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대에 발전과 더불어 함께 한 것이 있다면 바로 커피다. 커피는 음료로만 보면 단맛 하나 없는 쓰디쓴 검은 액체일 뿐이다. 그러나 지금의 커피를 보면 없었던 사회가 어떤 것이었는지 쉬이 상상이 되지 않는다. 커피는 몇 세기 만에 가장 매혹적인 음료가 되었다.
커피를 마시는 이유는 여러 가지 있지만 표면적으로는 잠을 깨게 돕는 음료로 유명하다. 사실 그것이 정확히 내 몸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알지 못하지만 아침에 출근하면서 사든 아메리카노를 자리에 앉아 한 모금 했을 때 오는 안락함은 쉽게 잊히지 않는다. 어쩌면 바쁘게 돌아가는 일상에 잠시 쉬는 타임을 주는 커피이기에 많은 사랑을 받을 수 있었던 것이라 생각도 든다.
커피는 모든 음료를 통틀어 근대가 가진 '잠에서 깨어 있는' 느낌, 혹은 분위기와 가장 궁합이 잘 맞는 음료이기 때문입니다. - <세계사를 움직이는 다섯 가지 힘>
커피는 합리주의를 추구하는 근대와 닮았다. '깨어있는 정신'은 나를 성장시키고 발전시켜줄 것 같은 느낌을 들게 하기 때문이다. 의식을 각성 상태로 만들어 이성적으로 생활하도록 유도하고, 활동하는 동안 생산한 가치들은 발전을 이뤄낸다는 점이 근대화와 닮아있다. 그중 커피하우스의 등장은 1등 공신 역할을 했다. 커피를 마시는 공간인 커피하우스의 등장은 많은 사람이 모이는 장의 역할을 톡톡히 해냈으며, 그 안에서 다양한 의견 교환과 정보 교류가 이뤄졌다. 이는 생산적인 장소로 상징 및 발전했으며 수많은 발전, 성장 모델을 탄생시켰다.
그러나 지금의 커피는 각성의 역할만 할 뿐 토론의 장을 형성해내지 못하고 있다. 각기 바쁜 일정에, 부족한 시간에 커피를 마실 수 있는 공간은 잠시 쉬는 공간으로써만 차지하기 때문이다. 일은 사무공간 내에서만 가능하다는 사고가 만들어낸 혼종이다. 어쩌면 지나친 효율화를 겨냥했기 때문에 생겨난 오해일지도 모른다. 집중근무시간이라는 규제는 사람 사이의 교류를 막고, 나만의 세상에 갇히게 한다. 하지만 수많은 회사는 늘 이야기한다. 소통이 중요하다고.
커피하우스가 만들어질 당시, 그곳에서 대화가 발전으로 이어질 수 있었던 이유는 되려 아무런 이해관계, 목적 없이 자연스레 만나고 토론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가벼운 대화에서 시작해 무거운 주제로 수시로 이동할 수 있도록 장벽이 허물어져 있다는 점에서 항상 주제를 들고 오는 회의실과 차이가 있다.
회의실에서의 대화는 소통을 장려하지 않는다. 목표를 어떻게 달성할 것인가라는 주제만 존재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유로운 대화가 오가는 장소에서는 오히려 상대방에 대해 좀 더 깊게 관찰하게끔 기회를 갖게 한다. 상대방이 무엇에 관심 있어 하는지 알 수 있고 고민거리를 함께 토론할 장이 만들어진다. 그래서 주제가 무척 풍부하고 다양해진다. 그 과정에서 번뜩이는 아이디어나 창의성이 생기는 것은 물론이다.
그래서 나는 사내 커피하우스를 꿈꾼다. 딱 맞게 설정된 타임라인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토론될 수 있는 그런 공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