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고난 것은 우리 삶에 얼마나 많은 영향을 미칠까. 이 부분에 대한 의견은 저마다 다르겠지만 생각보다 우리 의식에 깊숙이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은 확실하다. 일을 잘하는 사람을 보면 타고난 감각이 있는 거 같다고 말하고, 공부를 잘하는 사람을 보면 머리가 똑똑할 거라고 지례 짐작한다. 이것이 맞고 틀리고는 일단 제쳐두고 싶다. 그것에 대해 논하고 싶은 게 아니니까. 그러나 한 가지 짚고 넘어가고 싶은 것이 있다. 바로 차별은 삶을 어떻게 망가뜨리나 하는 것이다.
# 차별은 삶을 어떻게 망가뜨리나
조선시대에서 서자는 참으로 비참했다. 서자라는 이유로 벼슬에 오르지도 못하고 상인이 되어 상업활동에 종사할 수도 없게 했다. 지금 생각하면 무슨 말도 안 되는 일인가 싶은 게 그 시절에는 당연했다. 그들만의 카르텔을 만들어 누구에게나 있을 자유와 권리를 박탈하는 게 아무렇지 않았던 시절이 바로 그때였다.
일을 할 수 없다는 것은 삶을 얼마나 피폐하게 만들지 쉽게 유추할 수 있다. <책만 보는 바보>에의 주인공인 이덕무는 서자이기에 관직에 오를 수 없어 매 끼니를 걱정해야 했고 겨울이 되면 추위로 벽과 바닥이 얼어 냉골이 되는 집안에서 책을 보았다. 그러한 형태는 지금이라고 달라졌을까? 전혀 그렇지 않다. 지금이야 복지라는 이름으로 여러 가지 지원을 받을 순 있지만 최소한의 보장이 채워질 뿐 육체적이나 정신적 면까지 건강을 챙기기엔 힘든 부분이 있다.
차별로 인한 더 비극적인 사건은 또 어디 있을까? 머릿속에 떠올랐던 것은 바로 히틀러가 차별 지음으로 만들어낸 비극인 '홀로코스트'대참사였다. 나치는 국민들을 단결시키기 위해, 그리고 자신이 득표하기 위해 타민족과 구분 짓기를 시작한다. 나치스 자신을 '아리안 족의 후예'라고 칭하면서 우월함을 내세워 타인종을 미개인 취급했다. 1차 세계대전 발발국이라는 이유로 말도 안 되는 배상금으로 허덕이는 독일은 당시 경제적으로 부유하던 유태인을 지목하여 편 가르기를 극대화한다. 홀로코스트는 당시 유럽 내 유태인 9백만 명 중 2/3인 6백만 명을 죽인 사건이다. 그 외 장애인과 동성애자 또는 나치당을 정치적으로 반대하던 자들도 함께 학살했다.
그들이 같은 인간을 쉽게 죽음으로 내몰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 차별은 계급을 만든다
헌법에 명시되어 있는 기본권인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과는 달리 차별은 존엄과 가치를 묵살한다. 우리는 사회에서, 그리고 타인을 접하면서 이런 차별을 많이 비교당한다. 차별은 자연스럽게 구분 짓기를 하고 계급을 만든다. 학벌에 의한 계급, 소득에 의한 계급, 지식에 대한 계급 등 다양하게 구별 짓는다.
이러한 차별은 문화적 관점에서 살펴봐도 매우 비슷한 면모가 있다. 똑같은 허무맹랑한 이야기라 하더라도 유명 메이커가 만들면 철학이 되고 듣보잡이 만들면 무개념으로 통용된다. 이와 비슷한 이야기가 <책만 보는 바보>에서 적절히 표현되었다.
글공부하는 조선의 선비들은, 단군이 세운 고조선에 관한 사실을 인정하지 않는다. 어리석은 백성들 사이에서 떠도는 옛이야기쯤으로 생각하는 것이다. 특히 마늘과 쑥을 먹고 사람이 되기를 빌었던 곰과 호랑이의 이야기가 허무맹랑하다 하여 단군 조선의 존재 자체를 통째로 무시하기도 하였다.
유득공의 생각은 달랐다.
"도저히 믿기 어려운 이야기는 중국의 옛이야기에도 많이 나옵니다. 옛 중국에서 농업을 주관했다는 신, 복희와 신농의 이야기도 그렇습니다. 얼굴은 사람이고 몸은 뱀이라는 복희씨나, 얼굴은 소이고 몸은 사람이라는 신농씨가 실제로 있었겠습니까? 중국의 옛이야기는 트집 잡지 않고 넘어가면서, 왜 우리의 것은 하찮게 여기고 소홀히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중국의 옛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우리 옛사람들도 아직 이치를 따져 생각하는 것이 서툴렀을 뿐입니다. 그래서 자신들이 생각한 것이나 바라는 바를 이야기에 담아 본 것이지요."
내가 속한 집단을 폄하하는 이유와 심리는 무엇일까? 나는 그 안에 속하지 않는다는 것을 어필하고 싶은 건지, 아니면 우월하다고 스스로 느끼는 건지 이유를 알 순 없다. 그러나 의식적으로 또는 무의식적으로 우리는 단체를 비판하고 듣는데 익숙하다. 의문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타인에게 직접 비판이나 평가절하 당하면 기분 나빠하고 분개하면서 내가 소속된 집단은 욕을 먹는 게 당연한 것일까? 이러한 간극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종종 혼란스럽기만 하다.
# '자신을 갈고닦는 것'이 다가온 진정한 의미
가난에 허덕이며 살던 이덕무는 마침내 관직에 진출한다. 정조가 그의 능력을 알아보고 관직에 앉히게 된다. 마음을 꺾이지 않았기에 늘 책을 가까이하고 배움을 소홀히 하지 않은 덕분이다. 서자라는 차별을 마침내 극복하고 말년에 그는 자신의 한계를 깨고 나아갈 수 있었던 것이다.
문득 담헌 선생님의 말씀이 떠올랐다. (...) 작별 인사를 하러 간 나와 벗들에게 실제로 이런 말씀을 하셨다.
"자네들에게도 좋은 날이 꼭 올 것이니, 부지런히 책을 읽고 생각하며 자신을 갈고닦게"
유교사상이 만연했던 시절을 보내선지 '자신을 갈고닦는 것'이라는 표현이 어색하지 않다. 그런데 어릴 적엔 이것이 주는 진정한 의미를 잘 몰랐던 것 같다. 그것보다는 '학생의 본분은 공부다'라는 말을 더 자주 들었다. 납득할 수 없는 것에 대해서는 마음이 가지 않는 것처럼 나는 위의 두 말을 진정 이해하지 못했다. 그 이후로도 어느 누구도 '자신을 갈고닦는 것'의 진정한 의미를 제대로 설명해 주지 못했다. 요즘은 그 의미가 무엇인지 어렴풋이 알 거 같다. 나이를 먹어가면서 좋은 점이 있다면 선인들이 말한 이치가 몸으로 이해되기 시작한 것이 아닐까 싶다.
# 평가는 하되 차별은 하지 말자
사람은 끊임없이 평가받고 구분 지어진다. 그것이 자본주의의 성격이다, 돈이 문제다 라고 말하기도 하지만 조금 솔직히 이야기해보자. 만약 내가 곤궁에 빠졌을 때 아무에게나 도움을 요청하는 것보다 관련 일에 조금이라도 연관이 있고 능력이 있는 사람을 찾는 것처럼 어느 정도의 평가와 구분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치료하기 힘든 질병을 안고 있을 때 인턴을 밟고 있는 신입 의사에게 내 생명을 맡기길 원하는 사람은 단연코 없을 거라 생각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그러기에 평가는 필요하나 차별은 하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차별의 가장 큰 문제점은 카르텔이 구성되고 권력이 생성된다고 보기 때문이다. 전문성이 없으면 우리는 분명 지금과 같은 좋은 시절에 살기 힘들었을 것이다. 때문에 전문성은 존중받아야 마땅하지만 그로 인한 권력을 휘두르는 일을 경계해야 함을 말하고 싶다. 가능성을 묵살하고 규정짓는 행위야말로 한 인간의 삶을 망가뜨리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평가를 통해 반성하고 성장할 수 있도록 독려하는 문화가 장려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계급화나 카르텔이 생성되는 것을 막고 사람을 어느 한 가지로 규정해선 안된다는 점이다. 필요한 것은 서로 할 수 있다고 믿는 신뢰와 독려, 성장 가능성을 향상해주는 것이다. 그러니 평가와 경쟁을 미워하기보다 그것을 이용해 보다 성장하고 발전할 수 있도록 관점을 돌려주는 것이 필요하다.
돈 때문인지 자본주의는 나쁘다는 편견을 듣고 자라서 인지 경쟁이라든가 평가라는 단어에 우리는 너무 인색하다. 그러나 평가받지 않으면 피드백해 줄 수 없고, 피드백이 없으면 어디에 중점을 두어야 할지 갈피를 못 잡고 헤매게 된다. 우리가 경계해야 할 것은 차별로 인해 오는 규정과 계급화와 권력이지 구분 짓는 것은 모두 나쁘다는 시선은 좋지 않다고 생각한다.
나를 가로막는 것이 무엇인지 명확하게 알 필요가 있다. 사실관계를 명확하게 하지 않으면 이유 없이 타인을 미워하고 별거 아닌 일에 원망하게 된다. 상황을 명확히 이해할 수 있도록 꾸준히 갈고닦아야 한다. 그래야 혼잡해 있는 일에 대해 명석하게 분석하고 판단할 능력이 생긴다.
참조:
https://www.instiz.net/pt/4375378
https://ko.wikipedia.org/wiki/%ED%99%80%EB%A1%9C%EC%BD%94%EC%8A%A4%ED%8A%B8
https://ko.wikipedia.org/wiki/%EC%9D%B4%EB%8D%95%EB%AC%B4
https://namu.wiki/w/%EC%9D%B4%EB%8D%95%EB%AC%B4
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5942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