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 나오니 그가 카페에 가자고 했다. 나는 카페까지 멀리 가고 싶지 않고, 사람 있는 곳이 싫고, 듣는 귀가 많아 싫다고 했다. 그냥 주차장에서 얘기하자고.
왠지 녹음을 해야 할 것 같았다. 그래서 차에 들어가기 전에 몰래 주머니에 있는 휴대폰 녹음을 눌렀다. 나는 녹음을 하고 증거를 남기는 행동은 비겁한 행동이라고 생각했었다. 그 결과 괴롭힘 당한 증거물이 없다. 이 글은 그때 녹음했던 음성을 클로바노트에서 글로 번역해 옮겨 쓴 것이다.
"그러면 차에 들어가서 얘기하자"
"시동은 걸지 마 멀리 안 갈 거니까"
그의 차에 타니 웨딩 사진 촬영한 날 기념으로 찍었던 인생네컷 사진이 붙어있다. 내가 인생네컷에서 둘 다 잘 나온 사진으로 한컷을 잘라 양면테이프로 붙여놨었는데 그게 여전히 있었다.
차문을 닫고 가만히 앉아 있으니 그가 나에게 "미안해"라고 말했다.
그렇게 듣고 싶었던 미안하다는 말을 들었는데 기분이 나빴다. 왜 이제야 미안하다고 하는 건지.
"할 말 있다면서 해"
"내가 잘못했어"
"오빠가 잘못한 것은 나도 알아"
그랬더니 그가 말했다.
"근데 한 가지 궁금한 게 있는데 너는 잘못한 게 없는 거야? 아니 내가 따지려고 물어보는 게 아니라 나는 내가 잘못한 거 맞으니까"
짧은 순간 정말 많은 생각을 했다.
한 인간을 불쌍히 여기고 그가 행복하길 바랐던 진심이 이렇게 나를 괴롭게 할 수 있구나. 이렇게 고통스러워야 할 결과가 될 줄은 몰랐다. 이 사람을 위로하고 싶었던 내가 부끄럽고 창피했다. 이런 인간을 선택한 내가 창피했다. 그리고 마음이 정말 차분해졌다. 이건 상처의 문제도 아니고 누구나에게나 있는 연약함도 아니구나. 이제야 정신이 드는 것 같았다, 결국 이렇게 되는구나. 혼인신고서가 계속 생각났다. 내 소중한 결혼...
"그러니까 오빠 말은 오빠는 잘못을 한 게 맞는데 너는 잘못을 안 했냐? 이 얘기를 하고 싶은 거잖아."
"궁금한 거야. 그냥 내가 하나하나 너한테 따지려고 하는 게 아니라"
이런게 궁금할 수도 있는 거구나.
"그럼 내가 잘못을 했다고 해서 오빠가 그렇게 행동하는 게 맞아? 근데 그렇게 행동했잖아. 그리고 나보고 무섭다며, 오빠가 행동한 것을 말했는데 내가 무섭다며, 그리고 우리 엄마가 물어봤을 때도 그러면 바로 정리하겠다고 바로 말했잖아"
"바로 말한 이유는 어쨌든 네가 나 때문에 무섭다고 하니까"
"근데 내가 무섭다고 할 때 오빠 웃던데. 내가 어머니한테 오빠 무섭다고 하니까 오빠 웃었잖아."
"무섭다고 얘기할 때 웃은 게 아니라...."
5초 정도 적막이 흐른다.
"그리고 나는 내내 오빠한테 내 얘기를 했어. 뭐가 힘든지. 근데 어른들 앞에서 얘기한다고 지금 이러는 거잖아. 오빠가 다 까발려졌으니까. 오빠가 숨기고 싶은 거. 오빠 엄마랑 우리 엄마랑 다 알게 되니까 그러는 거잖아. 내 앞에서는 아무렇지 않게 그렇게 나쁘게 행동해 놓고, 내가 할 말을 할 줄 몰라서 안 한 게 아니야. 오빠를 감싸주려고 안 했던 거지. 근데 그러니까 오빠는 점점 더 심해졌잖아. 나는 약까지 먹었는데. 그리고 오빠가 치료받는 거를 내가 사정사정하고 타일러야 되잖아. 내가 무슨 엄마도 아니고. 나한테 무슨 하고 싶은 얘기가 뭐야"
"다 얘기했어. 미안하다고. 이게 다야"
"상담을 받는다고 적극적으로 얘기해도 다시 생각을 할까 말까 한 상황이야. 오빠가 지금 나한테 너는 잘못한 게 없어? 이렇게 말할 상황이 아니라고 지금. 어른들 앞에서는 그렇게 자기가 잘못한 것처럼 잘못했다고 말해놓고 왜 나한테는 너는 잘못한 거 없어? 이렇게 말해"
"야, 나만 잘못했으니까 지금 이렇게 까지 온 거야? 나는!!!"
그의 목소리가 변하기 시작했다. 자신이 어느 정도 말했으면 내가 알아들었어야 할 텐데, 평소에는 이 정도 말하면 내가 바로 수그러들었을 텐데,
나는 더는 그러고 싶지 않았다. 그럴 힘이 없었다. 결혼 이후 미안하다고 말한 적이 없는데, 지금 내가 니가 나에게 미안하다고 했는데 내가 안받아주니 화가나니. 니가 미안하다고 하면 내가 바로 받아줘야하니.
나는 그가 나에게 했던 말들이 떠올랐다. 내가 너무 바라는 게 많다고 했던 것. 내가 바라는 것은 나에게 예의를 갖춰서 남에게 하는 것만큼이라도 예의를 갖추는 것뿐이었는데, 내가 그것 때문에 괴로워 정신과 약을 먹고 있으면서도 참았던 것은 내 가족에게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서였는데, 내가 그렇게까지 참았던 이유가 부모님들 앞에서만은 이혼 얘기를 꺼내고 싶지 않아서였는데. 내 엄마 앞에서 망설임도 없이 이혼을 하겠다고 대답했을 때 가능성이란 것은 저 멀리 꺼졌다.
"그럼 오빠가 그렇게 행동하는 게 옳아?"
그는 이제 완전히 분노했다.
"아니라고 말했잖아!!! 나는 내가 잘못이 있다고!!!"
"근데 오빠는 오빠가 그렇게 행동하는 거는 나 때문에 그렇게 행동을 했다고 말하고 싶은 거잖아. 내가 그렇게 행동을 하니까 ㄱ..."
그는 내 말을 끊었다. 초 흥분 상태로 그의 큰 목소리로 차가 왕왕 울렸다. 나는 두려움에 몸이 반응했고, 다리가 덜덜 떨렸지만 꾹 참았다. 언제든지 나갈 수 있게 문이 열렸는지를 계속 확인했다.
"나는 너 때문에 내가 이렇게 행동을 하는 거야. 이게 아니라, 나는 우리가 지금 이 상황이 온 게 나도 잘못이 있고 너도 잘못이 있잖아. 그러면 서로 잘못을 얘기하고 잘못이 뭔지 그걸 좀 살펴보자고 그걸 얘기하고 싶었던 거야. 내가 너 때문에 이거 내가 너 때문에 이러잖아 이게 아니라!!! "
"내가 뭐를 잘못했는데?"
"그러니까 너는 그럼 잘못한 게 없는 거야?"
"그러니까 뭐를 잘못했는데 오빠가 생각했을 때 내가 뭘 잘못했는데."
"말이 지금도 안 되잖아. 우리가"
"아니 그러니까 말을 하라고. 오빠가 생각했을 때 내가 뭘 그렇게 잘못을 했냐고. 내가 뭘 그렇게 잘못을 했길래 너를 죽이네 칼로 찌르네 이런 얘기를 들어야 하고, 소리 지를까봐 조마조마 해야 하고, 내가 좋아하는 화분 던지는 것을 봐야 하고 이런 걸 다 당해야 되나 나는 모르겠는데"
"내가 하면 돼?"
"그니까 내가 뭘 잘못했냐고"
"아니 내가 지금 여기서 너 잘못한 거 꼬집으면 얘기 하.."
"아니 말해봐."
"아니 내가 지금 얘기를 하면 너도 어차피 좋게 안 들리잖아."
"이미 안 좋아. 이미 안 좋다고"
"그만 얘기하자. 그냥 어차피 지금 또 얘기한다고 해서 좋아지는 건 아니니까."
화를 내는 그에게 왜 나한테 이렇게 까지 행동을 하냐 내가 뭘 잘못했냐고 얘기를 해달라 고치겠다고 하면 그는 그걸 모르냐면서 또 화를 냈다. 나는 그의 화에는 이유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왜 나는 나 자신에게는 그렇게까지 인내심을 발휘하고 불쌍히 여기지 않았던 걸까. 나는 왜 내가 잘못이 있는 거라고 생각했던 걸까. 익숙함이었을까.
"아니 얘기를 하라니까"
"아니야 지금 얘기하면 어차피 너 지금 좋은 상태도 아닌데 얘기하면 자꾸 튕겨나가 받아들이고 생각하는 게 아니라"
이게 바로 가스라이팅이다. 지 맘대로 돼야 상대가 받아들이는 것이고, 지 마음대로 안되면 상대는 튕겨나가는 것. 나는 지금 굉장히 좋은 상태인데. 호랑이굴에 들어와서 정신을 바짝 차린 상태인데. 이 인간은 자기의 진짜 속마음이 뭔 줄은 알기나 할까? 자신의 입으로 하는 말이 어떤 의미인지 알기나 할까?
"그냥 일단 말해봐. 뭔지 들어나 보게. 도대체 내가 뭘 그렇게 잘못했나 얘기해 봐. 진짜 어른들 없으니까 또 내가 잘못한 거 없냐고 물어보네. 왜 어른들 앞에서 있을 때랑 나랑 있을 때 오빠는 행동을 다르게 해? 어른들 앞에서 자기가 잘못했다더니"
"아니 내가 잘못했다고 얘기했잖아. 지금도 내가 잘못했다고 말해. 근데 내가 말한 건 너 때문이야라고 말한 게 아니라 서로가!! 나만 잘못한 거야? 그래서 지금 여기까지 온 거야?"
"그러니까 왜 어른들 앞에서는 그런 얘기를 안 하냐고"
"내가 어른들 앞에서 얘기 안 한 건 네가 너 관점대로만 얘기하니까. 다 본인 얘기만 한다고 내가 얘기를 했잖아. 거기에서도"
"그러니까 뭐 인지는 얘기 안 했잖아. 어른들 앞에서는 너는 잘못 없어? 이런 얘기 안 했잖아. 어른들 앞에서는 그러니까 내가 뭘 그렇게 무섭냐고 물어봤잖아. 얘기하라고. 근데 어른들 앞에서는 아무 말 안 하고 나랑 둘이 있을 때는 네가 뭘 잘못했냐 이렇게 얘기하는 건 너무 이중적이지 않아?
그래서 내가 지금 여기에서 물어보잖아. 내가 뭘 잘못했냐고. 내가 뭘 잘못했냐고 말을 해달라고 하잖아. 말을 해봐. 내가 뭘 그렇게 잘못을 했는데? 그만하자고 하지 말고 얘기를 하라고."
"아니. 할 말 없어 내가 잘못했어"
"아니 오빠. 내가 잘못했으니까 여기까지 온 거라며, 같이 잘못을 해서 여기까지 온 거라며. 그러면 나는 뭘 그렇게 잘못을 했냐고 묻잖아. 나는 내가 뭘 그렇게까지 잘못을 했는지 모르겠는데 내가 뭘 잘못했는지 그러니까 오빠가 말을 해달라고. 뭘 그렇게까지 잘못해서 오빠가 나한테 그렇게 행동을 하는데"
"아니 잘못한 거 없다고. 맞아. 네가 말하는 게 맞아."
"아니 근데 왜 차에 앉자마자 그렇게 말해? 너는 잘못한 거 없냐고."
"궁금해서 물어볼 수도 있잖아. 내가 잘못했다. 너 때문에 내가 잘못한 게 아니라 궁금해서 물어볼 수도 있는 거잖아"
"내가 잘못했다고 생각해서 항상 물어보잖아. 그럼 너는 잘했어? 한 거잖아"
"너 지금 여기 와서 나랑 싸우자고 또 지금"
"싸우는 게 아니라"
"말을 지금 네가 그렇게 해"
"나도 물어보는 거잖아"
"물어보는 건 나처럼 물어보는 거야. oo야"
"아니 오빠가 할 얘기 있다고 해서 왔는데 안 하잖아"
"미안하다고 내가 얘기했잖아"
"알겠다고 했잖아"
"그래 나 미안하다고 얘기하고 그게 끝이야"
"끝이야? 너는 잘못한 거 없냐며. 진짜 미안한 사람은 너는 잘못한 거 없어? 이렇게 말하는 게 아니고 진짜 미안하다. 내가 너한테 그런 상처를 줄지 몰랐다. 내가 상담이랑 약물 치료 적극적으로 받아서 진짜 내가 노력하겠다. 내가 너한테 그동안 상처 줘서 미안하다. 이게 미안한 거야. 미안하다. 근데 너는 잘못한 거 없냐? 이건 미안한 게 아니고 "
"내가 몰라서 그렇게 얘기한 거야."
"그러니까 오빠는 오빠가 문제 있다고 생각을 안 하잖아"
"문제 있다고 얘기했잖아."
"그러니까 문제가 있다고만 얘기하지. 적극적으로 뭔가를 하겠다는 의지를 안보이잖아. 그래서 오빠 상담 예약했어? "
"다음 달부터 받는다고 해도"
"그러니까 사태의 심각성을 모른다니까. 지금 나는 오빠 때문에 정신과 약을 먹고 있잖아. 상담소도 다니잖아. 근데 왜 오빠는 다음 달부터 하는데?오빠는 뭔가 잘못 생각하고 있는 거 같아. 오빠가 왜 이렇게 하는지 난 정말 잘 모르겠어. 미안하다고 말은 하는데 전혀 미안한 게 안 느껴져. 그냥 자기가 그렇게 잘못된 행동을 한 거야. 알겠지? 이런 거잖아. 그게 왜 미안한지 어떻게 할 건지 전혀 사태 파악이 지금 안 되고 있잖아. 이건 지금 그냥 힘들고 싫은 거잖아. 적극적으로 뭔가 책임을 지겠다는 게 없잖아 오빠의 마음이.지금도 오빠가 책임을 지겠다고 하는 게 뭐가 있는데."
"상담받는다고 했잖아."
"그러니까 다음 달부터 받는다며. 상담은 당연히 받아야 하는 거야. 근데 지금 내가 말하는 거는 내가 잘못한 게 없냐면서 나한테."
"그거는 물어볼 수 있는 거 아니야?"
"미안하다고 하면서 너는 잘못한 거 없어?라고 말하는 건 진짜 미안한 거야? 오빠가 나한테 지금 미안해서 미안하다고 하는 건지 잘잘못을 따지자고 하는 건지 나는 의도를 모르겠어. 그리고 너는 잘못한 거 없어 이런 얘기를 어른들 앞에서는 왜 안 하고 나랑 있을 때만 하는지도 모르겠고."
"그런 것까지 그럼 다 어른들한테 얘기하는 거야?"
"왜 그런 건 말 안 하는데? 나 나쁜 거는 다 얘기해 놓고. 오빠 우리 집에 가면 맨날 우리 엄마 아빠한테 칭찬만 들었잖아. 우리 엄마 아빠는 오빠편만 들었잖아. 나한테는 뭐라고 했잖아. 기억 안 나? 오빠는 내가 뭘 잘못하는지만 얘기하고 오빠 잘못한 거는 하나도 말 안 하잖아. 근데 나 오빠가 그런 말 할 때마다 그냥 가만히 있었어"
"그러면 내가 어떻게 해야 하는데"
"뭘 어떻게 해? 상담받아 열심히 적극적으로. 아니 왜 오빠 일을 자꾸 나한테 물어보고 오빠 일을 자꾸 오빠네 엄마를 통해서 해결하려고 해. 애도 아닌데. 상담받고 어느 정도 괜찮아졌다 싶으면 그때 연락해 그럼. 오빠가 아까 오빠는 이혼하고 싶다고 했지? 정리하는 게 맞다고. "
"너는 어떻게 하고 싶은데"
"난 몰라. 근데 이게 맞는 거 같아. 난 그냥 시간을 돌리고 싶어."
"네가 이혼하는 게 맞다고 생각하는 거야."
"오빠가 이렇게 행동하는데 그럼 당연하지 않아? 아니 어떻게 엄마가 물어보는데 어떻게 바로 그렇게 얘기할 수가 있어? 오빠가 먼저 나랑 무서워하는 사람이랑 어떻게 사냐고 그렇게 말했잖아. 내가 왜 무서워하는데 오빠를. 왜 무서워하는지를 생각해야 될 거 아니야"
"내가 말을 하고 폭력적으로 하고 그러니까 네가 무서워하는 거잖아"
"그래. 그러면 오빠가 나랑 정말 계속 잘 지내고 싶잖아? 잘 지내고 싶었잖아? 그러면 내가 너한테 미안했다. 정말 미안하다. 지금 너한테 그렇게 행동했으면 안 됐는데 정말 미안하다.내가 열심히 상담받고 내가 고쳐 보겠다. 이런 마음을 보여줘야 하잖아. "
"난 내 미안하다 말 한마디가 그런 뜻이야."
"아니 오빠가 말을 안 하는데 내가 어떻게 알아?"
"그러니까 나는 그걸 표현하는 게 힘든데 나는 내가 정말 내가 왜 지금 이 상황에서 너랑 왜 남아 가지고 대화를 하자고 하겠어 미안하니까 잘하겠다고."
"저는 잘 모르겠어요. 아니 왜 어떻게 말을 안 하는데 왜 자기 마음을 당연히 알아주길 바라는 거야."
"내가 상담치료받고 괜찮아지면 얘기할게"
"그래서 언제부터 받는다고."
"지금은 좀 쉬고 싶어."
"그러니까 오빠가 지금 뭘 모르시는 거 같은데"
"나도 좀 쉬어야 될 거 아니야! 나도 좀 마음에. 너 나 토요일만 쉬는 거 알지? 근데 토요일도 놀아? 그건 아니잖아. 근데 상담받으러 가는 거 쉽지 않아."
"오빠가 지금 매일매일매일매일 상담을 받는 게 아니잖아. 근데 그게 나와의 관계 때문에 하는구나. 그니까 나는 오빠가 나한테 미안하다고 하는 게 와닿지가 않는다니까. 오빠가 지금 미안했으면 토요일이고 뭐고 당장 지금 내가 상담받을게 이렇게 하는 게 맞는데 지금 오빤 그럴 생각이 없잖아. 힘들고 싫은 거잖아. 너무 무책임해"
"내가 안 받겠다고 하는 게 아니라 조금 쉬고 어차피 나중에 받나"
"그래 다를 건 없어. 근데 지금 의지를 말하는 거야."
"내 의지는 그래서 하고 싶다고. 근데 나도 좀 쉬고 싶다고. 너 때문에. 너도 나 때문에 힘들었지만 나도 너 때문에 힘들었잖아."
"마음이 그러니까 안 와닿는다는 거야. 할 말 더 있어?"
"아니"
"그래. 잘 쉬고 법원에서 보자"
붙어 있던 사진을 떼어 나왔다. 차에서 내리자 온갖 장기가 밖으로 튀어나올 것처럼 답답했다. 장기가 심하게 짓눌려 터질 것 같이 고통스러웠다.
집에 가니 엄마가 "뭐라고 했냐"고 물었다.
나는 "그냥 오빠가 나보고 잘못한 거 없냐고 묻더라. 그리고 사실 오빠 혼인신고 했던 적 있어 엄마." 라고 처음으로 말했다.
나는 그를 좋아했다. 내가 좋아했던 그는 누구였을까? 아직도 사람들은 나에게 신혼 생활이 어떻냐고 연락이 온다. 나는 폭력 때문에 헤어졌다고 말한다. 나는 왜 이렇게 될 것을 미리 알지 못했을까? 왜 그때 그 신호를 놓쳤을까? 왜 나는 그를 한 번도 의심하지 않았을까? 왜 나는 속은 것을 알고서도 그를 감싸주려고 했을까?
"너는 아무런 잘못을 한 게 없어?"라는 말이 한동안 귀에서 앵앵 맴돌았다. 나는 이 사람이 상담을 받고 고쳐지더라도 지금은 헤어지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
그는 이렇게 말하고 있는 것 같았다. "너는 내가 불쌍하지도 않냐? 나는 내가 너무 불쌍한데? 왜 이젠 나한테 안 져주는데? 왜 내가 나쁜 사람이 된 것처럼 느끼게 하는데? 나는 이제 누구한테 나의 부정적인 감정을 떠넘겨야 하는건데!"
엄마는 혼자 지내는 게 위험하니 집으로 들어오라고 했다. 나는 집에 들어가기 싫었지만, 그가 언제 또 칼을 들고 쫓아올지 두려웠다. 그리고 그의 엄마에게서 전화가 왔다. 받지 않았다. 카톡이 왔다. 둘이 행복하게 살기만을 바랬는데 그거 하나가 안 돼서 어쩌냐고. 나는 죄송하다고 했다. 아직은 통화를 하고 싶지 않다고.
제 글을 보시는 분들께 감사하다는 말씀드리고 싶어요. 어떤 사연이 있으신지 저는 한 분 한 분 알지는 못하지만 제가 쓴 글에 위로를 받고 공감을 하신다는 것은 그만큼 인생에 너무 큰 무게를 겪고 오셨다는 것이겠죠. 너무 애쓰셨습니다. 눈물 흘리시고, 아팠던 기억이 지금은 힘없이 웃을 수 있는 것이 되었길 바랍니다. 경험이 아니시라면 다행이고요. 마음 나눠주셔서 감사합니다.
제 글을 봐오셨던 분들은 아시겠지만, 저는 마지막엔 독자들에게 드리고 싶은 말을 글로 적고 있어요. 그런데 오늘은 계속 떠오르는 분이 계셔서 그분을 생각하며 글을 마무리하고 싶어요. 그리고 오늘은 이 분을 위해 기도해주셨으면 합니다.
메일을 받았어요. 받은 메일을 보고 한참 동안 울었어요. 그분의 처지가 너무 딱하고 안쓰러워서요. 제가 어떤 말로써 위로를 해야 할지 모르겠어서 아직 답장은 하지 못했어요. 그렇지만 아주 잘하셨습니다. oo님의 인생을 스스로 구하신 것이에요. 한번도 만나본 적은 없어도 님이 소중하다는 것은 저도 압니다. 당신은 정말 소중해요. 진짜로요. 진짜... 당신의 희생을 당연하게 여기는 사람들과 멀어지세요. 그들이 떠날까 봐 두렵다면 용기를 내어 떠나 보내세요. 차단하고 죽었다고 생각하세요. 저도 사람 차단 정말 못하던 사람인데 차단하니 속이 편해지더라고요. 구경꾼들이 떠나가면 거기엔 소중한 사람들로 채워질 겁니다. 그리고 제가 왜 아직까지 살아있는지 깨닫게 해 주셔서 감사해요. 제가 어떤 위로를 어떻게 해야 할지 감히 상상할 수도 없지만 언젠가 만나게 된다면 그저 꼭 안아드리고 싶어요. 정말 잘하셨어요. 그리고 이제 정말 혼자가 아닙니다. 마음껏 우시고, 마음껏 웃으세요. 제가 같이 울고 같이 응원할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