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단추가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한 적이 있었다. 그리고 비슷한 생각은 아직도 사회에 만연해 있다. 그리고 첫 단추는 여전히 중요하다. 그리고 앞으로도 더 중요해질 것이다. 특히 지금과 같이 빠름이 강조되는 시대일수록 그런 인식은 더욱 강화될 것이다. 빠르게 판단한다는 의미는 첫인상이나 이미지에 높은 비중을 준다는 말이기 때문이다.
첫 단추가 미치는 영향력은 인생 대부분에 적용된다. 첫 직장, 출신학교, 첫인상 등 다양한 부분에서 영향을 미친다. 그렇다면 첫 단추는 왜 영향력이 강한 걸까? 다양한 것에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겠지만, 의사결정을 하는데 상당 부분이 감정에 기반하기 때문이다.
아무런 감정이 없을 때는 그것이 좋고 나쁨을 딱히 판단하지 않는다. 처음 보는 일에 기분이 좋거나 나쁜 경험이 있다면 그것은 과거에 비슷한 경험을 했기 때문이다. 오히려 새로운 것은 흥미로운 시선으로 관찰되는 편이다. 이는 아이들을 보면 유추할 수 있다. 세상 모든 것들이 신기한 아이의 눈에는 어찌 보면 무한 긍정의 태도를 갖춘 듯하다. 아이들이 그런 태도를 일관할 수 있는 이유는 전혀 겪어보지 못했던 새로운 것들로 가득 차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은 살면서 많은 경험을 하게 되고 경험치가 누적된다. 그래서 나이가 들어갈수록 세상에 대해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게 된다. 하물며 전혀 보지 못한 새로운 것을 관측한다 하더라도, 그것이 내게 주는 손익을 과거 비슷한 경험과 비교해 자연스레 계산하게 된다. 그것이 맞든 틀리든 관계없이 자연스럽게, 그리고 신속하게 머릿속에서 계산을 끝낸다.
이러한 감정은 의사결정을 하는데 상당 부분 영향을 미친다. 새로운 것에 긍정적인 태도를 가진 사람은 새로운 제안이 와도 그리 불편하지 않다. 그래서 이야기를 듣고 질문을 할 때에도 긍정적인 방향으로 하게 된다. 반대로 부정적 태도를 가지게 되면 질문 대신 안 되는 이유를 설명하기 시작한다. 서로 다른 둘은 이야기를 진행함에 있어 시작점도 다르고 방향도 다르다. '어떻게 같은 내용을 이렇게 다르게 해석하지?'라고 생각할 수 있는 부분이다.
다행인 점은 첫 대면부터 부정적 태도를 가지려 하는 사람이 적고 긍정적인 모습을 보이려 노력한다는 점이다. 이러한 태도를 갖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타인으로부터의 평판이 큰 부분을 차지한다. '나는 부정적인 사람이다'라는 인식을 상대방에게 굳이 심어주고 싶은 사람은 없다. 좋은 인상을 주어 협상을 유리한 방향으로 이끌길 원하지 구태여 안 좋은 이야기를 하여 얼굴 붉히길 원하는 사람은 적을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첫인상은 모든 것을 결정해주지 않는다. 협약을 할 당시에는 좋은 이미지로 시작했지만 과정에서 틀어지는 경우를 많이 듣는다. 시작한 연인들의 달달함은 헤어질 때가 되면 그 어느 때 보다 차갑게 식어있다. 그렇다면 첫인상만큼, 아니 그 이상으로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몇몇 유튜버들을 보면 모두 똑같은 이야기를 한다. 꾸준히 한다는 것이다. 최근 데이터 분석 공부 영상을 보고 있는데 이분도 벌써 유튜브를 시작한 지 2년이 지났다고 한다. 언뜻 보기엔 영상 수도 많지 않고 인기도 없어 보이지만(대부분의 프로그래밍 교육 관련 영상은 조회수가 많지 않다) 꾸준히 한 덕분에 지금은 다방면에서 기회가 오고 있다고 고백했다. 많은 유튜버들이 꾸준히 할 수 있었던 것은 흔한 말로 '하고 싶은 걸 했기 때문'이다. 첫 조회수가 많이 나오든 적게 나오 든 관계없이, 처음부터 높은 퀄리티의 영상을 만들지 못했다 하더라도 일단 시작했고 꾸준히 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특정한 일에서 가장 높은 성과가 나올 때는 아무런 보상 없이 그 일을 좋아서 할 때다. 즉 내적 동기가 높아야만 최고의 실적과 성과를 만들어낼 수 있다. - <차라리 이기적으로 살걸 그랫습니다> 중
과정은 매우 중요하다. 과정이 튼실해야 결과까지 이어 줄 힘을 실어줄 수 있기 때문이다. 과정이 좋다고 좋은 결말로 연결할 순 없지만 적어도 중간에 그만두고 싶을 때 마음을 다잡아 주곤 한다. 때론 좋은 결과 덕분에 과정이 묵살되는 경우도 있지만 좋은 결과는 예상보다 확률이 매우 낮다. 낮은 확률이기에 단 하나뿐인 결과에 모든 것을 걸기에는 위험 리스크가 매우 크다. 반면에 과정을 즐길 수 있다면 목표를 상황에 맞게 재설정하는데 도움을 준다. 과정 동안 학습한 충분한 경험치가 다른 좋은 결과를 내는데 밑바탕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첫 단추를 제대로 끼지 못했다고 두려워할 필요 없다. 잘못된 것을 다시 맞추는 과정에서 조금 귀찮거나 힘이 들뿐이다.
인생을 마라토너가 아니라 탐험가의 마음으로 살아가시길 기대합니다. 여러분의 탐험에 흥미로운 행운들이 잔뜩 깃들길! 마지막 목표가 아니라 그 여정에서 말입니다. - <열두 발자국>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