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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덕근 Sep 03. 2019

'나는 누구일까'가 궁금할 때

나는 어떤 사람 일까? 스스로에게 이런 질문을 던져본 사람이 적지 않을 거라 생각한다. 인문학이 유행하듯 퍼지면서 '너 자신을 알라'라는 말이 곳곳에 들리며 '그래서 나는 누구일까?'라는 생각을 했었다. 내가 누구인지 아는 것이 그리 중요할까?라고 물어본다면 이게 의외로 꽤 중요하다. 왜냐하면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아야 앞으로 내가 선택할 것들에 대해서 '아 이런 것을 선택해야겠구나'라든가 '이것은 나와 어울리지 않아' 라며 쓸데없는 고민들을 쳐낼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일련의 과정은 타인에 의해 결정되지 않고 내 안의 길을 찾는 것처럼 보이며 그래서 의미 있는 것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 그런데 정체성, 꼭 필요한 걸까?


나라는 사람을 아는 것은 기대 이상으로 매우 중요하다. 여기서 포인트는 내가 어떤 사람인지 어떻게 아는 것과는 무관하다. 합리적인 판단하에 내가 어떤 사람인지 판단하고 정의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스스로를 납득시키는데 유리하겠지만, 종종 타인에 의해 내가 어떤 사람인지 규정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학생 때가 그런 일이 많이 벌어지고, 성인이 되어서도 오래된 생활습관이나 가족의 기대, 주변 사람의 영향으로 인해 어떤 사람인지 대략 규정되는 경우가 있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안다는 것은 나의 삶에 두루 영향을 미친다. 대표적으로 무의식과 습관이 그렇다.

'나는 쓰레기를 함부로 버리지 않는 사람이다'라고 생각한다면 손에 쓰레기를 들고 있어 조금 불편하더라도 쓰레기통을 찾는 동안 내내 불편함을 감수할 수 있다. 이는 누군가 시켜서 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가 그런 사람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누군가는 '당연한 거 아니에요?'라고 반박할 수도 있겠지만, 보이지 않는 곳에서 몰래 쓰레기나 담배를 버리는 등 행동을 떠올려보면 적지 않게 위반하는 경우를 목격하거나 행한다. 일반 사람과 그들의 결정적인 차이점은, 그들은 누군가 보던, 보지 않든 간에 스스로가 규정한 것을 지키기 위해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행한다는 것이다.


그럼 이런 의식상태를 활용할 수 있지 않을까? 가능하다. 그중 습관을 들이는데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다. <아주 작은 습관의 힘>에서는 담배의 사례를 들며 정체성의 사례를 설명한다. 금연을 원하는 두 사람이 있었는데, 누군나 담배를 권할 때 첫 번째 사람이 "괜찮습니다. 담배 끊었어요"라고 말하고 두 번째 사람은 "괜찮습니다. 전 흡연자가 아니거든요"라고 말했다. 이 둘은 똑같이 담배를 거절했지만 대답에서 오는 뉘앙스가 다르다. 첫 번째 사람은 여전히 자신이 흡연자지만 현재 애쓰고 있다고 생각하게 한다면, 두 번째 사람은 이전엔 흡연자였지만 지금은 아니라는 말을 하고 있다. 둘 다 비흡연하고 있지만 태도가 매우 다르다고 할 수 있다.


자신의 정체성에 맞는 일을 실행하기는 쉽다. 그래서 행동과 정체성이 완전히 조화를 이루면 더 이상 행동 변화를 추구하지 않아도 된다. 이미 스스로 그렇다고 믿고 있는 유형의 사람처럼 행동하기만 하면 된다. - <아주 작은 습관의 힘>


첫 번째 사람에 비해 두 번째 사람이 유리한 이유는 스스로 생각하는 모습대로 행동하면 되기 때문이다. 그에 반해 첫 번째 사람은 담배의 유혹이 있을 때마다 늘 그것을 '거부'하는데 힘을 쏟아야 한다. 정체성을 규정한다는 것은 언뜻 보기에 매우 간단해 보여도 실은 큰 차이를 만들 수 있는 것이다.



# 내가 누구인지를 어떻게 알 수 있을까?


나의 정체성을 어떻게 발견해야 할까? 타인에게 물어보기도 애매한 것이 바로 이것이다. 타인에게서 '너는 XX사람이야'라는 말을 들을 때면 왠지 모를 의심이 든다. 상대방이 나에 대해 얼마나 안다고 그런 말을 할 것이며 때론 이면의 모습이 떠올라 '난 아닌데'라고 고개를 저을 수 있기 때문이다. 친구가 '너는 ~~ 잘하잖아'라는 말은 나를 찾는데 도움을 줄 때도 있지만 어디까지나 도움의 영역이지 확정의 영역이 아니다. 그래서 나는 누구인가 라는 질문을 끊임없이 해도 답이 잘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이는 '당연한' 현상이다.


처음부터 정체성을 갖고 태어나는 사람은 없다. 혹여 부모님이 '너는 XX을 하기 위해 태어난 사람이다'라고 말했다 하더라도 그 말이 사실일지 아닐지 알 수 있는 방법은 전혀 없다. 그래서 누군가는 부모님의 욕망대로 자식이 살아간다는 말을 하기도 한다. 부모가 나의 정체성을 부여할 때, 그 정체성의 바탕이 부모의 욕망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체성을 찾는데 의외로 답은 쉬운 곳에 있다. 바로 나의 습관이다.

내가 평소 어떤 행동을 하는지 살펴보면 어떤 장점과 단점이 있는지 보인다. 어떤 부분을 개선해야 하고, 장점을 어떻게 키워나갈지 판단이 되고 행동하다 보면 그 행동이 나의 정체성을 형성하는데 도움이 된다. 가까운 예로 한 분야의 장인들이 그렇다. 그들의 다른 모습은 어떠할지 몰라도 한 가지 분야에서 만큼은 특출난 장점을 지니고 있다. 그런데 장인들과 인터뷰를 해보면 그런 실력을 갖는 게 하루 이틀 만에 된 것은 아니다. 최소 몇 년부터 몇십 년을 그 일에 매진한 결과 지금의 위치에 올 수 있었던 것이다. 장인은 하고 싶은 날에도, 하기 싫은 날에도 그것을 습관처럼 매달려서 일을 해왔기 때문에 마침내 그 자리에 오를 수 있었다. 


국제적으로 유명한 피겨선수 김연아가 그렇다. 그녀는 어떤 천재적인 재능이 있던 게 아니라 그저 남들보다 2배 더 많은 시간을 훈련에 매진했다. 연습공간도 부족해 하루는 태릉 훈련장, 과천 빙상장, 롯데월드 아이스링크 등을 계속 돌아다니며 훈련해야 했고, 타 종목 선수들과 뒤섞여 훈련을 해야 했었다. 엄청난 후원과 개인 전용 피겨 연습장이 있던 마오에 비해 더 좋은 성과를 낼 수 있었던 것은 그녀를 지탱해준 습관이 있었기 때문이다. 매일 한 연습 덕분에 한걸음 한걸음 내딛을 수 있었고 마침내 피겨여왕이 될 수 있었다.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를 가릴 수는 없다. 습관이 먼저냐 정체성이 우선이냐를 가리는 것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이 둘이 서로 얽히고 상호작용하며 사람을 성장시키게 한 것은 분명한 것 같다. 때문에 어느 하나의 포인트를 찾는 것보다 둘을 연결 지어 생각하고 행동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나는 아마존에서 미래를 다녔다>의 저자는 미국의 대표 온라인 쇼핑 사이트인 아마존 입사 초기에 이것저것 받은 교육에 대해 소개했다. 그중에 아마존의 정체성에 대한 이야기가 있다.


이어진 프레젠테이션에서 아마존의 정체성이 '소프트웨어 회사'라고 들었을 때는 개발자로 입사한 나조차도 '그런가?' 하고 고개를 갸우뚱했다. 당시 아마존을 설명하는 가장 좋은 말은 '온라인 서점'이었고, 소프트웨어 회사라고 하면 떠오르는 구글이나 마이크로소프트 등과는 거리감이 있었다. 아마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아마존을 '인터넷과 소프트웨어를 활용한 전자상거래 사이트'정도로 생각할지도 모른다. - <나는 아마존에서 미래를 다녔다>


지금의 아마존을 단순한 전자상거래 사이트라고 부를 수 있을까? 그들은 지금 향상된 AI를 이용해 혁신의 최전선을 달리고 있다. 그 덕분에 기업가치가 미국에 5위 안에 들어있다. 이렇듯 정체성은 그들이 궁극적으로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 방향을 잡아주는 키잡이 역할을 한다. 때문에 정체성을 설정하는 것은 예상한 것보다 훨씬 중요하고 대단하다 할 수 있겠다.


많은 사람이 자신이 얻고자 하는 것에 초점을 맞춰 습관을 변화시키려고 한다. 그러나 이런 태도는 결과 중심의 습관을 형성한다. 그러나 지속하기 위해서는 정체성 중심의 습관을 세워야 한다. 이는 내가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에 집중하는 데서 시작한다. - <아주 작은 습관의 힘>


나의 정체성은 무엇인가? 정체성이 형성되기위해 지금 하고 있는 습관은 무엇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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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서적:

<아주 작은 습관의 힘>

<나는 아마존에서 미래를 다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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