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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굿모닝선샤인 Dec 27. 2021

엄마에게도 행복할 권리가 있다

-<살며 사랑하며 배우며>


여러분에게는 선택권이 있습니다. 슬픔 대신 기쁨을, 눈물 대신 행복을, 무관심 대신 실천을, 정체 대신 발전을 선택할  있습니다. 그리고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모습을, 전혀 다른 삶을 선택할  있습니다. 이제는 다른 사람들에게  운명은 나의 것이라고 말할 때가 되었습니다. 여러분의 인생을 책임질 사람은 바로 여러분입니다. 직접 한번 시험해보십시오. 상대방에게 고함을 지르는 대신 미소를 지어보십시오. 놀라운 일이 벌어질 겁니다.

 

육아를 시작하고  마음은 세상을 향한 원망과 불신으로 가득 찼다. 함께 생활을 일구어 나가는 것이라고 믿었던 결혼은 여자 혼자 집안일을  나가야 하는 무언의 약속을 주춧돌 삼아 유지되는 시스템이었다. 아이는 같이 키우는 것인  알았는데, 엄마 혼자 먹이고 재우는 일이 다반사였다. 남편이 아무리 도와준다고 해도 결국 엄마의 몫이었다. 남편이 밤새 모유수유를 해줄  없는 노릇이었다. 엄마 품에서만 잠들려는 아이를  울리고만 있는 남편에게서 아이를 데려와야 했다. 남편의 작은 도움마저 구걸할  없는 주말부부의 삶은 엄마의 헌신을 담보로  육아로 이어졌다. 혼자서 아이만 보고 하루 종일 아이에게만 매달려야 하는 일상 속에서 남편이 더없이 원망스러웠다.  결혼과 육아가 여자의 무덤이라고 알려주는 사람 하나 없었는지 막연히 세상을 미워했다.

 

원망과 미움은 나를 갉아먹었다. 매사에 짜증이 나고 불만이 넘쳤다. 아이가  먹어서 우울했고 새벽마다 자꾸 깨서 속상했다. 출산  찾아온 허리 통증이 심해져 아파서 매일 울었다. 세상 모든 불행이 나에게 패키지로 찾아오는 , 불만과 불행을 끌어안고 어둠 속에서 살았다. 아무리 달려도 걷히지 않는 육아라는 어둠, 탈출하려고 발버둥 치면 칠수록 빠져드는 늪지대에 갇혀 우울에 서서히 침잠했다.

 


아이가 낮잠을 주기적 패턴으로 자게 되었을  드디어 책을 읽을 여유가 생겼다. 아기띠를   엉덩이를 실룩거리며 바운스를 준다.  손으로는 아이 엉덩이를 토닥인다. 칭얼거리던 울음이 멈추고 아이가 까무룩 잠이 든다. 준비해둔 책을 펼치고 의자에 무거운 몸을 기댄다. 어느새 자란 아이 머리가 턱까지 온다. 불편한 자세를 어떻게든 편하게 만들어 책에 기댄다. <살며 사랑하며 배우며>  구절들이 마음에 파란을 일으킨다.  삶을 돌아보게 한다.

 

슬픔과 눈물을 달고 살던  마음가짐에 질문을 던진다. 같은 상황에서도, 아무리 삶이 불안하고 불행의 연속이라도 인간은 선택이라는 것을   있다. 상황은 변하지 않더라도 선택을 통해 마음가짐은 달라질  있다. 그동안 불행 스위치만 켜고 살던  마음에 커다란 돌을 던진다. 물결이 마음에 동그란 원을   없이 그리며 퍼진다. 나도 선택이라는 것을   있다. 행복은 선택이다. 마음에 울림이 멈추질 않는다. 행복을 선택하기로 다짐한다.

 


저자가 말한 것처럼 소리 지르는 대신 미소 짓는 연습을 한다. 거울을 바라본다. 불만으로 가득했던 이마에 주름이 깊게 파여 있다.  꼬리를 길게 늘어뜨린다. 마음에 새겨진 주름을 한껏 늘어뜨려 팽팽하게 잡아당겨본다. 마음의 물구덩이에 잔잔한 미소가 퍼진다. 그렇게 매일 아침 미소 짓는 연습을 하기 시작했다. 아이에게도 의식적으로 미소  얼굴로 눈을 마주쳤다. 아직  못 하는 아이가  알까 싶으면서도, 하나뿐인  인생에서 후회하지 않을 날들을 보내고 싶어서 내가   있는 일을 찾았다. 지금은 비록 웃는  밖에   있는  없을지라도, 모든  바꿀  없을지라도,  마음 하나는 내가 선택할  있는 자유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저는 자기 자신을 아끼지 않고, 신뢰하지도 않는 사람들을 보면 속이 상합니다. 자기 자신조차 믿지 않으면서 어떻게 세상을 향해 나아가겠다는 것인지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사랑학 강의를 할 때 저는 사람들에게 이렇게 묻곤 합니다. “만약 이 세상 어느 누구라도 될 수 있으면 과연 누가 되고 싶은가? 이 세상 어디라도 갈 수 있으면 과연 어디를 가고 싶은가?”

 

엄마의 삶에 허덕이는 나를 향해 책이 말했다.

 

‘너는 진정 누가 되고 싶으냐?’

 

그 물음이 한동안 마음속에서 떠나질 않았다. 지금 나는 내가 바라던 모습으로 살고 있는가. 사랑하는 아기를 품에 안고 행복에 젖어 아기의 귀여운 몸짓을 하루 종일 바라볼 수 있는 엄마들이 부러웠다. 조카가 너무 귀엽고 예뻐서 아이를 낳고 싶었다. 내 아이를 낳은 후에는 동생을 한 동안 원망했다. 이렇게 힘든 걸 왜 미리 얘기 안 해줬냐고... 옆에서 보는 게 예쁘지 실제로 아이를 키우는 일은 한 사람의 일상을 통째로 바꿀 만큼 힘들고 고단한 일이었다. 육아에 지치고 도망치고 싶어 하는 모습은 내가 꿈꾸던 엄마의 모습이 아니었다.

 

아이를 우선시하며 내 삶은 망가지고 있었다. 대충 걸쳐 입은 늘어진 옷, 대충 차려 서서 먹는 식사, 나를 돌볼 마음의 여유는 없었다. 아이 키우는 동안은 아이가 최우선이었기에 막 입고 끼니를 때우고 그렇게 살아도 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러는 동안 내 자존감은 한없이 추락했고 빈 껍데기만 남아 텅 비어갔다. 진정 어떻게 살고 싶냐 는 질문에 나를 찾고 싶다는 욕심이 생겨났다. 엄마 이기전의 나로서 살고 싶다는 간절함이 솟아났다.

 


나를 아끼고 나를 믿지 않고 살면서 어떻게 남을 아끼고 사랑할 수 있겠는가. 자신을 사랑하는 행복한 엄마여야 아이도 행복하게 키울 수 있다는 깨달음에 이르렀다. 토요일 오전, 남편에게 나를 찾아야겠다고 선포하고 아이를 맡겼다. 찬바람이 부는 겨울이었지만, 그 바람마저 상쾌하고 시원하게 느껴졌다. 집 근처 2층 카페, 햇살이 드는 창가에 앉아 그동안 읽고 싶었던 책을 펼치고 노트북을 열고 글을 썼다. 매일 아이 보느라 바빠 식어빠진 커피를 마셨다. 이젠 갓 내린 따뜻함이 포글포글 끓어오르는 라테를 손에 쥐었다. 온기가 온몸에 퍼졌다. 커피 한 모금, 책 한 구절, 햇살이 비추는 창밖의 풍경에 시선이 머문다. 엄마로서의 삶은 잠깐 눈을 감고, 엄마 이기전의 온전한 나로서 세상을 바라본다. 길가의 나무도 바람도 달리 느껴진다. 아이에게만 집중해서 몰랐던 바깥공기에 묻어있는 겨울 냄새, 어느새 이파리가 떨어진 나뭇가지에 맺혀있는 인내와 버팀의 용기, 씽씽 달리는 차에도 자유가 배어 있다. 한두 시간 남짓 나만의 시간이 내 이름을 선명하게 불러준다. 돌아오는 발걸음에 간결한 가벼움이 느껴진다. 다시 엄마 모드로 돌아갈 시간이 두렵지 않았다. 가끔씩 내게 혼자만의 자유를 허락해주리라 나직이 다짐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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