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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덕근 Jul 24. 2019

나는 어떻게 일찍 일어날 수 있을까

몇 년 전 영어를 배워야겠다고 생각하고 강남에 있는 새벽반 학원을 수강한 적이 있었다. 당시에는 6개월 하면 더 싸다고 생각해 카드를 긁었다. 그리고 학원에서 운영하는 스터디가 있었는데 스터디를 나와야 실력이 는다는 말에 덜컥 신청해버렸다. 수업은 7:10에 시작이었지만 스터디 시작시간은 6:20. 첫차를 타야지만 올 수 있었던 시간이다. '새벽에 못 일어나면 어떡하지?'라는 우려와 달리 6개월 동안 몸살이 나 빠진 하루를 빼고 모두 출석했다. 나는 어떻게 일어날 수 있었을까?



# 시작하기 전에 먼저 테스트 하기


2호선 라인에 살고 있기 때문에 출퇴근 시간은 항상 사람이 붐볐다. 심하게는 끼여서 아무것도 못할 때가 거의 없었다. 사람이 많이 타는 정거장에 도착하면 뒤에서 밀리는 힘에 얼굴이 찡그려지고 손잡이를 꽉 잡던 손은 더 아팠다. 거센 힘을 저항하지 못해 떠밀리기 일수였고 나 역시 누군가를 밀게 되었다. 누구 탓이라 할 수 없을 아수라장인 현장이 싫었다. 그래서 아침에 조금 일찍 출근하자는 생각을 갖기 시작했다.


처음 아침 일찍 출근할 때는 대략 7시 10분쯤 지하철역에 오르는 것이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집에서 6:40분에는 나와야 했고, 출근준비가 비교적 빠른 나로서는 6시 10분에 일어나면 모두 해결될 일이었다. 그런 습관이 몸에 배어서 몇 년간 그 패턴을 몸에 익혔다. 


그러다 영어학원을 다녀야겠다고 생각한 후, 학원을 끊기 전에 우선 그 시간에 일어날 수 있을지 자가테스트를 했다. 신청하기 전주에 평소보다 50분 더 일찍 일어날 수 있을지 점검했고 다행히 3일 모두 5:20분에 기상이 가능했다. 만약 여기에서 하루라도 실패했더라면 나는 영어학원을 보류했을지도 모른다.



# 회사에 따라 아침 기상시간이 달라졌다


영어학원이 끝난 뒤로는 왠지 아침 일찍 일어나는 습관을 다시 없애는 게 아쉬웠다. 그래서 회사에 일찍 나가기로 마음을 먹었다. 가서 해야 할 일을 정리하고 책을 보면 금상첨화라 생각했다. 학원을 다닐 때보다는 30분가량 늦지만 그래도 6시 전엔 (당시엔 5시 40분) 일어나는 습관을 가졌다.


지난 몇 년간 프로젝트 단위로 회사를 옮겨 다녔다. 그러다 보니 회사마다 아침에 문을 여는 시간이 달랐다. 어떤 곳은 내 정보를 등록하여 직접 문을 열 수 있도록 조치해준 곳이 있었던 반면에 어떤 곳은 직원이 올 때까지 들어갈 수 없었다. 후자의 경우 근처 카페에 가면 좋았겠지만 당시 24시간 카페는 거의 찾아볼 수 없었기 때문에(요즘은 할리스가 24시간 매장을 한다). 그나마 7시에 오픈하는 카페를 찾았고 매일 아침 그곳을 들었다. 이마저도 없는 곳은 정말 힘들었다.


카페에 가지 말고 집에서 볼일을 보다 시간 맞춰 집을 나서면 될 것이라 생각한 적도 있지만 집에서 집중이 잘 안되었고 늦게 나가면 지옥철을 경험해야 했기에 나의 기상시간은 회사에 따라 달라졌다.


그러나 여전히 주말이나 휴일에는 늦게 일어난다. 처음에는 평일과 주말 차이에 내가 모르는 것이 있나 라고 생각했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그 차이를 알게 되었다. 습관이 들었다고 해서 아침 일찍 일어나는 것을 좋아하는 것은 아니었다. 그것보다 목표를 달성하는 것에 더 흥미를 가졌던 것이다.


# 6시 15분, 하루를 여는 시간


6:15. 내가 회사에 도착하는 시간이다. 회사에 정식으로 취업하고 나서는 항상 이 시간쯤 도착한다. 그런지도 벌써 9개월이 지났으니 이젠 습관을 들였다고 생각한다.


어느 순간부터는 회사에서 적어도 3등으로 도착하는 사람(대중교통으로 오고 가는 시간이 있어서 그 이상 일찍 올 수 없으므로.)은 나라고 스스로 정체성을 세웠다. 목표가 명확하니 전날 무리하여 늦게 잠든 날에도 회사에는 비슷한 시간에 도착했다.


자신의 정체성에 맞는 일을 실행하기는 쉽다. 그래서 행동과 정체성이 완전히 조화를 이루면 더 이상 행동 변화를 추구하지 않아도 된다. 이미 스스로 그렇게 믿고 있는 유형의 사람처럼 행동하기만 하면 된다. - <아주 작은 습관의 힘>


나에겐 어떤 의지보다 책임감이라든가 목표가 있을 때 그것을 달성할 확률이 매우 높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 말은 그저 반복해야 하는 것이라든가, 목표 없이 하는 것에는 오래 지속하지 못했다는 의미를 포함했다. 한동안 헬스장에서 운동하는 것을 목표로 했었는데 3개월 후에는 다시 찾지 않았다. 두 가지 이유가 있는데 첫째는 꾸준한 동기부여를 하지 못한 점, 그리고 뚜렷한 몸의 변화를 느끼지 못한 게 그 이유다. 기록 경신을 하면서 목표부여를 명확히 했다면 꾸준히 할 수 있었을 텐데 매일 똑같은 방식으로만 운동했더니 자연스럽게 더 찾지 않게 되었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내가 얻은 것은 시간이다. 6시 15분부터 정식 근무시간인 9시까지 매일 2:30분을 벌었다. 그 시간에는 평소에 하지 못하는걸 한다. 이전에는 서평이나 블로그에 글을 썼고, 요즘은 영어공부를 한다. 아무도 없는 적막과 수면으로 채운 휴식으로 회복된 몸은 하고자 하는 일에 집중하는데 좋은 조건이 되어주었다.


나는 모든 사람에게 새벽형 인간이 되라고 말하지 않는다. 얼마 전에 본 <언제 할 것인가>에서 사람은 저마다 생체리듬이 있음을 알았다. 그리고 생체리듬에 따라 업무 집중이나 효율성을 끌어올리는 시간이 저마다 다르다는 것을 깨달았다. 때문에 누군가가 일찍 일어난다는 말에 부러워할 필요는 없다. 나만의 '최적의 시간'을 찾으면 된다. 그게 내게는 아무에게도 방해받지 않는 새벽시간이었을 뿐이다.


어제는 모처럼 휴가를 사용한 하루였다. 그래서 평소에 일어나는 시간보다 1시간 늦게 일어났다. 그 모습을 보면서 나는 환경에 취약하지만 반대로 환경에 잘 적응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회사에 아침 일찍 올 수 없었다면 내 기상시간은 지금보다 좀 더 늦은 시간이 될 것이다.


새로운 습관을 세울 때 자신에게 이득이 되는 행동과 연결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새로운 습관을 세우는 가장 좋은 방법 중 하나는, 이미 매일 하고 있는 현재의 습관이 무엇인지 파악한 다음 그 위에 새로운 행동을 쌓아 올리는 것이다. 이것이 '습관 쌓기'다. - <아주 작은 습관의 힘>


나는 하루아침에 일찍 일어나게 된 것은 아니다. 그저 조금씩 시간을 앞당겼고 습관 쌓기를 착실히 해왔을 뿐이다. 남들이 보기엔 독특할 정도로 일찍 일어나지만 나에겐 그 과정이 매우 긴 습관 쌓기의 결과물이다. 때문에 갑자기 무언가를 바꾸는 것보다는 몸이 충분히 적응할 수 있도록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그리고 꾸준히 실행하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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