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재능이 없나 봐
일 또는 공부를 하다 보면 어느 순간 벽을 느낄 때가 있다. 그럴 때마다 알 수 없는 불안감에 휩싸이며 위와 같은 질문을 스스로에게 하게 된다. 그리고 누군가는 이 질문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응하는데 반해 누군가는 소극적으로 대응한다.
적극적으로 대응할 때의 다음 행동은 다른 직업을 알아보는 것이다. 원 데이 클래스에 가본다거나, 학원 또는 강의를 찾아본다. 그중에 가장 괜찮아 보이는 것 또는 평소에 하고 싶었던 것을 선택한다. 그러다 운이 좋아 찾게 되면 업을 전향한다.
소극적으로 반응할 때의 다음 행동은 지금의 스트레스를 없애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 일에서 잠시 멀어진 뒤 평소 좋아하는 영화나 드라마를 찾아본다. 잠시 동안 일을 잊으면서 다른 데에 몰두해 있다가 다시 때가 되면 돌아온다. 돌아올 때쯤엔 마음이 점점 무거워진다. 이전 질문에 대한 답이 해결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전자처럼 행동했을 경우 운 좋게 찾을 확률은 얼마나 될까? 정확한 통계가 있는 건 아니지만 대부분은 실패하는거 같다. 주위 사람을 둘러보면 운 좋게 다른 직업을 찾아서 전향했다는 이야기를 거의 들어본 적이 없다. 어쩌면 내 주위의 사람들을 보는 거라 객관성이 부족할지도 모르지만 한번 주위를 둘러보자. 전향을 하겠다고 말은 하지만 막상 그러지 못한 사람을 더 많이 보게 된다.
그리고 전자와 같은 사람이 잘 없기도 하다. 원데이클래스든 강의든 둘 다 생각보다 많은 에너지를 쏟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투자했는데 그에 비해 효과가 나오냐는 질문에는 미지수다. 그러다 보니 가성비적 측면으로 보았을 때 무언가를 하면서 내 시간을 쏟는 투자보다는, 후자와 같이 제대로 휴식이라도 취하는 게 더 낫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재능이 정말 그렇게 중요할까?
타고난 재능이 없다고는 할 수 없다. 그러나 재능이 성공을 의미하진 않는다. 재능은 초반에 반짝이게 할지 몰라도 노력하지 않으면 그 가치가 0에 가까워지기 때문이다.
오히려 재능이란 단어는 무언가를 핑계 댈 때 가장 자주 쓰이는 단어 중 하나가 되었다. 나는 재능이 없어서 일을 잘 못하는 거야, 나는 재능이 없어서 불가능해라는 말처럼 무언가 합리화를 하는데 이것보다 적당한 단어가 없다. 재능이 없다고 하는데 누가 억지로 시키겠는가? 그러나 그 말에 가장 영향을 받는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나 자신이다.
누군가 나의 가능성에 한계를 정해놓으면 분노할지도 모른다. 당신이 뭐길래 나의 미래를 한정 짓느냐며 말이다. 그런데 스스로에게 그런 말을 할 때는 너그러이 넘어간다. 정말 그런 거 아냐?라면서 다른 재능을 찾아 나서거나, 진작에 포기한다.
사실 열정이 없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모든 사람이 다 같은 분야에 열정을 느끼지는 않는다
- <인피니티 게임>
재능이 없다고 낙담하는 것보다, 재능을 찾겠다고 방황하는 것보다 지금 내가 한 일과 선택이 잘 되게끔 만드는 것이 훨씬 더 가치 있다면 어떨까? 그 가치를 보다 더 빛나게 하기 위해 노력하는 게 더 값진 일이고 성공할 확률이 올라간다면 어떨까?
누군가는 이렇게 말할지도 모르겠다. 그걸 '확신할 수 없으니까 다른 걸 찾는 거 아니겠냐고'. 그런데 뛰어난 사람들, 혹은 역사적으로 위대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그들 중 자신이 재능이 있다고 확신하고 시작하는 경우는 거의 소수다. 대부분은 하다 보니 잘하게 되었고, 책임져야 하기에 책임지며 하다가 그 자리가 익숙해진 것이다.
지금 하고 있는 일이 내게 열정을 불어넣지 못할 순 없다. 그러나 그 일에 재미를 느끼기에 시작한 것 아닐까? 세상에는 수많은 직업이 있는데 기꺼이 그 일을 선택했다 한다면, 그 이유는 다른 것보다 관심이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모래알에서 진주를 찾는 것보단, 자신의 능력을 단련하는 게 더 빠르고 확실한 일이다. 누군가의 성공 스토리로 진주를 찾은 사람들이 있을 수도 있지만, 그것은 아주 소수에 불과하며, 그 이야기가 내 이야기가 된다는 보장은 없다. 그러나 나를 단련하는 것은 오롯이 나만이 할 수 있다.
나의 운명을 타인에게 맡길 것인가? 아니면 내가 개척할 것인가? 어쩌면 재능에 대한 답을 찾는 것보다 이것에 대한 대답을 먼저 하는 게 우선이 되어야 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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