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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덕근 Feb 27. 2020

<이태원 클라쓰>를 보며 리더십을 배우다

최근 굉장히 재미있게 보는 드라마가 있다. <이태원 클라쓰>. 인생이 저 정도로 망가질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밑바닥인 주인공 박새로이(박서준)는 시작부터 너무 망가뜨리는 거 아닌가, 눈살이 찌푸려질 정도로 심했다. 어찌 됐든 박새로이는 전범자까지 되어 평범한 삶(회사에 취직하고 을 살 수 없는 상태까지 갔다. 그럼에도 그는 포기하지 않고 삶을 이어간다. 자기의 소신대로.


보면서 감탄사가 나올 명장면도 많았지만 무엇보다 리더십에 대해 이야기해보고 싶다. 그가 생각하는 리더십은 내가 봐도 '아 저게 리더구나'싶을 정도로 너무 눈부셨기 때문이다. 내가 아는 리더, 그러니까 탁월하거나 리딩을 하거나 뭔가 뛰어난 것을 가지고 이끄는 그런 리더가 아니라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게 만드는 그런 것이었다.


포용력. 따뜻해 보이는 이 말에는 많은 용기가 필요하다. 상대방이 기댈 수 있게 한다는 말은 상대방을 신뢰한다는 말이다. 그런데 박새로이는 순전히 감으로 그것을 아는 듯했다. 감이라 표현하는 이유는 어떤 객관적 지표를 보는게 아닌 그냥 보고 그렇게 해야겠다고 생각해서, 그래서 신뢰를 하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용기가 필요하다. 그 사람을 믿을 수 있는 용기가.


이번 달 월급이야.
두배 넣었어.
이 가게가 마음에 든다면 값어치에 맞게 두 배 더 노력해. 할 수 있지?


박새로이가 운영하는 단밤은 2개월 영업정지를 당한 만년적자 술집이었지만 조이서가 매니저로 오면서 매출을 내기 시작한 새내기 술집이다. 그런데 문제가 하나 생겼다. 요리 실장의 요리 솜씨가 사진보다 못하다며, 그리고 트랜스젠더인 요리 실장의 정체가 소문이라도 나게 됐을 때의 상황을 염두에 두어 잘라야 한다고 매니저인 조이서가 박새로이에게 윽박 한다. 어찌 보면 현실적이고 당연한 말들이다. 그런 상황에서 박새로이가 현이에게 두툼한 월급통장을 내놓으며 한 말이다.


출처: https://www.youtube.com/watch?v=JFHohoN2N2g


얼굴이 한껏 부풀어 오른 매니저 조이서는 사장인 박새로이. 둘은 옥상에서 마주친다.


(조이서) 사장님 생각 알겠고, 저도 더 이상 얘기 안 하겠지만 제 생각은 변함없어요.
(박새로이) 생각 바꾸지 말고, 손해 안 나도록 현희는 네가 잘 이끌어줘
(조이서) 제가 어떻게 이끌어요...
(박새로이) 그냥, 솔직한 피드백을 계속해주는 거야. 니 눈에 찰 때까지. 니 피드백을 믿고, 계속 음식 맛을 보완하고. 그러면 언젠가는


출처: https://www.youtube.com/watch?v=JFHohoN2N2g


그리고 시작되는 피드백. 수많은 실패와 다시 만들기를 거듭하다 마침내 그럴듯한 음식을 만들어 낸다.


(마현이) 또 별로야..?
(조이서) 맛있어요. 진짜 맛있어요.

   

출처: https://www.youtube.com/watch?v=JFHohoN2N2g
출처: https://www.youtube.com/watch?v=JFHohoN2N2g


그렇게 주방을 나서며 박새로이 앞에 선 조이서.


(박새로이) 해냈네.
(조이서) 이럴 줄 알았죠?
(박새로이) 믿었어.
(조이서) 네~네~네~
(박새로이) 현이뿐 아니라, 너도 믿었어. 고생했다.
출처: https://www.youtube.com/watch?v=JFHohoN2N2g
출처: https://www.youtube.com/watch?v=JFHohoN2N2g


박새로이는 단한번의 의심도 없었을까? 마음 한편엔 졸이지 않았을까 궁금하기도 하다. 하지만 그는 늘 소신이 있었다. 장사는 사람이 한다는 것. 그가 갖고있는 소신 덕분에 사람이 성장할 때까지 기다려줄줄 아는거 아닐까 생각해본다. 만약 현이가 해내지 못한다면 아마 다른 방법으로라도 현이를 이끌었을 것이다. 그에게는 사람을 내치는 것보다 포용하는 것을 더 익숙할지도 모른다.


박새로이가 보여주는 리더십은 지금 내가 일하고 있는 영역에서도, 아니 어떤 비즈니스에서도 마찬가지일 거라 생각한다. 일은 사람이 하는 것이다. 같이하는 사람이 일의 품질과 품격을 결정한다.


어떤 위기가 오면 그것을 극복할 어떤 방향점을 보여주고 기다리는 것. 그것이 설령 틀릴 수 있어도 때가 올 때까지 기다려주는 것. 그것이 리더임을 배운다. 


그러고 보면 리더는 부모와 닮았다. 어릴 적 어머니는 내게 무엇을 하라고 강요하지 않았다. 한번 보내봤던 학원도 내가 안 가겠다고 말하자 가지 말라고 했다. 지지리도 공부하지 않고 놀러 다녔다. 그런 내게 이런 말씀을 하셨다.


니 인생 니가 사는 거니까


어머니는 그때 나를 믿었을까? 알 수 없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어머니는 내가 말한 모든 것은 아니어도 필요한 것들을 충분히 지원해 주었고, 기다려 주었다. 본래 가족 간에는 말 외에도 오는 감정이라는 게 있다지만 어릴 때는 그게 무슨 의민지 몰랐다. 이제 좀 알 거 같다. '네 인생은 네가 책임지는 것이지만 내가 도와줄 수 있는 것은 도와주며 기다려주겠다'라는 의미가 있었음을.




https://www.youtube.com/watch?v=JFHohoN2N2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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