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덕근 Apr 06. 2022

경험이 지혜가 되지 않는 이유

누군가를 상담해주다 보면 가끔 불리한 상황인데도 불구하고 그것을 이기거나 버텨보겠다고 악을 쓰는 사람을 본다. 물론 위기는 기회라거나 힘든 경험이 나중에 자산이 되는 건 맞는 말이긴 하지만, 모든 경우가 다 그런 거라 볼 순 없다. 그중 최악은 적당히 해놓고 '다양한 경험 하나를 쌓았어'라고 자기 위로하는 것이다. 경험도 질적인 부분이 있다. 의미 있는 경험, 질적 경험을 하는 게 나중에 내게 큰 자산이 되는 것이지 단순히 '해봤다'식의 경험은 자기 합리화밖에 되지 않는다.


여행을 많이 다녔다고 해서 여행 전문가가 될 수 있을까? 여행을 소비성으로 간 것인지 생산성을 위해 간 것인지는 어떤 마음으로 여행을 다녔는지에 따라 다르다. 단순히 휴양으로써만 다녀봤다면 그 경험으로 어떤 생산적인 것을 만드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 만약 그게 가능했다면 한국은 여행 전문가로 넘쳐날 것이다. 코로나만 아니었으면 매년 여행에 대한 지출과 항공편이 매번 성장하고 있었으니 말이다.


지금 상황과 내가 하고자 하는 방향이 잘 맞는지 우선 살펴야 한다. 그래야 극복할 것의 성격인지 흘려 넘겨야 하는 것인지 판단이 서기 때문이다. 무턱대고 다 받아들이다 보면 체력이 다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정신력에도 체력이 있다. 그래서 어떤 사람들은 너무 강한 위기를 맞보고 나면 '이 분야는 나와 맞지 않은가 봐'하며 떠난다. 사실 전혀 다른 이유로 힘들었을지도 모르는데 말이다.


그렇다고 지레짐작하여 쉽게 포기하는 것 또한 문제다. 최근에 지인의 경우 다른 곳에 취업을 해야 하는데, 그곳에 평판만 보고 '여기는 안돼'라고 못 박는 것을 보았다. 물론 좋은 회사를 가기 위해 평판을 보는 것은 중요하다. 그러나 그 회사가 정말 그런 곳인지는 가봐야 아는 것도 있다. 회사에 대한 악플은 이미 그 회사에 좋지 않은 감정을 가진 사람이 작성했을 가능성이 높으며, 그에 동조하는 사람들이 쓴 댓글일 가능성도 높다. 어떤 사람은 겪어보지도 않으면서 남에게 들은 카더라로 사실처럼 쓰는 경우도 있다. 그런 글을 별다른 의심 없이 본다는 것은 반대로 말하면 자기 주관이나 기준이 없다는 뜻이다. 그래서 남이 말하는 것에 덥석 믿고 휘둘릴 뿐이다.


어느 공간을 가든 대접을 받는 사람이 있고 학대를 받는 사람이 있다. 아무리 좋은 회사라 하더라도 그 사람이 어떻게 했느냐에 따라 그곳이 천국이 되기도 하고 지옥이 되기도 한다. 물론 환경이 주는 절대적인 영향이란게 있고, 안 좋은 곳일수록 나쁠 확률이 높다. 그럼에도 어느 정도 감수해야 한다. 어느 회사든 어떤 부분에 대해선 나쁜 소리가 나오는 면이 반드시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때로는 적당히 알면서도 당해주면서 경험하는 것도 필요하다. 그러고 나서 판단해야지 누군가 하는 말들만 수집하여 믿고 따른다면 경험이든 기회든 한정적으로 할 수 밖에 없다. 누군가의 정보에만 의존해서 결정을 내렸던 사람은 항상 남에게 의존한다. 그래서는 자신의 기준을 세울 수 없다. 직접 부딪혀야 알고 있는 지식과 경험이 지혜가 되는 법이다.


아무리 좋은 원석도 다듬지 않으면 돌멩이일 뿐이다. 나라는 원석은 나만이 다듬을 수 있다. 수많은 세공사가 이게 좋다, 저게 좋다 하면서 관여하게 되면 그게 좋은 결과로 이어질 확률은 매우 희박하다. 주변의 조언이 나의 의견이 되어선 안된다. 마찬가지로 많고 다양한 경험은 참고이지 나를 만드는 결정적 요소는 아니다. 나라는 원석을 어떻게 다듬을지는 나만이 정할 수 있으며, 결정한대로 만들어지는 것이다.




함께 보면 좋은 글:

https://brunch.co.kr/@lemontia/714

https://brunch.co.kr/@lemontia/541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