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에게서 오는 연락을 받지 않았다. 이제 나는 더는 애쓰고 싶지 않다. 헛되고 무거운 힘을 짐을 놔버리니 더는 이 관계를 지속할 아무런 에너지가 남아있지 않았다. 무거운 짐을 오래 쥐고 있다 내려 놓으면 손이 벌겋게 달아올라 있다. 그리고 그 짐을 다시 들 수 있는 힘이 더는 나질 않는다. 아 이 관계는 내가 놓으면 끝나는 거였나. 참으로 허무했다. 옆에 아무도 없었다면 나는 정말 돌아버렸을지도 모른다. 가족에게 고마웠다.
그가 하도 전화를 해서 휴대폰이 뜨거워졌다. 전화를 받았다.
"어 어디야?"
(대답 안 함)
"아까 집으로 갔더니 비밀번호 바껴있던데 장모님 집으로 갔어?"
"왜 자꾸 전화해?"
"아 장인어른 생일 식사해?"
"오빠 안 온다며. 안 와도 돼. 신경 쓰지 마. 그리고 오빠 집 나간 날 비번 바꿨어. 말일날 오면 알려줄게"
"아 비밀번호를 바꿨다고? 이거 잠깐 쉬는 거 아니었어? 야 너 나랑 이혼할 거야?"
그의 목소리 톤이 점점 높아졌다.
"어 혼자서 편하게 쉬고 싶어서. 할 말 다했지? 끊을게. 이제 전화하지 마."
"우리 엄마도 이렇게 자꾸 싸울 거면 사람 사는 게 맞냐고 이혼하라고 하더라!"
"아 그래?"
너무 어이없어서 헛웃음이 나왔다.
"야. 너 비웃어? 웃기냐? 나 이번주 설교하려면 책 필요해. 비밀번호 뭔데?"
"어~ 집에 오면 연락해. 알려줄게"
"야. 주석 책은 당장 지금 필요해! 비밀번호 뭔데?"
"또 소리 지르네? 오빠. 나 이제 오빠가 소리 지르면 통화 안 해. 끊을게~"
그는 내가 엄마 집에 있다는 것을 모르는 상태였다. 당연히 엄마가 사실을 알고 있다는 것도 몰랐다. 그는 정말 불안했을 것이다. 그리고 참으로 재미있는 일들이 일어났다.
엄마는 본가로 들어오라고 했다. 너무 위험하다고. 그리고 X시엄마에게서 전화가 왔다고 했다.
"너 시어머니 너네 집으로 온대"
"시어머니가 우리 집으로 온다고?"
"어, 너 살고 있는 집으로 오라고 했어. 어차피 너 짐도 가지러 가야 되니까"
그가 둥지로 간 날, X시엄마가 나의 엄마한테 전화를 했다고 한다. 그는 자신의 집에 가서 "내가 우울증이 심해져서 혼자 있는 시간이 필요하다"라고 했다고. 자기 아들이 정신병자인걸 아는 건지 이상한 낌새를 차린 건지 아무튼 나의 엄마한테 전화를 했고, 엄마는 시엄마의 전화가 오자마자 "얘네 이혼시킬 거예요."라고 했다.
"사돈 안녕하세요. 저 xx엄마예요. oo이가 우울증이 심해졌다고 해서 걱정돼서 전화했어요."
"얘네 이혼시킬 거예요."
"네? 사돈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무슨 이혼이요? 안 그래도 사돈 만나서 이런저런 얘기해보고 싶었는데 한번 만나요"
"그러면 얘네 살고 있는데서 보죠. oo이 짐도 가지러 가야 되니까"
"엄마, 어머니랑 몇 시에 만나기로 했어?"
"어 한 7시쯤 올 수 있다던데?"
"그러면 우리는 그전에 가있자"
그에게서 또 연락이 왔다. 저녁에 몇 시에 가면 되냐고.
그래서 저녁 7시에 오라고 했다. 나의 엄마가 있다는 건 말하지 않았다.
저녁 7시쯤이 되자 시엄마가 왔다. 시엄마는 엄마한테 이게 무슨 일이냐면서. 싸울 때 좀 떨어져 있으면 덜 사울텐데 집이 너무 좁아서 그런 거 아니냐고. 큰딸도 그렇게 얘기를 했다면서. 미친 그러면 결혼할 때 집이라도 사주던가. 자기 아들 돈 없어서 내 자취방에서 시작한 건데 집이 크네 작네 어쩌라고. 나를 보면서는 너네 둘이서 잘해야 되는 건데. 너네가 잘못한 거야.라고 말했다. 엄마는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았다.
곧이어 그가 들어왔다. 그는 집에 나의 엄마랑 지네 엄마가 있는 것을 보고 매우 놀랐다.
나의 엄마가 말했다. "xx이 왔니?"
그는 자기 엄마를 보면서 "엄마도 있었네?"라고 말했다.
그와 시엄마 둘 다 우리 집에 오는 줄 서로 모르고 있었다.
이렇게 의도하지 않게 사자대면이 되었고, 나는 평소에 하지 못했던 말을 했다. 속이야기를 하면 집 가는 길에 항상 두려움에 떨었어야 했는데, 지금은 시엄마도 있고, 나의 엄마도 있으니까 나를 그렇게 해칠 수 있을 것 같지가 않았다.
엄마는 그에게 "지금 여기에서는 허심탄회하게 얘기하는 거니까 먼저 얘기를 해봐. 어떻게 된 건지"
그랬더니 그가 "oo이 얘기 먼저 들어볼게요."라고 했다.
나는 "오빠 앞에서 이말을 하니까 너무 무서운데요.." 라며 말을 시작했다.
그러고 나서 두 엄마는 내 얼굴을 봤는데 나는 정말 그의 소름 끼치는 표정을 봤다. 그는 나의 엄마와 시엄마 뒤쪽에 앉아 있었는데, 고개를 떨궜지만 웃고 있었다. 가면 뒤에 있는 눈을 치켜뜨고 있는 그의 표정을 본 것이다. 와.. 이때 그 공포스러운 표정을 생각하면 아직도 심장이 뛴다.
나의 입은 모터 달린 것 마냥 너무나도 총명하게 내가 겪은 일들에 대해 말했다. 물론 그가 혼인신고를 했던 적이 있다는 것을 말하지는 않았다. 그것 말고도 이미 충격적인 행동들이 많았으니까. 엄마는 이 자리에서 그가 나에게 "칼로 찔러야 할 것 같다"라고 말했던 것을 처음으로 들었다.
엄마는 그에게 "너 어떻게 이렇게 행동할 수 있니? 너 아무것도 안 보고 oo이가 좋다고 해서, 너 내가 아무 말도 안 하고 둘이 결혼하라고 한 건데. 사역자라는 애가 이래도 되니?"
나는 그가 그의 새아빠에게 학대당하고 나서 괴로워하는 마음을 가엾여서 안아주고 사랑하고 싶었던 마음이 이렇게 다시 폭력으로 돌아올지 몰랐다고 했다. 시엄마는 "아 내가 잘못한거네.." 라고 했다.
내가 오빠에게 학대당할 때 "오빠 친누나가 지금 내가 오빠한테 당하고 있는 것처럼 괴로워하면 어떻게 말할 거냐"라고 물었을 때, 그는 "누나가 선택한 거니까 네가 알아서 하라"라고 말할 거라고 했다 하니 시엄마가 너무 크게 놀라워하며 그에게 말했다. "아들 어떻게 이럴 수가 있어? 정말 실망이다." 그의 엄마가 그에게 실망이다고 하니 그는 나에게 말했다.
"너 정말 무섭다"
내가 무섭다고?!!?!?!? 내가?!?!!?!? 나는 너무 억울하고 화가 나서 "내가 뭐가 무서운데?"라고 대답했다.
그랬더니 엄마가 나에게 "아니 그걸 들을 필요가 뭐가 있어." 라면서 그에게 말했다.
"그래서 너 지금 oo이가 말하는 것 다 인정하니?"
"네"
"그래서 이제 앞으로 어떻게 할 거니?"
"이혼하겠습니다"
미친새끼....... 남의 인생 이렇게 난도질해놓고 이혼하겠다는 말이 그렇게 쉽게 나와?
그의 이혼하겠다는 말과 동시에 그의 엄마는 "이혼은 무슨 이혼이야! 홧김에 말하지 말고 다시 생각해!! 사람들 앞에서 서약한거 아니야? 둘이 좋아서 결혼한 거 아니냐고. 하나님이 만나게 해주신 것 아니랴? 아들 정말 그럴 거야?"
그리고 나에게도 말했다. "둘이서 같이 잘 지내보면 또 좋아질 수도 있지 않겠냐"고.
그래서 나는 "저는 이제 오빠랑 둘이서 사는 것은 너무 무서워요"라고 말했다.
나의 엄마는 말했다.
"참 쉽네. 근데 너도 교회 다니네?"
그의 엄마는 얼굴 빛이 회색이 되어 "집에 먼저 간다"면서 일어났고, 나는 그의 엄마 손을 잡고 "잘 살지 못해서 죄송해요" 말했다. 그의 엄마는 내 말에 대꾸하지 않고 나갔다. 내가 본 시어머니의 마지막 모습이다.
시엄마가 나가자 그는 나에게 "잠깐 얘기할 수 있냐"라고 물었다. 나는 그가 나에게 무섭다고 말한 것에 너~무 충격을 받아서 "나는 할 말이 없어"라고 했다.
엄마는 "내가 집에 있을 테니까 집 앞 주차장에서 잠깐 얘기하고 와" 라고 말했다. 우리 집 창문을 열면 바로 보이는 주차장이 있다. 나는 주머니에 손을 넣고 휴대폰에 녹음기능을 몰래 켰다.
나는 이때까지만 해도 그래도 이 사람이 노력을 하면, 정말 자기의 행동의 후회를 했다면 헤어지지 않을 여지를 두었다. 그런데 그는 나르시시스트였다. 역시는 역시였다.
거짓은 언젠가 드러납니다. 착하게 살아야 해요. 참으로 영화 같지 않나요? 이것은 시나리오가 아니라 에세이입니다. 마음이 안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