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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과 Oct 17. 2018

병 - 기형도

내맘대로 시 오독하기 #2






이 시는 색의 혼합에 대한 시가 아닐까.

청춘을 상징하는 초록에 잔인하게 메말라가는 붉은 세월을 타면 노랑이 된다.

청춘 땐 내가 내 삶의 주인공 같았지만 중년으로 넘어가며 그런 감각은 희미해지고 누군가의 혹은 무언가의 변방으로 밀려나 풍경이 되어가는 느낌을 지우기 힘들다. 그 느낌은 최초로 겪는 느낌이라 아주 낯선 것이어서 ‘내 얼굴이 한 폭 낯선 풍경화처럼 보이기 시작한 이후 나는 주어를 잃고 헤매이는 가지 잘린 늙은 나무가 되었다’고 시인은 말한다. 그렇게 잔인한 붉은 세월에 지나온 초록에 더해지면서 사람은, 노랗게 단풍이 들어간다,

그 노화는 병이며 병명은 노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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