왜 안 받아주냐? 야 안 받냐? 이런.... 사과도 억압적이고 통제하려고 하잖아. 오빠가 정말 미안했으면 내가 나중에 전화하자고 했을 때 그렇게 하지 않았을까? 오빠는 오빠를 위로하려고 나에게 잘하려고 하는 거 같아. 나한테 미안하다고 했는데 오빠 성에 안 차게 내가 반응을 하니까 그게 화가 난 거잖아. 그거는 나를 통해서 오빠의 결핍을 채우려고 하는 거잖아. 근데 나는 그렇게 해줄 수가 없어. 그니까 결국엔 또 오빠의 두려움 때문에 나를 달달 볶는 거잖아. 나는 내가 알아서 잘 조절해서 먹고 있는데


알았어 내가 잘못한 부분이 있으니까 앞으로는 나도 기다릴게

오빠가 일부러 그렇게 나를 상처 주려고 한건 아니라고 생각해. 그렇지만 상처를 줬고 나는 마음이 풀리려면 시간이 필요해. 오빠가 불안하다고 해서 달달 볶지 않았으면 좋겠어. 원하는 것을 손에 넣지 않아서 화내는 어린아이 같아


어린아이가 아니라 배려를 받고 싶은 거였어. 오빠 사역할 때만큼은 마음을 좀 편하게 해줬으면 하는 배려

그니까 그 배려가 아기 같다고. 사역 때문에 모든 것을 정당화할 수 있으면. 그게 극우집회랑 뭐가 달라. 나를 통해서 보상받으려고 하지 않으면 좋겠어.


이제 그만하자 레몬숲아 이제 그만하자고

정말 그만하고 싶다

(하... 정말.... 모든 게 질려버렸다.)


뭘 그만하고 싶은 건데


모든 것


모든 것이 뭔데


일해~


오빠 둥지(누나가 사둔 빈집을 둥지라고 부름)에서 1-2주 동안 있을게. 아 진짜 너무 답답하다. 그리고 슬프다 정말........


그래 잘 쉬다와.

(나는 정말 이상하게 마음이 덤덤해졌다. 그냥 느낌이 온 것 같다. 아...... 정말 맞는 거였나. )




거울에 비친 나의 눈동자가 보고 싶어진 날. 그 사이 엄마께 전화가 왔다. 다음 주 월요일이 아빠 생신이라 몇 시에 올건지 여쭤보셨다. 엄마는 나에게 전화를 하실 때마다 "왜 자꾸 싸우냐"라고 혼내셨는데 이날은 엄마의 목소리가 좀 많이 차분했다.


어 엄마


너네 또 싸웠니?


응 또 그렇게 됐어. 이번 생신 때 오빠는 못 올 거 같아


그래? 그럼 너는? 너는 올 거지?


응 나는 가야지


그래 너는 와. 우리 맛있는 거 먹자


응 그럴게


아 근데 너 주말에 뭐 약속 있어?


아니 없는데 왜?


그러면 그냥 주말에 와. 일정 없으면 주말부터 있어도 괜찮잖아. 내일 저녁에 와.


그래? 그러지 뭐


근데 너 주말에 없다고 xx가 뭐라고 하는 거 아니지?


응 오빠 집에 없어


아 그래? 알겠어. 그럼 우리는 내일 보는 거다?


응 내일 갈게




엄마와 통화를 하고 그에게 다시 카톡을 했다.


엄마한테 말씀드렸어~ 아빠 생신 때 오빠 못 올 거 같다고 그니까 푹 쉬고 와~~


뭐라고 하고 못 간다 했어?


엄마가 잘 지내냐고 해서 좀 싸웠다고 했어. 아빠 생신에도 못 올 거 같다고. 떨어져서 지내기로 했다고 했어

너는 갈 거지?


나는 갈 거야 그리고 오늘 짐 몇 시에 가지고 갈 거야?


10시-10시 30분 정도 될 거야 출발할 때 카톡 할게


그래~~ 난 아마 집에 없을 거야 짐 챙기고 나가면 들어갈게~~ 출발하면 카톡 줘


어디 가는데


전화는 안 해도 되고. 죽을 생각 없으니까 걱정 말고 맘 편히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될지 생각하는 시간 되길 바라. 말일 날 저녁에 다시 보자.

(그냥... 걱정할까 봐 죽을 생각 없다고 했다. 난 왜 그랬을까. 그러면서도 알고 있었다. 나는...... 나는 알고 있었다. 이것의 결말을 느끼고 있었다.)


알겠어


그래~ 잘못해 줘서 미안해

(내가 왜 미안하다고 해야 했을까... )


우리 지금 헤어지는 거야?

(아마 그는 이전의 여자들과도 나와 같은 패턴으로 헤어졌을 것이다. 그러니 감이 왔겠지.)


아니 좀 쉬고 와


알겠어


응~ 나도 잘 지내고 있을게


그래 너도 잘 쉬어. 하고 싶은 것도 해보고


걱정 마~~ 나는 잘 지내니까. 우리가 떨어져 지내는 것 자체가 부모님과 가족들에게 죄가 되는 것 같아. 그렇지만 필요한 시간일 거 같아.


굳이 장모님한테 말할 필요가 있을까 싶었는데 뭐 기왕 이렇게 된 거 떨어져 지내자. 붙어있지 않으면 적어도 상처 주고 상처받을 일은 없을 테니까

(이걸 보자마자 그에게 조금이라도 미안해한 나 자신에게 너무 화가 났다. 미친놈아, 너는 지금 내가 너 때문에 암 걸릴 거 같이 괴로운데 니 평판이 그렇게 중요했냐.)


떨어져 지낼 거면 당연히 말을 해야지. 아빠 생신 때 안 갈 거면 당연히 말을 해야지. 붙어 있어도 상처고 떨어져 있어도 상처야. 지금 엄마랑 식구들 김장 만들고 있다는데. 무슨 좋은 일이라고 즐겁겠어.


그 사이에 화해할 수도 있고, 아니면 화해가 아니더라도 생일만은 갈 수도 있는데 굳이 그거를 미리 말해버리면 의논할 수 있는 시간이 없잖아 즐겁지는 않겠지만 아무튼 가지 못하는 나도 마음은 편치 않아. 죄송한 건 나도 마찬가지야 더군다나 믿지 않는 분들에게 이런 모습 보여주니까 더 절망스럽고 그런데 뭐 이미 엎질러진 물이니까 이 상황을 받아들여야지 뭐


오빠, 오빠는 어머니랑 계속해서 내 얘기했잖아. 나는 이번에 처음으로 엄마한테 말했어. 왜냐 믿지 않는 분들이니까. 오빠가 수없이 이혼하자 말했지만, 단 한 마디도 안 했다고. 엄마가 전화와도 잘 지낸다 하고 말 안 했어. 나도 이런 모습 보여드리는 게 너무 죄스러워. 그사이에 화해할 수도 있고 생일만은 갈 수도 있겠지. 그런데 나는 이제 좀 지쳤어. 화해하고 싸우고... 의지가 있다면 의논할 수 있겠지. 그런데 지금 오빠랑 나는 둘 다 지쳤어. 둘이 화해하고 부모님께 죄송하다 하고 가면 되는 건데 그럴 힘이 없잖아. 말의 무게라는 게 그런 거야. 다시 반복하고 싶지 않아. 정말로.


싸우고 화해하는 것을 반복하고 싶지 않다고?


말 때문에 상처받기 싫다고


지금 출발하면 20~30분 후에 도착. 나왔으니까 집 들어가


집 앞 내천 앞을 계속 돌다가 횡단보도에 서서 신호를 기다렸다. 그가 집에 있을까 봐 한편으로 심히 걱정했다. 더는 보고 싶지 않다. 그런데 그의 차가 마침 지나갔다. 그의 차가 지나가니 눈물이 미친 듯이 흐르고 심장이 쪼개질 것 같이 아프다. 나는 받아들여야 한다... 받아들여야 한다....


방금 지나가는 거 봤어..


그래 잘 지내 나중에 봐


... 응....


나는 그가 지나가는 것을 보고 그에게 "하나님 살려주세요."라고 카톡을 보냈다. 그때 나의 마음은 그와 같이 있고 싶어서가 아니라, 남편이라는 존재를 떠나보내야 한다는 슬픔이었다. 나는 신혼인데.... 결혼한 지 3개월도 안 됐는데.... 세상 누구보다 행복해야 할 시간인데... 왜 이러고 있어야 할까


그는 나의 카톡을 읽고는 "떨어져 있기 싫어?"라고 답장했다. 그의 카톡에 나는 답을 하지 않았다.




나는 나도 모르게 마음의 준비가 되기 시작했다. 그 사람이 나가면서 가지고 간 물건들의 빈자리를 보며 방이 울릴 정도로 울었다. 두 마음이 들었다. 처음부터 이렇게 됐어야 할 거였구나. 이 물건들의 자리는 원래 내 집에 없었구나. 그리고, 그는 값비싸고 좋은 물건들만 골라 챙겨갔다. 참으로 허무했다. 이런 순간에도 너는 계산을 하고 있구나. 그렇게 전차는 달리고 있었다.


나는 온몸으로 이별을 알고 있었다. 나는 온몸으로 이 끝의 어떤 결말이 와야 할지 알고 있었다. 헛구역질을 하며 울었다. 그래도 하나님은 아무런 답이 없었다. 온몸이 찢기는 거 같이 아팠다.


하나님 살려주세요 하나님 너무 아파요 하나님 살려주세요…..

하지만 하나님은 목소리가 없었다.


그리고 정말 어이없게도 다음 날 그가 상담을 받자고 연락이 왔다.


(미친놈아..... 그렇게 내가 아파하며 상담받으러 가자고 할 때는 나를 비난만 하더니

이제야 정말 헤어질 것 같으니 상담을 받으러 가자고 하는구나.


아까운 내 청춘, 내 시간, 내 결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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