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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덕근 Feb 17. 2020

함께 일하고 싶은 사람

하는 일의 특성상 끊임없이 배우는 직업에 속해 있다. 그런 질문도 받아본 적 있는 거 같다. 그 직종 계속 공부해야 하지 않아요?. 이 얘기를 가장 많이 들었을 때는 취업난이 심각하지도 않았고, 공무원도 이제 막 인기몰이하던 때였다. 당시 공무원이 인기세를 탔던 이유도 공부를 안 해도 되기 때문이 아니라 연금과 정년퇴직이 주된 이유였기에 공부를 계속해야 하는 내 직종은 불행한 직종 중 하나였다.


재미있게도 이제는 그런 애기를 거의 듣지 않는다. 고작 10년도 지나지 않은 세월 동안 이제는 대부분 직종이 공부를 해야만 살아남는 직종으로 탈바꿈했기 때문이다. 적어도 사기업만큼은 확실해 보인다. 이젠 공부를 하지 않고서는 적당히 몇 년 버티는 것은 가능하겠지만 어느 수준부터는 벽을 느낀다. 적성 때문이다 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지만 공부를 하지 않아서도 있다. 회사를 다니며 경력을 쌓는 것만으로도 공부가 된다고 생각한 사람도 있다. 종종 이론을 쓸모없다, 실무가 중요하다 라며 무시하는 사람도 보았다.


프리랜서로 오래 일하면서 다양한 사람을 만났다. 어떤 사람은 같이 일하게 좋은 사람이었던 반면에 어떤 사람은 다시 만나고 싶지 않은 사람도 있었다. 만나고 싶지 않은 사람 1순위는 말로만 떠드는 사람이었다. 프로젝트가 마무리되지 않아 추가 비용을 받고 연장 계약을 쓴 적도 있는데, 전반적인 업무개선은 이뤄지지 않았다. 밀렸다면 그 이유가 있을 터인데 어디서부터 고쳐야 할지 모르니 그냥 연장만 하는 거였다. 그렇게 1달 2달 밀리더니 반년이 지나서야 겨우 끝났다.


그에 반해 자극을 주는 사람이 있었다. 비록 프리랜서로 만났지만 그는 나보다 훨씬 경력도 많고 배울 점도 많았다. 특히 신기술에 대한 동향은 물론이거니와 남들이 하라고 시키지도 않은 일을 먼저 하고 있었다. 우리 업종은 특성상 앞에서 정의되어야 시작할 수 있는 일이 있는데, 그 사람은 그런 것에 개의치 않아하며 자기 할 일을 했다. 할 게 없는데 할 일을 한다니. 조금 이상하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그는 내게 이렇게 말했다.


앞에서 준비되지 않았다고 해서 아무것도 안 하면 프로젝트도 밀리고 일만 산더미처럼 불어서 야근만 하게 돼요. 우리 직업 특성상 야근을 아예 없애는 건 불가능하더라도 줄일 수 있는 건 줄여야지. 일 안 준다고 놀 거예요? 노는 만큼 나중에 일해야 하는데.


그는 정해지지 않아도 되는 부분을 먼저 손보았다. 그리고 일이 진척되면 바로 작동할 수 있도록 가상 시뮬레이션하면서 미리 만들고 있었다. 그때의 프로젝트는 야근을 할 수밖에 없었지만 심할 정도로 하진 않았다. 


그때 일 이후로 나는 일이 막히면 당장 내가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한다. 만약 그때의 가르침을 가슴 깊이 새겨두지 않았다면 이후 있었던 프리랜서로 활동하는 동안 꽤 많은 야근을 했을 것이다. 비록 짧은 기간만 같이 했지만 지금도 종종 연락하며 근황을 묻고 식사를 같이 한다. 매일 같이 커피를 마시며 이야기했던 사람들보다 내게 영감을 주는 이 사람이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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