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을 하다 보면 점점 익숙해지고 잘하게 되면 타인의 인정을 받게 됩니다. 그런데 일을 잘하는 것과는 별개로 일의 특성상 가지고 있는 권한 때문에 타인에게 주로 부탁받는 경우가 있어요. 그 일에 대해 회사 내 내가 제일 잘 안다든지, 혹은 나밖에 할 사람이 없는 경우죠.
일을 진행하는 입장에선 협업이 필요한데 특정 상황에 대해서는 정확히 알 수 없기 때문에 담당자의 대답을 오롯이 믿고 갈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종종 이걸 감정적으로 처리해 과하게 만들 때가 있어요. 예를 들어 3일이면 될 거 같은 일이 2주나 걸릴 거 같다든가, 가능한 줄 알면서도 하려면 일을 맡게되니까 안된다고 하거나, 같은 전문가가 봤을 때 그 정도로 심각하지 않은데 큰일 날 것처럼 이야기하거나, 겁을 주면서 일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게 하는 것이죠.
이런 일은 신입보단 어느 정도 경력이 있는 사람에게 일어날 수 있는 일이에요. 사람의 성향에 따라 조금씩 다르지만 본인이 하는 것에 우월함을 느낀다면 문제점이 더욱 커지겠죠. 특히 부서에 사람이 많지 않은 경우, 그래서 개인이 갖는 권한은 많은데 인성이 나쁘면 회사원에게 정치질 또는 갑질을 하게 되더군요.
때문에 개인 이기주의나 감정을 회사 업무와 묶어 행동하지 않기를 권해요. 제대로 검토해보기 전에 안된다고 말하는 것도 삼갔으면 좋겠고요. 상대 입장에서 어쩔 수 없이 부탁해야만 하는 입장이라면 싫더라도 그 순간엔 내 기분을 맞춰줘요. 하지만 얼마 후에 나쁜 소문이 돌기 시작합니다. 건방지다던가, 무례하다던가, 같이 일하기 좋은 사람은 아니라든가 등. 이것들에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바로 실력과는 무관한 평가들이란 점입니다.
같은 분야가 아니라면 내 실력을 제대로 측정하지 못해요. 설령 같은 분야라 해도 사실상 불가능하죠. 내가 상대방을 파악하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러니 실력에 대해선 이야기를 꺼내기 힘들어요. 하지만 태도라든가 협업의 관점에서 볼 때는 다르죠. 함께 일하기 좋은 사람이냐 아니냐를 보는 건 일을 잘하는 것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 사안이니까요.
그리고 권한이 적을 때는 내 일만 잘하면 될 것처럼 생각이 들어요. 그런데 중간 관리자급만 되어도 내가 부탁해야 하는 경우가 많아집니다. 사실 이전에도 필요하지만 체감이 잘 안 되는 이유는, 대부분 타 팀과의 협력은 상사나 전담인력이 어느 정도 처리해주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사원의 입장에서 볼 땐 부탁하는 일보다는 부탁받는 일이 더 많아 보이죠. 그러다 심하면 ’ 여긴 나 없으면 안 돼.' 같은 이상한 상상도 하게 되기도 합니다.
'적을 내부에 두지 마라.' 하지만 내가 어떤 행동을 하느냐에 따라 적은 언제든지 내부에서 생겨날 수 있습니다. 어설픈 권력을 휘두르면서 자기가 잘난것 마냥 행동한다면 당연히 다른 사람들이 좋게 보질 않아요. 최악 중 하나론 이직할 때도 이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입니다.
동종업계로 이직하게 되면 대체로 이전 회사의 지인에게 그 사람 어땠는지를 물어요. 이미 그 바닥에 오래 있었기 때문에 한 다리 건너면 아는 사람이 있는 경우가 많거든요. 그 사람이 전화해서 무엇을 물어볼까요? 일에 관한 것도 있지만 상당부분은 인성이나 태도에 관한 것입니다. 업무적인 것은 면접에서도 대략 알 수 있어요. 전문가가 전문가를 본다면 더욱 그렇겠죠. 그런데 인성 같은 건 면접 때 어느 정도 속일 수 있거든요. 그러니 물어보는 거예요. 내 인상이 평소 안 좋게 되어있었다면 어떨까요? 당연히 좋은소리가 가진 않겠죠.
사람은 항상 겸손해야 한다는 옛 조상님들의 말을 새겨들을 필요가 있어요. 사람일이란 게 정말 어떻게 될지 모르는 거니까요. 조그마한 권력에 취해 마구 휘두르고 다니면 오히려 그 결과가 나에게 돌아온다는 걸 꼭 알아줬으면 좋겠습니다. 같이 일하기 불편한 사람이 되지 말고 같이 일하고 싶은 사람으로 기억되길 바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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