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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덕근 Aug 03. 2020

타인이 알아주지 않는 일을 한다는 것

지금 회사에 입사한지 2년이 채 되지 않았다. 이전까지는 프리랜서로 일을 했기 때문에 나에게 할당된 일 외에 할 필요가 없었다. 하지만 회사에 소속되고 나니 눈에 띄진 않지만 해두면 좋은 일들이 눈에 밟혔다. 그리고 그 일들을 해내기 위해 며칠을 공부하고 지인에게 자문을 구해보고 테스트하여 마침내 시스템에 적용한다. 그러나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그런 일이다. 눈에 밟히는 일이란 그런 일이기 때문이다.


일전에 본 책중에 <베조스 레터>가 떠올랐다. 아마존의 성공을 분석한 책인데 이런 부분이 있다.


오늘날 우리는 연간 50억 개 이상의 제품을 배송하고 있으며, 1000억 달러의 매출과 수십만 명의 직원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어떻게 그런 일이 가능했는지 저는 분명히 말할 수 있습니다. 전자상거래에 대해 생각해보면 모든 기반시설이 이미 구축되어 있습니다. 우리는 이 거대한 인프라를 조합한 것입니다. 1995년 아마존은 전자상거래 회사가 되기 위해 전국적인 배송망을 구축할 필요가 없었습니다. 우체국이 이미 거기에 있었습니다. UPS도 이미 거기 있었지요. 새로 만들려면 수십억 달러가 들어가고 수십 년이 걸렸겠지만 다행히도 이미 존재했습니다. 물론 전자상거래를 위해서가 아니라 다른 이유들 때문에 존재했습니다. - <베조스 레터>


아마존은 이전까지 갖춰져 있는 인프라를 이용해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회사가 되었다. 누군가 설치한 인프라를 맘껏 활용하여 성장했고 지금은 어느 누구도 쉽게 그 자리를 넘볼 수 없는 위치에 올라섰다.


이전까지 갖춰진 인프라만 활용하던 아마존은 어느 순간부터 인프라를 직접 구축하는데 나선다. 클라우드 컴퓨팅 시스템부터 우주여행 패키지까지, 자기들이 설정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수많은 인프라 자원을 직접 검토, 개발한다. 전기차 하면 떠오르는 테슬라와 엘론 머스크 역시 마찬가지다. 그들이 구축하고 만들어놓은 시스템과 철학은 기업을 넘어 산업 전체를 뒤흔들고 있다.


그러나 다수의 회사는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한 가치를 중시하기보단 당장 눈에 보이는 성과에 목맨다. 결과가 좋은 건 중요한 과제다. 그리고 때론 과정이 좋지 않아도 결과가 좋게 나오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과정이 좋지 않으면 순간 반짝이는 결과만 얻을 수 없다. 지속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들은 당장 변화된 수치를 보고, 또는 움직이는 동작들을 보고 변한 것을 알아차린다. 그거밖에 판단할 방법을 모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과정을 튼튼하게 쌓아 올렸다면 어느 순간 기존 것들을 모두 활용할 기회가 온다. 그동안 열심히 축적해 놓은 시스템들이 서로 유기적으로 엮일 때, 비로소 빛을 발한다.


이런 과정을 제대로 이해하고 응원해주는 리더가 얼마나 될까? 오히려 이런 세세한 것에 가중치를 주는 대신, '왜 그렇게까지 하느냐'라는 말을 듣게 되면 이게 정말 쓸모없는 짓인가를 생각하게 된다. 분명 그것이 중요한 일임을 알고 있으면서 말이다.


때문에 타인이 알아주지 않는 일을 한다는 것은 나만의 이유를 찾아야 함을 의미한다. 그렇지 않으면 외부의 시선에 의해, 평가로 인해 그만둬버리기 때문이다. 우리는 나약한 존재다. 때문에 모두가 아니라고 말하는 상황에서 '그래 내가 맞아'라고 생각하고 끝까지 밀어붙일 수 있는 사람은 별로 없다. 


그래서 환경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런 환경도 누군가 치열하게 뚫고 만들어놓은 결과물이다. 처음부터 거저 주어지는 것은 없다. 만약 그런 고민 없이 이미 갖춰진 환경에서 일하고 있다면 그 사람은 정말로 운이 좋은 사람이다.


그렇다고 해서 지지 않는 삶을 살면 좋겠다. 평범한 남들의 시선대로만 살면 나 역시 평범해진다. 그리고 평범한 생각을 하고 평범하게 일을 한다. 그러나 타인이 알아봐 주지 않는 일을 한다는 것은 나를 특별하게 대하겠다는 다짐이자, 노력이다. 노력에 얻는 이익이 비록 적거나 없다 하더라도 적어도 나 스스로는 그 가치를 안다. 그리고 그 태도가 가져다주는 이익은 기껏 타인의 시선보다 훨씬 값지다. 내 인생을 관통하는 좋은 태도가 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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