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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덕근 Jan 28. 2020

역사가 반복되는 이유

우리는 어떤 사건이 터질 때마다, 그리고 그 사건이 과거와 흡사한 모습을 보일 때마다 역사를 공부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런데 정말 역사를 공부하면 되는 걸까? 개인적으로 그 말에는 회의적이다. 왜냐하면 역사를 공부하는 것만으로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기 때문이다.



# 역사는 주관적인 기록일 뿐이다


역사는 어느 한 시대의 기록이다. 이 기록은 누군가의 해석으로 다시 쓰여 우리 앞에 드러낸다. 그렇기에 역사는 주관적인 기록이다. 


주관적인 기록이라는 것은 편향적임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그 역사는 잘못된 역사일까? 그렇지 않다. 인간 삶 자체가 모두 편향적이기 때문이다. 역사가 만약 객관적이자 기록적이 되려면 같은 현상에 대해 수많은 전문가들이 달라붙어 써야 한다. 누군가는 정치적 관점에서, 누군가는 경제적 관점에서, 누군가는 다수의 관점에서, 누군가는 외교적 관점에서 등 다양한 관점에서 쓰여야 하고 동시에 이것들이 통합되어야 한다. 간단하게 말했지만 벌써 복잡해 보인다. 때문에 기록이라는 것은 주관적이자 단면만 보여줄 수밖에 없다. 경제에 대한 지식이 없는 사람이 역사적 사건을 볼 때에는 그 부분에 취약하게 쓸 수밖에 없다. 이것이 역사의, 역사서의 현실이다.



# 역사를 해석하는 우리 또한 주관적이다.


운이 좋아 굉장히 다각적인 면으로 쓰인 역사서를 발견했고 읽을 수 있었다고 하더라도 우리는 또 다른 문제를 당면한다. 바로 우리 자신이다. 만약 내가 정치적 이해관계라든가 타 나라에 대한 관심이 없다면 역사는 그 부분을 제외하고 해석되어 내 머릿속에 들어오게 된다. 설령 내가 다양한 분야를 안다고 하더라도 어느 정도 구멍이 생기는 것은 피할 수 없다. 다만 이 구멍이 크냐 작냐의 차이일 뿐이다. 



# 그럼에도 역사를 봐야 하는 이유


그렇다면 역사서는 아무런 쓸모가 없을까? 그렇지 않다. 타인의 관점에서 쓰인 역사를 내 관점에서 재해석하고 새롭게 익히는데 써야 한다. 역사서를 보고 해석하지 않는다는 것은 교과서는 열심히 봤지만 시험에서 좋은 성적을 내지 못하는 것과 같다. 가공되지 않은 역사서는 전단지에 쓰여있는 텍스트와 다르지 않다. 그것을 내가 유심히 읽어보고 해석해야 비로소 내 것이 된다.


역사는 시대에 따라서 해석되고 재해석된다. 현대에 재해석되지 않은 역사는 죽은 것이고, 시대가 역사를 해석하는 방식에 따라 후대에 그 시대도 재해석되는 것이다. 해석이 죽은 시대는 그 시대 자체가 죽었거나, 해석이 살아 있는 다른 시대에 필연적으로 종속될 수밖에 없다. - <세계사를 움직이는 다섯 가지 힘>


역사에 쓰인 사건들은 지금 시대와 많은 부분 맞지 않다. 그때는 지금처럼 컴퓨터가 대중화되어 있지 않았고, 손에 스마트폰이 들려있지 않으며, 먹을 것이 풍부한 시대가 아니다. 때문에 그 시절에 맞게 해석이 되어야 한다. 다시 말해 역사서를 봤다면 당시의 사건을 지금 상황에 맞게 재해석해야 한다.


역사가 반복되는 것처럼 느껴지는 이유, 내 실수가 자꾸 번복되는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것은 과거를 보지 않아서가 아니라 해석하고 반성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붕에 물이 새는데 바라만 본다고 매워지진 않는다. 다음부터 새지 않도록 보수공사를 해야 한다. 역사를 통해 개선한다는 것은 이런 과정을 의미한다.




참고:

<세계사를 움직이는 다섯 가지 힘>

<역사의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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