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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굿모닝선샤인 Jan 23. 2022

맥주와 육아의 상관관계

맥주 없이 육아가 가능한가


아이가 잠들었다.  시간 동안  베개를   가슴을 토닥였다. 잠들었나 싶어서 팔을 슬쩍 뺐더니 번개같이 날아들어 손을 잡는다. 다시  토닥토닥 한참을 두드린다. 숨소리가 커지고 느긋해진다. 살짝 문을 닫고 나온다. 휴우 참고 있던 숨을 깊게 몰아쉰다. 육퇴다. 드디어 육아 퇴근.


냉장고를 열어 맥주를 꺼낸다. 차갑고  원통 하나. 시원한 냉기가 서려있다. 마개를 딴다. '' 하는 경쾌한 소리가 들린다.  유리컵을 기울여 맥주를 따른다. 콸콸콸콸 탄산이 기포 소리를 치이익 내며 뿜어져 나온다. 500미리  한통이 컵으로 옮겨진다. 탄산이 퐁퐁 터지는 맥주를 입에 댄다. 똘똘 똘똘 목으로 넘어간다. 탄산이 목을 따갑게 감싼다. 크아 아아~~~!   시원함. 해방이다.





육아와 맥주의 상관관계를 생각한다. 아이를 키울  맥주는   없는 존재다. 일단, 임신 기간 10개월과 모유 수유하는 기간 6개월 이상, 맥주를 마실 수가 없다. 아무리 좋아하던 음주도 아이를 위해 쉬어야 한다. 고통의 기간이다. 그렇게 1  이상 금주를 해야 한다는 사실은, 아무리 맥주를 좋아하지 않던 사람도 맥주에 대한 갈망을 키우게 한다.   


특히나 임신한 무거운 몸으로 한여름 더위를 이겨 내야 하는 7,8월 여름밤, 맥주의 유혹은 대단하다. 야외 테라스에서 시원한 생맥주로 목을 축이고 있는 사람들을 보며 얼마나 부러워했는지... 얼마나 마시고 싶던지... 한 모금만 마실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상상만 했다. 둘째 때는 유혹을 버티지 못하고 무알코올 맥주를 마셨다. 그것만으로도 만족스럽고 행복했다. 무알코올 맥주라도 알코올이 조금은 들어가 있으니 마시지 말라는 의견도 있었다. 나에겐 자기 위안이 먼저였다.


둘째 단유를 하고 1년 반 만에 첫 맥주를 마시던 날을 기억한다. 고대하던 그날, 맥주잔을 들었다. 목을 타고 넘어가는 탄산의 쾌감. 그 순간을 잊지 못한다. 탄산의 기포가 입안에서 펑펑 터지는데 마치 밤하늘에 폭죽이 터지듯 환상적이었다.


'꺄~~ 이 맛이지!!!'


사는 맛이 났다. 그날 이후 매일 육퇴 후 맥주를 찾게 되었다. 그동안 참았던 맥주에 대한 갈망을 보상이라도 하듯이.


육퇴  맥주는 하루 동안 아이만 돌보며 몸과 마음을 헌신한 나에 대한 보상이자 선물이었다. 맥주는 밤마다 축배처럼 터지며 마음을 토닥여줬다. 소주처럼 금방 취하지도 않고, 와인처럼 계속 들어가지도 않았다. 500미리  , 적당히 기분 좋게 취하는 알맞은 양이었다.    먹고 싶어도 배가 불러서  먹을  없었다. 적당히 알딸딸하게 마음을 위로해주는 육아 메이트였다.


코로나 시대  아이 가정 보육은 밤에 마시던 맥주를 낮으로 불러왔다. 새벽 6시부터 울며 깨는 둘째였다. 한참 하고 싶은  많은 4 첫째는 하루 종일 엄마를 불렀다. 돌쟁이 둘째는 화분의 흙을 파먹었다. 물이란 물은  엎질렀다. 한시도 눈을   없었다.  아이와 씨름했다. 하루가 이틀 같았다. 밖에 나갈 수도 없었다. 온종일 집에서 엎치락뒤치락 버텨야 했다.


어떻게든 시간을 보내려고 에어바운스를 구입했다. 오전 11시 에어바운스를 연결했다. 집안에 거대한 놀이터가 만들어졌다. 맥주를 땄다. 맨 정신으로는 도저히 버틸 수 없었다. 6개월 넘게 애쓰고 있던 다이어트도 내려놨다. 일단 살아남는 게 먼저였다. 시원한 맥주 한 모금을 마셨다. 빈속에 마신 맥주는 금세 기분 좋게 만들어줬다. 아이들 성화에 짜증 났던 마음이 한풀 누그러졌다.


'그래, 좋게 생각하자.

이 시간도 금방이야.

지나고 나면 그리울 시간일 거야.

버티자.

즐기자.'


한결 마음이 편안해졌다. 맥주의 힘이었다. 불닭 볶음면을 끓여 안주 삼아 먹었다. 점심이었다. 맥주와 라면, 매운 냄새가 가득 풍겨 나왔다.


"엄마, 왜 매운 거 먹어?"

"힘들어서"



삶이 퍽퍽하고 지치니까 자꾸 매운 게 당겼다. 맵고 자극적인 음식이 먹고 싶었다. 떡볶이와 주꾸미, 곱창볶음 이런 게 자꾸 먹고 싶었다. 자극적인 음식을 통해서라도 해방감을 느끼고 싶어졌다.



하루 종일 아이들과 치닥거리다 지쳤다. 퇴근한 남편이 나의 괴로운 표정을 읽었다. 잠깐 나갔다오라고 했다. 갈 곳이 없었다. 슈퍼에서 맥주와 김부각 과자를 샀다. 주차장에 있는 차에 올라탔다. 바이러스가 득실거리는 밖에 나가서 마스크를 벗고 있을 자신이 없었다. 차에선 혼자 있을 수 있었다. 좋아하는 드라마를 틀었다. 드라마를 보며 맥주 한 모금 마시니 이곳이 천국이구나 싶었다. 기분 좋게 취해서 집으로 돌아왔다.


술기운 없이는 버티기 어려운 육아 시기를 지나고 있다.   동안 어린이집에  달이나 갔을까.  없이는 우울증에 걸리거나 무력감에 시달렸을 거다. 건강한 방법이 아니었다는 것을 안다. 살도 많이 쪘다. 그러나 맥주가 있다는 사실 하나로, 육퇴 하고 마시는 맥주  잔으로 하루하루를 버텼다.


누구도 위로가 되어주지 못할 ,  맥주를 마시며 마음을 달래는 시간이 있었기에 버틸  있었다.   괴로움의 터널에서 맥주를 마시는 시간이 있어서 다행이다. 누구와 함께 즐겁게 웃으며 마실  없었지만, 혼자라도 잘하고 있다고 위로하고 응원하던 시간이 있었기에 지금까지 이겨내고 있는 걸지도.


곰표 맥주를 쟁인다. 새로운 브랜드의 맥주를 탐색해 본다. 새로 들인 맥주를 냉장고에 채운다. 배시시 웃음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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