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덕근 Sep 28. 2020

남이 하던 가게를 인수하면 안 되는 이유

얼마 전 '500원짜리 빵 파는 가게에서 얻은 배움'을 쓴 적이 있다. 이 글의 요지는 가격경쟁의 문제점과 가격과 상품질에도 혁신이 필요하다는 취지로 쓴 글이었다. 


가게가 인수되는 경우는 크게 두 가지다. 잘 되거나, 잘 안되거나. 잘 안 되는 가게를 인수받으려고 하는 사람은 자신의 실력에 자신있지만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인수하여 추가 비용을 억제하기 위함이다. 이런 경우는 개인 역량에 따라가기 때문에 이슈 될만한 요소가 별로 없다. 상권이 좋지 않아서라든가, 고객층이 얕아서 라는 등의 이야기는 해보고 난 뒤에나 할 수 있는 이야기다.


문제는 잘 돼가고 있는 가게를 인수하는 경우다. 은행에서 펀드에 가입하라고 권유가 많이 들어올 때가 언제일까? 과거 실적이 잘 나와 수치상 이 펀드가 좋다는 걸 증명할 수 있을 때다. 그래야 고객을 설득하는데 유리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렇게 시작해서 본전도 못 찾는 사람을 더러 봤다. 남이 잘하는 가게는 이런 미인대회 1등 펀드와 닮았다. 과거 이만큼의 실적이 있었기 때문에 향후에도 이만큼의 수익이 있을 거라고 예상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이 말은 틀렸다.


얼마 전 펀드매니저 생활을 오래 한 분의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IPO(기업공개)를 준비할 때는 상황에 따라 그 가격이 달리 매겨진다. 2년 전과 지금과 똑같이 벌어들인다 하더라도, 어떨 때는 2배로 높아질 수도 있고, 어떨 때는 반토막이 나기도 한다고 말했다. 호기심을 참지 못해 왜 그러냐고 물었더니 답은 간단했다. 시장이 변하기 때문이다.


간단하게 코로나 이전과 이후를 보면 알 수 있다. 코로나 이전에는 잘 나가는 가게를 인수하고 싶은 사람들도 종종 보였다. 그러나 지금은? 거의 없다. 배달 서비스를 안 하는 가게는 더욱 그렇다. 그때는 잘 나가는 가게가 코로나라는 충격에 가치가 떨어진 샘이다.


또한 요즘 기업에서 신경 쓰는 것은 신규 고객보다 기존 고객의 유치다. 새로운 고객은 쉽게 떠나지만 충성고객은 꾸준히 소비를 해주고 운이 좋으면 입소문으로 신규 고객을 안착시키는데 기여하기 때문이다. 이 이유가 바로 가게를 함부로 인수하면 안 되는 이유기도 하다. 평소에 자주 가는 빵집이 있는데, 빵집 주인이 바뀌었다고 상상해보라. 빵맛은 별로 변한 게 없는 거 같지만 왠지 발걸음이 이전처럼 가볍지 않다. 특별히 더 좋은 상품으로 제공하지 않는 한 계속 이용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기 힘들다.


잘 나가는 가게를 인수하려는 이유에는 가게 운영 노하우나 기술이 부족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래서 타인이 만들어놓은 시스템을 이용하고 싶은 마음이 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그럴 가능성은 거의 없다. 유명한 빵집이 유명한 이유는 유명한 유튜버와 닮았다. 자기 채널에 더 이상 출연을 하지 않고 타인에게 채널을 빌려줬다고 상상해보자. 그 채널, 다시가고 싶은가?


때문에 남이 하던 가게를 인수하려면 더 많은 노력을 해야 한다. 이미 칠해진 벽에 페인트칠을 하는 것은 새하얀 벽에 페인트칠을 하는 것보다 몇 배나 힘이 든다. 충분히 심사숙고하여 접근해야 한다.




함께 보면 좋은 글:

https://brunch.co.kr/@lemontia/214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