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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고 싶었는데 울지 않았습니다.

by Lena Cho

진료실로 들어온 의사는 나의 다리를 몇 번 만져

본 뒤, 전공의한테 무슨 암호 같은 말을 몇 마디

건네고 나를 컴퓨터 앞 의자로 와서 앉으라고

했다. 그러고 나서 엑스레이를 보더니 '많이

아프시죠?' 그런데 '수술은 불가능해요',

'약을 두 달치 줄게요'. '1년 후에 봬요...'


'많이 아프시죠?'

'약은 두 달치 줄게요', '1년 후에 봬요'

이 세 마디로 나는 아주 아픈 사람인데 진통

소염제를 두 달치 받았을 뿐이고, 그런데 다음

진료일은 1년 후다, '어쩌자는 거지?' 난 몇

달을 기다려 어렵게 잡은 진료 시간이었고,

주차장부터 병원 로비까지 발 디딜 틈 없이

복잡한 곳을 찾아 여기까지 어렵게 온 건데

좀 더 뭔가 있어야 하는 거 아닌가!


도떼기시장보다도 복잡한 병원을 나와 병원

마당에(?) 있는 이 나무와 마주했다.

나무를 보자 울고 싶었고 눈물이 쏟아질

거 같았는데 또 다음 진료도 남아 있고,

무엇보다 울어도 이 병원에선 울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살짝 나무를 붙잡고 마음과 정신을 다잡았다.


그 순간 눈물을 참는 내가 대견하기도 하고,

안탑깝기도 했다. 살면서 다 좋을 수만도

없고 분명 이 세상에 나만 슬픈 건 아닐 텐데

몸과 마음이 힘든 하루였다.


그래도 1년 후가 남아 있으니 남은 시간을

잘 살아가기로 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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