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날, 휴대폰을 열어보니 세 개의 삭제된 메시지와 노력한다는 카톡이 와 있었다.
2022년 oo월 oo일 : 삭제된 메시지입니다.
2022년 oo월 oo일 : 삭제된 메시지입니다.
2022년 oo월 oo일 : 삭제된 메시지입니다.
2022년 oo월 oo일 : 노력할게 월 2회 부부상담받자. 네가 예약해
그토록 원했던 상담인데 상담을 받는다는 그의 연락에 마음이 덤덤해졌다. 마음이 불타 없어진 것 같이 아무런 감정이 들지 않았다. 그토록 원했던 순간인데 하나도 기쁘지가 않았다. 정말로 원했던 순간인데 그냥 덤덤하고 아무렇지도 않고 아무 생각이 안 났다.
엄마를 만나서 무슨 말을 해야 하나 이 생각으로 머릿속이 복잡했다.
나는 개인상담받으려고 하는데?
그럼 개인상담 다 받고 같이해. 그래야 효과 있지
나 개인상담 6개월은 받아야 된대. 부부상담으로 받아야 돼? 각자 받다가 부부상담으로 하면 안 돼? 전에 받았던 그 사람 이제 없어. 아니면 부부상담 토요일에 되나. 물어볼게
평일 저녁에
근데 오빠 개인으로 먼저 받아야 될 거 같은데
나 토요일은 쉬어야지
암튼 선생님한테 물어볼게
나 개인으로는 안 받을 거야
왜?
부부로 해
(왜..... 내가 우울증에 걸려서 부부상담 받고 있다는 핑계가 필요했냐)
개인으로는 왜 안 받아?
상담받는 거까지 했으면 너도 부부상담까지는 이해해 줘.
오빠 분노 치료하려고 상담을 받는 건데 왜 부부상담으로 받아.....
그럼 부부상담은 받지 마. 나 혼자 상담받을 테니까
일단 선생님한테 물어볼게
알았어
오늘은 선생님이 쉬는 날이라서 월요일 돼야 연락될 듯. 따로 받는 거니까 이번 달에 받아도 되지 않아?
이번 달은 좀 쉬고 싶어. 혼자 있으면서 마음도 좀 추스르고, 기도하고, 사람도 좀 만나고 하게.
월 2회 상담을 받자고 해서 내가 대답을 하니 이번 달은 쉬겠다니? 이건 무슨 인지부조화인가. 나중에 이 사람이 나에게 너 때문에 어쩌고 저쩌고 딴 말할 수도 있으니까 직접 예약하라고 상담소 등록실장님 연락처를 보냈다.
오빠가 예약 잡아봐. 이혼을 피하기 위해서 해보는 것이 아니라 오빠 스스로 고쳐야겠다는 의지로 전화해 보면 좋을 것 같아
그가 집을 나간 날. 나는 결혼 후 처음 신경안정제를 먹지 않고도 심장이 뛰지 않았다. 그가 집에서 나간 날 나는 정말 오랜만에 어깨의 뭉친 근육이 풀리고 깊은 잠을 잘 수 있었다. 나의 이런 신체 증상을 느끼며 또 눈물이 났다. 나 정말 힘들었구나.
다음 날 상담소에 전화해서 그가 등록을 했는지를 물어봤다. 상담소에서는 그에게서 전화가 왔지만 입금은 되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일주일 후에도 그 후에도 상담료를 입금하지 않았다.
그리고 이제 엄마를 만나러 간다. 그토록 피하고 싶었던 진실을 마주할 날이 다가왔다.
:: 에필로그 ::
먼저, 글을 정리하기 전에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 저의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브런치라는 플랫폼 안에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글을 쓰시는 분들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이곳이 존재한다는 것이 기쁩니다.
생각해 보면 좋았던 기억들도 많았어요. 다만 그것이 의미 없을 만큼 너무나 큰 고통이 있어서 많이 아팠던 것 같아요. 그리고 그 좋았던 기억들 모두가 저를 이용하려고 만들어진 것이라고 생각하니 마음이 아파요.
저의 아픔을 글로 쓰기를 주저했던 이유는 완전함에 대한 욕구 때문이었어요. 나보다 더 힘든 사람도 많을 텐데 내가 아프다고 할 자격이 있을까 하는 그런 마음도 있었고요. 그렇지만 어떤 일이든 자신이 겪을 때 아픈 것이잖아요. 그러니 치유적 글쓰기를 하겠다고 마음먹으신 분이 있다면 꼭 글로 써보시길 추천해요. 아픔을 드러내어 글로 쓰는 것은 인생의 의미가 무엇인지 알게 해요. 글을 쓰는 것은 감정을 찾아주고 고통을 완화시키는 것에 큰 도움을 주었고요. 그래서 글쓰기는 무료 치료사예요.
저와 비슷한 처지의 사람들이 저의 글을 보며 왠지 조금은 안심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을 갖기를 바라며 글을 썼어요. 누군가는 저의 글에 기대어 자신의 마음을 위로 얻고 살아갈 힘을 얻었으면 해요. 인간의 존엄은 인간이라는 존재가 쉽게 깨어지기 쉽다는 것을 인정할 때 시작됩니다. 그리고 이런 깨어진 사람의 한마디 위로는 그 어떤 말보다 힘을 가졌어요.
저는 마음이 불타 없어지는 경험을 했지만 마음에 꽃이 피는 경험을 했어요. 바스러진 낙엽 위에 많은 생명들이 피어나는 것처럼 독자들의 마음을 맘껏 기댈 수 있는 곳이 되었으면 하며 <신혼이 없었는데 돌싱이 되었습니다.>를 마칩니다.
연재 : <상처 입고 조금씩 아름다워져 간다>
https://brunch.co.kr/@lemonsoop/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