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덕근 Sep 16. 2021

장점에 집착하니까 실패하는 것이다

장점을 키우라는 말을 많이 듣는다. 나 역시도 지인에게 이야기할 때 장점을 키우는 것을 장려하는 편이다. 장점을 키우는 게 단점을 키우는 것보다 훨씬 낫기 때문이다. 치명적인 단점이 아니라면 단점을 보강하는 노력은 부족한 것을 채우는, 평균 또는 평균 이상으로 가기 위한 노력에서 그친다. 그러나 장점은 평균을 뛰어넘는 압도적 차이를 만드는데 쓰인다. 그리고 그 장점이 어떤 이해관계나 이익과 맞아떨어질 때 장점은 상한선이 없는 무궁무진한 발전으로 이어진다.


그러나 장점에만 의존하는 것은 위험하다. 정확히는 상황이나 맥락을 살피지 않고 장점을 고집하는 것이 위험하다는 뜻이다. 글쓰기를 잘하는 장점이 있다고 하자. 그럼 장점을 살리는 가장 빠른 길은 글을 쓰는 것이다. 그러나 세상에는 글쓰기를 이용한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다. 글쓰기 관련 책을 내거나, 원데이 클래스, 강의를 하거나 등 훨씬 많은 것들에 응용, 활용할 수 있다. 그러나 자신이 글쓰기에 집착하여 오로지 작가의 길만 생각한다면 오히려 스스로 한계를 막는 꼴이 된다.


그렇다면 왜 이런 우가 범해지는 걸까? 우선 가진 기술을 다양하게 활용하는 법을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글을 잘 쓴다=작가라는 일종의 정답처럼 보이는 공식이 머릿속을 가득 채우기 때문이다. 이런 생각은 종종 잘못된 선택으로 이어진다. 내가 생각한 나의 장점에 집착하여 연관된 것만 찾는 것보단 장점을 어떻게 활용하여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지를 살펴야 한다


다리우스는 일반적 상식과 명제에 너무 깊이 의존했다. 이소스와 가우가멜라에서 다리우스는 자신이 가진 것, 자신의 장점에 집착했다. 장점을 살리는 것은 올바른 태도가 아니냐고 반문할 수 있지만, 조금만 둘러보면 세상의 모든 명제와 법칙이라는 것에는 상반되는 주장들이 있다.   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지 말아야 한다 / 집중해서 타격하라 공격이 최선의 수비다 / 공격은 수비로부터 시작한다   이런 지식인의 유희에 짜증 나는 사람들은 사례집을 들춰보고, 둘 중 옳은 것을 판정하려고 한다. 지도자의 자질을 가늠하는 첫 번째 능력이 이런 명제의 사용법을 배우는 것이다. 다리우스는 상대의 입장에서 생각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페르시아 같은 거대 다국적기업이 지역 중소기업에 불과한 그리스에게 맞춤형 전술을 쓴다는 자체가 자존심 상하는 일이었을 것이다. 그들이 가진 엄청난 힘을 제대로만 사용한다면 적을 가볍게 쓰러뜨릴 수 있지 않을까? - <명장, 그들은 이기는 싸움만 한다>


장점이라는 것은 내가 가진 기술이나 능력과 상황에 따라 적합하게 활용할 줄 알 때 제대로 발휘되는 것이다. 이것을 다르게 풀어보면 상황에 따라 나의 장점이 단점으로 변하기도 한다는 뜻이다. 솔직한 사람은 개방적이고 솔직한 기업문화에서 일할 때 그의 행동방식이 인기나 신뢰를 얻을 수 있지만, 이직한 곳이 반대 문화를 가진 곳이라면 솔직함이 치명적 약점이 될 수 있다. 이처럼 같은 형태여도 상황에 따라 바뀔 수 있음을 인지하고 제대로 살펴볼 줄 알아야 한다.


심지어 이소스 전투에서 알렉산드로스의 전술적 특징이 노출되었음에도 다리우스는 오직 자기 관점에서 반성만 했다. “내 탓이오”는 고귀한 인격의 표현이지만, 전선에는 무능과 게으름의 또 다른 얼굴에 불과하다. 대제국을 경영하면서 페르시아 인들은 자기만의 복잡한 관리 체제와 경영 관습에 너무 깊이 빠져서 상대를 분석하고 대응하는 행동뿐 아니라 합리적인 사고마저 마비된 것이다. 너무나 평범한 교훈 같지만, 전쟁사에서 무섭도록 반복되는 교훈이다. - <명장, 그들은 이기는 싸움만 한다>


역사를 반복하지 말라며 혀를 쯧쯧 차지만 이런 일은 나라나 조직뿐 아니라 개인에게도 빈번히 일어난다. 이때 중요한 것은 철저한 자기 객관화와 피드백이다. 개선점을 찾아 조치하지 않는다면 똑같은 문제를 반복하게 된다. 이럴 때 중요한 것은 원론적인 이론, 그때 그러지 말았어야지, 내 탓이다 등의 원론적 답변은 전혀 도움이 안 된다. 상황이 왜 그렇게 되었고, 왜 그런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는지, 만약 같은 상황이 반복된다면 나는 어떤 선택을 할 수 있을지를 고민, 반성하는 게 필요하다.


아무리 좋은 칼이라도 두터운 나무를 팰 때는 쓸모가 없는 법이다. 그럴 때는 도끼를 찾거나, 베기 적합한 다른 나무를 찾는 게 좋다. 되지 않을 상황에서 자신이 가진 것에 집착하여 어떻게든 문제를 해결하려 하는 노력은 실패 확률을 올리며 최악의 경우 신뢰를 잃는다. 그렇다고 장점을 키우지 말라는 의미는 아니다. 자신이 가진 장점을 상황에 맞게 사용하는 것을 제대로 알아야 한다는 의미다.




함께 보면 좋은 글:

https://brunch.co.kr/@lemontia/561

https://brunch.co.kr/@lemontia/428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