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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덕근 Sep 05. 2019

창의성을 갖기 위한 두가지 조건

학창 시절에는 대학을 가는 게 목표였고, 취업을 준비할 때에는 취업하는 게 목표였다. 우리는 목표의 크기와 관계없이 살면서 끊임없이 목표를 세우고 실천하면서 살아간다. 매일 물을 마시겠다는 작은 목표와 시험에 합격하겠다와 같이 큰 목표를 혼합해가며 산다. 인간은 본래 희망을 담보로 살아가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2차 세계대전 나치에 의해 죽음의 수용소로 끌려간 빅터 프랑클은 그곳에 남아있는 사람들을 유심히 살펴본다. 누구도 죽음을 의심하지 않는 곳에서 어떤 이는 마지막까지 살아남았고 어떤 이는 한 해가 가기도 전에 죽었다. 여기서 죽었다는 표현은 타살로 인해 죽은 것보다 수용소의 생활을 버티지 못하고 죽은 이들을 의미한다. 그 둘의 차이점은 한쪽은 삶의 의미를 찾았고 한쪽은 삶의 의미를 잃어버렸다. 그 의미란 바로 목표나 꿈과 흡사하다.


한 연구 결과 사람들에게 목적의식을 동시에 부여하지 않은 채 현 상황에 관해 두려움을 유발하는 것이 실제로 그들의 면역체계를 무너뜨릴 수 있음을 증명했다. (...) 이유를 찾을 수만 있다면 우리는 어떤 것도 극복할 수 있다. - <인생학교: 세상>


이런 거창한 이유가 아니라 하더라도 어찌 됐든 인간은 끊임없이 목표를 갖는다. 그러나 반복되는 일상, 치이는 삶을 살다 보면 목표보다는 당장 해야 할 것들에 집중하게 되고 목표를 점점 희석해 간다. 누군가는 이것을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이라고 표현한다. 또는 누군가는 이것을 '철이 들었다'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어릴 적 호기롭게 가진 목표를 내려놓고 주변과 타협하며 살아가는 것을 지칭하는 표현이다. 이런 말을 들었다는 것은 크게 두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목표를 이루기 위한 현실적인 노력을 하고 있다거나, 혹은 목표를 잃고 현실에 순응해 살아가고 있거나.


어찌 됐든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선 많은 노력을 요구하기도 하지만 기존의 생활습관에선 불가능한 경우도 있다. 가령 이전부터 꾸준히 글쓰기를 해온 사람이 매일 글쓰기를 목표로 세운다면 조금 더 의식적으로 노력하면 되는 것이겠지만, 평소 하지 않는 다이어트를 한다고 하면 지금까지의 생활패턴을 벗어나 식단을 조절하고 시간을 쪼개 운동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목표라는 것은 기존의 관습과 대립되는 경우가 있고 관성에서 이겨내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이것들이 창의성과 어떤 연관이 있을까?


# 창의성은 어떻게 죽을까


아이들을 총 4개의 반으로 나누어 진행한 실험이 있다. 우선 첫 번째 반에 들어가 몇 가지 도형을 풀어낸 후 여기서 마음에 드는 것 5개를 골라 새롭고 신기한 것을 만들라고 제시한다. 아이들은 독특하거나 특이한 모양의 도형을 고르는 대신 대부분 무난하거나 비슷한 것을 고른다. 그래서 남자아이들은 대부분 자동차를, 여자아이들은 대부분 집을 만든다. 참신한 아이디어가 없다.


2반으로 이동해 다른 조건을 제시한다. 이번에는 마음에 드는 도형 5개를 고르라 한다. 이때 아이들은 제각각 특이한 것을 고른다. 다 고른 걸 확인한 후 '지금 고른 것으로 새롭고 신기한 것을 만들라'라고 하면 대부분 초반에 짜증을 내지만 시간이 갈수록 재미있는 걸 만들어 내기 시작한다.


3반으로 이동한다. 물건을 보여주지 않고 질문을 한다. '네가 새롭고 신기한 것을 만든다면 무엇을 만들래?'. 그럼 아이들은 온갖 흥미로운 아이디어를 내놓는다. 무한동력의 자동차나 스마트폰, 혹은 로봇, 그 외 다양한 것을 꺼내 든다. 아이들의 의견을 들은 후 도형을 보여준 후 이중에 5개를 골라 만들라고 한다. 그럼 두 번째 반과 초반에 비슷한 반응을 보이지만 이들은 좀 더 흥미롭게 물건을 관찰한다. 부딪혀보고 굴려보고 돌려보면서 도형의 사용성을 다양한 방면으로 관찰한다.


마지막으로 4반으로 이동한다. 3반과 동일하게 진행하되 마지막에 옆사람이 고른 것과 바꾸라고 지시한다. 반응은 3반의 아이들과 비슷하다.


이 실험의 결과 3반과 4반의 아이들은 창의, 혁신, 개성, 독창성이 이전 1,2반에 비해 점수가 2배 이상 향상한다. 이를 아주대학교 김경일 교수는 '상황의 힘'이라 말한다.


1번은 도구와 방법, 목표를 한 번에 고민하게 하도록 과제를 던졌다. 그러나 인간은 멀티태스킹이 되는 존재가 아니다. 너무 많은 일이 밀려와 순간 머리가 멈춰버린 경험이 있을 것이다. 아이들 역시 마찬가지다. 뇌가 멈춰버린 상태에서 인간은 옆에 있는 물건을 따라 하기 시작한다. 즉 '첫 번째 아이가 무엇을 만드느냐에 따라 나머지 아이들의 대부분 결과가 똑같아지는 것'이다. 이것이 사람을 평범하게 만든다.


2번과 3반, 4반부터는 도구/방법/목표를 하나씩 떼고 실행하도록 했다. 2반의 경우 아이들이 가지고 싶어 하는 도형을 먼저 쥐어준 후 새로운 것을 만들어 보라는 목표를 주었다. 아이들은 고려할 것을 먼저 생각하지 않고 마음에 들어하는 것을 우선 선택한 덕분에 1 반보다 창의적인 것을 만들 수 있게 되었다. 이에 김경일 교수는 '인간은 내가 좋아하는 도구를 가질 때 더 창의적으로 변한다'라고 말한다.


3반과 4반의 경우는 무엇부터 해야 할지를 물어보았다. 즉 목표를 먼저 물어봤고 목표의 높이가 매우 커졌다. 그 상태에서 도구를 선택해야 할 때 이전의 1반과 2반의 아이들과는 전혀 다른 시각으로 도형을 보기 시작한 것이다. 때문에 3반부터 새로운 관찰력이 생긴 것이다.


# 목표와 제한을 적절히 섞자


인간은 도구나 방법부터 먼저 보기 시작하면 큰일을 하지 못한다. 도구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그걸 응용해서 하려 할수록 포용력이 작아진다. 이에 김경일 교수는 '남들에게 말할 때 민망할 정도로 큰 꿈을 가지'라고 말한다. 그래야 앞으로 만날 수많은 정보와 기술, 도구를 다른 평범한 사람들과 달리 새로운 시선으로 볼 수 있게 돕기 때문이다.


중요한 포인트는 제한 없는 목표와 제한적인 상황의 힘이다. 아이들은 목표를 잡을 때 상상의 나래를 맘껏 펼쳤지만 그것을 실현하기 위해 도구를 선택할 땐 제한적인 상황에 처했다. 그러나 그 제한적인 상황이 상황을 이겨낼 수 있도록 창의성을 유발한다. 때문에 이 둘은 서로 각각 있는 게 아니라 맞물려 동작하는 것이라 할 수 있겠다.


한도를 설정하면 창의적 반응을 촉진할 수 있다. 목표를 달성하기 불편하거나 어려워 보이는 환경에서 탁월한 작품이 나올 수 있다. - <창의성을 지휘하라>


커다란 목표, 꿈을 실현하기 힘든 이유는 그것을 달성하기 위한 어떠한 장치도 갖춰져 있지 않기 때문이다. 그 덕분에 목표를 이뤄내기 위해 어떠한 수단과 방법도 마다하지 않고 창의성을 발휘하도록 이끄는 것이다.




'어른이 되어간다는 것'은 환경에 순응한다는 말과 같다. 시간이 없어서, 비용이 커서, 현실 가능성이 없어서 등과 같이 제약을 둘수록 창의적 생각을 죽이고 문제를 극복하게 할 아이디어들을 묵살시킨다. 때문에 이것을 극복하기 위한 행동으로는 


1) 높은 목표를 갖고 

2) 주어진 상황에서 어떻게 달성할 수 있을지 고민 및 실행


하는 일련의 과정이 필요하다. 이 과정 속에서 나의 프레임을 끊임없이 깨고 고민하고 다시 실행함을 반복함으로써 점차 창의적인 인간이 될 수 있다.




함께 보면 좋을 것들:

아이디어 탄생의 비밀을 알려드립니다(1) - 아주대학교 김경일 교수

https://www.youtube.com/watch?v=MLKrd2Sl4hI


아이디어 탄생의 비밀을 알려드립니다(2) - 아주대학교 김경일 교수

https://www.youtube.com/watch?v=tnUwj0Gw67U


https://brunch.co.kr/@lemontia/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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