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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덕근 Jan 13. 2020

편리와 불편, 그 중간 어디쯤에서 우린 선택한다

지금은 정말 없는 게 없다고 말할 정도로 다양한 상품들이 나온다. 물론 상상에나 존재할만한 것이라든가, 태양계 바깥으로의 여행은 아직 불가능하지만 일상에서 사용되는 상품 쪽은 대부분 충분히 나와있고 꾸준히 개발되고 있다. 약간의 돈을 지불할 수 있다면 쉽게 이용이 가능하다. 다양한 상품을 파는 다이소, 온라인 마켓에 진열되어 있는 상품은 점점 더 세분화되어 판매하고 있고 가격마저도 저렴하니 말이다.


이런 편리함과 풍요로움은 역사적으로 없었다. 음식재료 중 하나인 전복은 임금님 수라상에도 최고의 진상품 중 하나여서 구경하는 것도 쉽지 않았지만 지금은 먹고 싶으면 핸드폰을 켜서 온라인으로 쉽게 주문이 가능하다. 집 청소가 하기 싫으면 1주에 몇 시간씩 와서 청소 및 정리해주는 서비스를 이용하면 된다. 내가 직접 정리하는 것보다 훨씬 더 잘 정리해준다. 


이는 분명 축복이다. 하지만 그만큼 돈의 중요성을 깨닫게 한다. 결국 돈이 없으면 이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전에도 돈은 중요했지만 앞으로도 더욱 중요해질 거 같다. 세상이 점점 더 편리해져가고 있기 때문이다.


워라밸이 강화되면서 각자 취미를 하나씩 갖곤 한다. 하지만 취미도 제대로 즐기려면 돈이 필요하다. 자전거만 하더라도 작게는 십 만단 위에서 한 달 월급을 고스란히 바쳐야 살 수 있을 정도로 가격폭이 다양하다. 등산도, 각종 스포츠도 그렇다. 돈을 들일수록 더욱 좋은 장비를 갖출 수 있고 기분도 좋아진다. 이 모든 소비가 나쁘다는 말을 하려는 게 아니다. 자신이 원하는 것을 적극적으로 구매하는 행위는 오히려 내 입장에서는 대단하다고, 부럽다고 보는 입장이니 말이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에 대해 아낌없이 투자할 수 있는 마인드는 되려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바람이 하나 있다면 편리함에 너무 심취하지 않았으면 하는 것뿐이다.


편리함에 심취하면 과정을 즐길 요소를 하나씩 빼앗기게 된다. 나는 빵을 좋아한다. 그래서 빵을 사 먹는다. 하지만 빵을 만들진 않는다. 결과만을 원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획일화된 맛에 길들여진다. 서로 다른 가게를 아무리 돌아다녀보아도 미세한 차이는 있을지언정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색깔로 비유하자면 한 가지 색만 있는 것이다.


하지만 내가 빵을 직접 만들 줄 안다면 어떤 밀가루가 어떤 맛을 내는지, 설탕은 얼마나 넣어야 하는지, 어떤 것을 넣으면 더 부드러운지 알아가는 재미를 경험할 수 있다. 그중 어떤 조합이 내 입맛에 더 맞는지 알 수도 있다. 식재료를 알아가는 재미와 나를 발견하는 재미를 만끽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을 돈으로 해결하면 나는 결과적인 것에만 만족하고 우연성이 떨어지는 삶을 살 수밖에 없다.


우리에게 밀가루와 버터가 주어진다면 각자 다른 빵을 만들지만, 만들어진 빵이 주어지면 먹고 살만 찐다. - <어디서 살 것인가>


돈은 만들어진 빵을 사게 돕는다. 그것이 우리의 시간을 절약하게 돕는다. 하지만 그로 인해 잃는 것도 분명 존재한다. 우리는 항상 그 어디쯤에서 선택을 하게 된다. 편리함에 가까운 걸 선택할수록 시간을 얻는 대신 다양한 선택지를 잃는다. 무엇을 선택할지 갈팡질팡 할지언정 언제나 그 중간 어딘가를 선택한다. 그 과정에서 타인의 의견에 크게 귀 기울일 필욘 없다. 빵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사람에게 빵을 만드는 것이 반드시 필요한 과정일까? 결코 그렇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정말 중요한 것은 스스로가 가장 잘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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