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처럼 이직률이 높은 시대에는 사내 인원이 자주 바뀌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풍경 같다. 주임부터 부장, 이사까지 다양한 사람이 회사를 오고 간다. 회사 입장에서 인사채용은 매우 큰 리스크다. 새로운 사람이 와서 잘 적응할지, 일은 잘할지, 기존 사람과 갈등은 없을지 등 다양하게 고민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사람을 뽑지 않을 수 없는 노릇이니 인사채용은 매우 신중해야 하고 불안한 요소가 늘 함께 있다.
외국기업이 뛰어난 인재를 영입하기 위해 엄청난 비용을 들인다는 이야기는 어제오늘 나온 말이 아니다. 한국에서도 이런 조짐이 군데군데 일어나고 있다. 안타깝게도 한국이 이에 동조하여 적극적으로 주도하는 분위기가 아닌 유능한 인재들을 자꾸 뺏기는 현상에 대응하기 위한 일환처럼 일고 있다. 그래서 겉으로는 그럴싸하게 하더라도 막상 열어보면 근시안적으로 한다거나, 반짝 아이디어 같이 짧은 이벤트로 끝내기가 부지기수다.
상대적으로 직급이 낮은 사람이 채용될 땐 영향력이 크지 않아 여파가 적다. 그런데 상사로 온 사람은 다르다. 특히 팀장의 교체는 분위기와 기존의 업무 프로세스를 흔들 수 있기 때문이다. 그것이 좋고 나쁜 것은 시간이 지나가면 밝혀지겠지만, 기간 동안 직원들은 꽤나 힘든 경험을 하게 된다.
# 새로운 상사가 들어왔고 팀 분열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어느 팀에 리더자리가 비어있어 외부에서 사람을 채용했다. 익숙한 풍경에 넘어가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잡음이 심해진다. 마침내는 이탈자도 생기게 되었다. 모든 것이 그 사람 때문이다 라고 말할 순 없겠지만 적잖이 영향을 미친것 같다. 왜 이런 현상이 생기게 되는 걸까?
새로 온 상사는 자기 스타일에 맞게 팀을 개선하고 싶어 하며 자기 스타일로 일을 건네주려 한다. 그러나 기존에 있던 사람들은 그런 것에 익숙하지 않아 삐걱거리게 된다. 단순 업무 스타일의 문제라면 시간이 지나면서 적응돼 자연스레 해소되겠지만 그러지 못했다. 경력이 많은 직책 높은 사람은 대체로 자기 경력분야에 10년을 훌쩍 넘긴 배터랑이며 그가 가진 가진 경험을 바탕으로 사람을 부린다. 여기에 진짜 문제가 숨어 있었다.
# 상사는 실무자가 아니다
일이라는 것은 크게 업무를 지시하는 사람과 업무를 실행하는 사람으로 나뉜다. 외국에서나 국내 몇 대기업은 이것을 뒤섞어서 서로 평등한 관계에서 책임을 분배하기 용이하게 팀을 구성하는 경우가 있는데, 그렇다 하더라도 전체적인 면에서는 비슷하다.
일을 지시하는 것은 실제 수행하는 것보다 상대적으로 쉽다. 물론 그 일을 지시하기 위해 고민한 흔적들이 결코 가볍지 않을 수도 있지만, 어찌 됐든 아이디어가 구체화되고 실행될 때까지 훨씬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야 한다. 가령 '고격 경험을 올리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준비'하라고 지시 내리는 것은 쉽지만 실제로 그것을 수행하는 입장에서는 난감하기 그지없다. 특히 한 번도 해보지 않은 일에 대해서 갑작스러운 지시가 내려온다면 실무진 입장에서는 당황할 수밖에 없다.
또한 그 팀이 이미 잘하고 있는 팀인지, 문제가 있는 팀인지에 따라 다르다. 전자의 경우 알아서 일을 잘하고 있기 때문에 딱히 건드릴만한 요소가 없는데 반해, 후자의 경우는 문제가 있다고 인식됐기 때문에 교체된 것이고 따라서 팀장의 무게가 많이 실리게 된다. 그래서 팀장은 더더욱 자신의 스타일을 비치며 팀원들에게 설득하거나 일을 강행하게 되는 현상이 벌어진다.
# 오롯이 그 사람의 힘이었을까
팀장이 이전 회사에서 성과를 거둔 것이라면 그것이 오롯이 그 사람의 힘이었을까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이전에 꾸린 팀은 그 팀장과 화합이 잘되었다거나, 그 팀에 유독 뛰어난 에이스가 있었을지도 모른다. 팀장이기 때문에 이전 업무를 다 아니까 경험적인 면에서 이미 충분하지 않냐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사실 맥락에 따라 전혀 다르다. 똑같은 업종의 회사라 하더라도 저마다 처한 환경이나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상황에 따라선 기존 방법이 오히려 부적절할 수 있다.
또 다른 문제는 변화의 흐름이 너무 빠르다는 것이다. 1년 동안 수없이 많은 기술과 방법론이 소개되고 사라지고 있다. 과거에는 먹혔을법한 방법이 지금에는 전혀 통하지 않는 장면을 자주 목격한다. 때문에 끊임없이 학습하고 더 좋은 방법이 있는지를 찾는 '학습하는 태도를 갖추고 있는지' 살펴보는 것이 매우 중요한데 이런 부분을 캐치하는 것이 쉽지 않다. 그러나 대체로 경력을 '믿고' 뽑는 경우가 다수다. 특히 인사채용의 노하우가 적은 회사일수록 이런 문제점이 두드러진다.
좋은 사람을 뽑는다고 좋은 팀이 만들어지지 않는다.
- <최고의 팀은 무엇이 다른가> 중
사람을 교체해서 새로운 활력을 넣어주는 것은 상황에 따라 독이 될 수도 있다. '굴러들어 온 돌이 박힌 돌 뺀다'는 속담처럼 일단 바꾸고 보자 라고 생각하는 마인드는 팀 전체에 굉장한 악영향을 준다. 때문에 인사채용에 있어 외부에서 윗사람을 채용하는 것은 2번, 3번 심사숙고해야 할 일이다. 당장 사람이 없어 앉힌다고 될 문제가 아닌 것이다.
팀장의 역할은 리더십의 발현이지 내가 하는 방식을 타인에게 가르치는 것이 아니다. 내가 학습하던 방법이 타인에게 그대로 적용될 수 없을 뿐더러 시대가 변해 학습하는 방법도 달라지기 때문이다. 또한 배움이 필요하다면 학원이나 인강을 통해서 하면 될터이다. 학습은 내가하는 것이지 누가 주입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제대로 된 적임자를 앉히는 것이 중요하다. 타 회사에서 비슷한 일을 해봤다는 경험만으로는 안된다. 비지니스 세계는 매우 복잡하기 때문이다. 이전에 읽은 <초격차> 에서는 적임자를 뽑을때까지 그 자리를 계속 공석을 두었다.
'먼저 조직도를 그린 다음 적임자를 찾는다'는 것입니다. 순서가 중요합니다. 조직도가 우선입니다. 그 다음에 적임자를 찾는 것입니다. 조직도를 그리긴 그렸는데 빈 박스에 들어갈 적임자가 당장 눈에 들어오지 않느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조직도를 상황에 맞게 바꾸어야 할까요? 아니면 그 부서를 아예 없애버려야 할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적임자의 이름이 들어갈 빈 박스는 비워 둔 채로 남겨 두어야 합니다. 그 부서를 책임질 사람이 당장 없다면 일시적으로 겸임 체제로 가야 합니다. 그렇지만 그 부서는 꼭 조직도에 남아 있어야 합니다. 큰 조직을 이끌다보면 워낙 많은 일들이 일어나기 때문에 지난 결정을 잊어버릴 때도 생깁니다. 조직도에 빈 박스가 남아 있지 않으면 그 박스의 적임자를 찾는 작업을 잊어버릴 확률이 높습니다. 그러니까 의도적으로 빈 박스를 남겨놓아야 하는 것입니다. 그래야만 최적의 적임자를 찾는 노력을 계속하게 됩니다. - <초격차> 중
적임자를 찾기위한 노력은 단순히 외부에서 대려온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앉히고 적응할때까지 지켜봐야 하는 것도 아니다. 어떤사람이 적합할지 지속적으로 고민하고 또 고민해야한다. 말은 쉽지만 그게 참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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