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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덕근 Mar 16. 2020

감정에 대한 편견

감정을 누르라는 말을 많이 들었다. 혹은 감정을 컨트롤하라는 말도. 아무렴 타인에게 나의 인상을 심어줄 때에는 감정에 휘둘려 일을 망치는 이미지보다는 자신의 감정을 잘 억제하여 타인에게 신뢰를 보이게 하는 행동이 중요하다. 스스로를 자제하는 모습을 통해 상대방의 신뢰감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어떤 것을 타인에게 부탁해야 하는 상황이 올 때, 감정에 휘둘려 자기 일도 제대로 해내지 못할 거 같은 사람에게 중요한 걸 맡기는 사람은 없다.


객관적인 지표들은 그것을 해야 하는 주장을 뒷받침하는데 도움이 된다. 예를 들어 사내 복지문화 개선을 위한 자율근무제 시행이라 했을 때, 좋아 보이는 것을 뇌피셜로 이야기하는 것보다 자율근무제로 인해 발생한 성과지표와 직원 만족도 등을 조사하여 전달하면 설득할 수 있는 가능성이 올라간다.


그러나 아무리 객관적인 수치를 열심히 분석하여 전달했다 하더라도 거절되는 경우를 경험해 봤을 것이다. 특히 보고서를 전달하는 과정에서 그런 경우가 많은데 해야 할 이유, 타당성 등을 충분히 검토하여 전달해봤지만 막상 위에서 컷 당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왜 그러는 걸까?


이는 개개인에게 가져와보면 간단하다. 몸을 건강하게 하기 위해서는 폭식을 피하고 식단관리를 하며 적당한 다이어트가 필요하다는 것을 안다. 그리고 다이어트를 어떻게 해야 할지도 안다. 적게 먹고 운동을 하고 자극적인 음식을 피하면 된다. 하지만 이 간단해 보이는 것을 하는 게 쉽지 않다. 맛있는 것을 맘껏 먹고 싶은 욕망, 귀차니즘을 극복하고 몸 일으키기 등 수많은 역경을 이겨내야 한다.


머릿속으로 생각하는 합리적인 판단은 막상 시작하려 할 때 '끌리지 않아서'라는 이유로 기각되곤 한다. 이런 상황 때문에 감정을 억누르고 꼭 필요한 것을 해내는 사람에게 우리는 신뢰를 갖는다. 그렇다면 감정은 반드시 억눌러야 하는 어떤 것일까?


자기 일에 열심히인 사람이 있다. 타인을 위해, 혹은 스스로를 위해 일하는 사람들이다. 우리는 그런 사람을 열정적이라고 표현한다. 그 사람들은 감정을 컨트롤하지 않는다. 오히려 더 분출한다.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를 깨닫고 끊임없이 상기하려 노력한다. 노력의 결실을 보면서 그들은 스스로를 독려한다. 자기 일에 긍지 또는 자부심을 갖게 된다.


수많은 스타트업이 시작되고 사라지길 반복하고 있다. 그중에 어떤 것은 '야 그게 돼?'라는 말을 들으면서 커온 회사들이 있다. 그들에겐 차가운 이성도 있었겠지만 세상을 좋은 방향으로 바꾸겠다는 열정, 감정을 동력으로 삼는다. 세상에 존재하는 불합리한 부분을 찾고, 개선하기 위해 자신의 모든 노력을 붓는다. 마찬가지로 올림픽 대회 1등을 위해 노력하는 수많은 운동선수들이 있다. 만약 그들이 차가운 이성만 가지고 있었더라면 우리의 가슴을 뜨겁게 한 스포츠 영웅들이 존재했을까?


감정을 내편으로 끌어들이면 좋겠다. 그 감정으로 나를 살아 움직이게 할 원동력으로 만들었으면 좋겠다. 살아 움직인다는 말을 저마다의 방법으로 해석하겠지만, 이 글에서 말하고 싶은 것은 내 인생을 좀 더 가슴 뛰게 만드는 어떤 것이면 좋겠다는 말이다. 감정을 최고의 무기로 삼자. 그리고 내 감정을 타인에 의해 휘둘리게 만들지 말자. 그럼 감정은 나를 움직이게 하는 최고의 연료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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