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에 게임을 정말 좋아했다. 20대까지 내 인생에서 게임을 빼고는 설명할 수 없을 정도로 게임에 푹 빠져 살았다. 당시엔 24시간씩 게임을 했다. 어떻게 그게 가능했냐고? 컴퓨터 앞에 밥상을 놓고, 눈뜨면 바로 컴퓨터 앞에 앉았으며 어디 이동해야 되면 머릿속에 '오늘은 게임에서 무엇을 하지'라며 고민했고, 잠드는 순간까지도 게임을 생각했다. 내 인생에 게임은 전부였다.
게임에서는 몬스터를 사냥하면 운 좋게 고가의 아이템이 나오기도 한다. 그리고 몇몇 게임은 아이템 현금거래가 가능하다. 그래서 좋은 아이템을 먹어 제 가격에 팔면 용돈벌이가 좀 되는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아쉽게도 나는 정말 오랜 시간 게임을 했지만 그런 대박아이템을 한 번도 먹어본 적이 없다. 어느날 옆에서 같이하던 형이 시가로 10만 원이 넘는 아이템을 획득하는 걸 보곤 '아 나는 운이 없구나'라고 생각했다.
- 나는 정말 운이 없는 사람인가
지난 주말에 어쩌다가 친구와 같이 로또를 샀는데 친구는 5만 원이 당첨되었지만 나는 5천 원도 당첨이 안됐다. 가위바위보로 저녁내기를 했는데 항상 진다. 왠지 모를 질투심과 분노가 일지만 이내 나는 정말 운이 없다며 적당히 체념한다. 만약 정말 운이 좋다면 5만 원 당첨, 아니 1등 당첨은 인터넷에 나오는 누군가가 아닌 내가 됐을 것이며, 저녁내기에서 질 리가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한 가지 생각해봐야 할 게 있다. '운을 어떻게 생각하는가'이다.
내가 운이 좋은지 나쁜지를 생각할 때 나는 무엇을 근거로 하는가. 방금의 3가지 사례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게임에서 좋은 아이템을 획득할 확률은 내가 아무리 노력해도 조절할 수 없는 수치다. 로또도 그렇고 저녁내기도 그렇다. 즉 내가 온전히 컨트롤할 수 없는 부분에 대해서 내가 운이 있고 없고를 판단하곤 한다. 즉 모두 내가 어찌할 수 없는 영역에서의 운을 말했다.
- 이미 누린 것에 운이 좋다고 말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내가 확실히 할 수 있는 것에서 나는 운이 좋다고 말할까? 내가 지금 받고 있는 월급이나 다니는 직장은 내가 정말 오롯이 실력을 발휘해 있을 수 있던 걸까? 종종 신입들의 스펙을 보고 있노라면 혀가 내둘러진다. 나라면 그게 가능했을까 자문해보면 아마 불가능할 거 같다고 생각도 든다. 내가 지금 누리고 있는 지위나 보상은 누군가에겐 부러운 것일 수 있다. 하지만 이런 것에 운이 좋다고 표현하지 않는다. 우리에게 운은 불확실한 것에서 갑자기 생긴 이득을 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투자가인 워런 버핏은 자신이 미국에서 태어난 것이 정말 운이 좋았다고 한다. 만약 자신이 아프리카나 중동의 어느 개발도상국이나 저성장 국가에 태어났다면 지금의 그는 없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가 스스로에 대해 그저 운이 좋았다고 표현한 것은 대부분 사실이기 때문이다.
- 당신은 운이 좋은 사람이다
운은-행운이든 불운이든-인간이 가능성과 의식적 상호작용을 한 결과물에 사람들이 붙인 이름이고, 다른 사람들보다 가능성과 상호작용을 더 잘하는 사람들이 있을 뿐입니다. - <언스크립티드>
당신이 운에 대하는 태도는 어떤가. 어쩌다 한번 하는 동전 던지기에 자신의 운이 좋다 혹은 나쁘다고 판단하는 것을 허락하는 사람인가. 해석은 당신을 운이 좋은 사람으로 만들기도 하고 불운한 사람으로 만들기도 한다. 그러나 그 잠깐의 사건이 당신의 모든 것을 대변해줄 순 없다. 그러니 잘못된 해석으로 본인의 운을 함부로 재단하게 하지 말자. 당신은 운이 좋은 사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