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명상을 정식으로 배워본 적이 없다. 그래서 명상을 어떻게 하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아침저녁으로 명상을 하고 있다. 낮에도 종종 한다. 명상을 자꾸 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그 의미를 최근에 깨닫게 되었다.
감정이 격해질 때가 있다. 가슴이 두근거릴 정도로 벅찬 일이라면 기꺼이 받아들이겠지만 대부분은 반대다. 누군가 나에게 막말을 내뱉는다거나, 다이어트 중인데 치킨이 보인다거나, 공부를 해야 하는데 손에 잡히지 않는다거나 등 어떤 드라마틱한 상황이 아닌데도 내 감정이 흔들릴 때가 있다.
일어나는 충동을 억지로 참아내며 하는 것은 효과가 적거나 실패한다. 한두 번은 가능할지 몰라도 이런 상황이 자주 발생한다면 결국 포기하게 된다.
하지만 이런 생각을 해본 적 있는가? 지금 느끼는 나의 생각이나 감정이 어디서 비롯되었고, 그 감정을 날뛰게 두고 바로 행동에 옮기지 않을 때 어떤 짓을 하는지에 말이다.
명상을 하고 있다 보면 오만가지 생각이 난다. 최근 자주 하는 고민부터, 명상이 끝나면 뭘 할지 등 다양한 생각을 한다. 그러나 본래 명상이라는 것은 숨 쉬고 내쉬는 것에 집중하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몸이, 그러니까 감정과 생각이 반응하는 것을 살펴보는 것이지 고민하는 시간이 아니다. 하지만 나도 모르게 오만가지 생각을 하게 된다. 명상을 할 때도 이런데 일을 할 때도, 공부할 때도, 심지어 자기 직전까지도 얼마나 많은 생각을 할까?
생각을 하게 되면 감정이 따라온다. 나쁜 생각을 하다 보면 불편한 감정이 떠오르고, 기분 좋은 생각을 하다 보면 즐거운 감정이 떠오른다. 어느 순간 생각의 방향이 감정에 좌지우지 되게 되고 감정상태에 따라 다음 행동을 결정한다.
명상을 하다 보면 이런 튀는 감정이 어떻게 생성되고 어디로 흐르려 하는지를 '알아차릴' 수 있게 된다. 즉 나의 감정을 스크린으로 보는 듯한 느낌을 준다.
안다는 것은 조절이 가능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대부분 감정이 동하고 난 후 하는 행동을 통해 안다. 그래서 개선방법을 제대로 짚어내지 못한다. 하지만 시작부터 알아차릴 수 있다면 어떻게 방향을 잡을지 계획할 수 있다.
이런 태도가 습관이 되다 보니 요즘은 감정이 격해질 때 거기에 따라가기보다는 '내가 왜 이런 감정을 느끼는 거지?'라는 질문이 시작된다. 그리고 '지금 감정적으로 대할게 아니라 어떻게 하면 더 좋은 방향으로 마무리할 수 있지?'라고 생각하게 된다. 어찌 보면 알아차린다는 간단한 작업으로 행동반경을 크게 바꿀 수 있게 된 것이다.
'지금, 여기'라는 말을 많이 한다. 명상과 잘 어울리는 말이다. 지금 해야 할 일에 집중함으로써, 지금 하는 것에 집중함으로써 다른 생각이나 감정에 휩쓸리지 않게 방어하는 것이다. 아주 사소한 습관 하나로 인생을 보다 의미 있게 보내는데 일조하고 있다.
하루 단 20분. 아침에 10분, 자기 전 10분. 20분은 내 인생을 크게 변화시키고 있다. 내가 말하는 것을 제대로 이해한 사람이라면 당장 명상을 하지 말아야 할 이유가 전혀 없다. 10분이 너무 길다면 5분, 2분만 해도 된다. 잠시나마 내면에 집중하여 나를 관찰하는 것. 무일푼으로 인생을 바꿀 수도 있는 행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