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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은 아니에요'

by Lena Cho

'지난번에 조직검사 한 건 악성은 아니에요',

와우, 이 말을 듣는 순간 온몸을 감싸고 있던

무거운 짓누름이 싹 다 날아간다.


암, 아직까진 누구에게나 참 무겁고, 두려운

단어 일 것이다. 그런데 그 검사를 해놓고

기다리는 동안, 누구한테 말하기도 두려워

혼자서 기다리는 일주일이란 시간은 참

말할 수 없이 더디고 무엇을 해도

즐겁지 않은 시간이었다. 뭔가 앞/뒤가

꽉 막힌 상자에 혼자 갇혀서 누구에게

다가가거나, 말을 걸 수도 없는 그런 느낌...



그러면서 기다리는 동안 나는 틈틈이 네이버

블로그 등을 살피며 암환자들의 Vlog글을

참 많이 보았고 젊은 사람들의 입, 퇴원, 수술

일지들이 빼곡히 많이도 있었다. 꽤나 성공적인

진료 일지들도 많았고,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었는데, 그 글을 꼼꼼히 읽는 나를 나조차도

가끔 황당해하며 속으로 '오버 좀 하지

말라'라고 혀를 끌끌 차다가도 손가락은

이미 다음 버튼을 누르며 눈이 먼저 다음 글을

읽고 있다.


그러다 마침 결과를 듣기 하루 전인 어제

점심시간에 평소 친하게 지내는 과장님한테

이런 상황을 말을 하였다, 사실 이런 얘기에는

듣는 사람도 선뜻 위로나 뭐라고 대답을 하기

애매하고 어려울 것이다.


그래서 우린 좀 과장되게 의레것 해줄 수 있는

최대한의 위로의 말을 건넨다.'괜찮을 거야,

너무 걱정하지 마'란 말... 그래도 위로가 된다.


아무튼 나는 오늘 오전 8;40분, 퇴원 후 처음

내원을 했고, 진료실 앞에 홀로 앉아 내 이름이

호명되기를 기다리는데 왠지 손가락 하나

까딱하기 싫을 만큼 무기력해진다, 속으로

'손수건이라도 장 챙겨 올 거 그랬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외래 진료시간 보려고 찍어 둠

드디어 진료실로 들어오라는 부름에 떨리는

마음으로 들어가 의사 옆에 작고 둥근 의자에

착석을 하고, 의사 선생님은 수술 시 찍은

컬러의 화질 좋은 여러 사진들을 보여주며

친절히 설명을 해준 뒤에, 여기서 안 좋아지면

예후가 안 좋아질있으니 추적치료를 열심히

해보자며 또 한 보따리의 약 처방전을 써준다.


진료실을 나오면서 약이 한 보따리든,

두 보따리든 치료할 수 있는 방법이 있고

다시 입원을 하지 않고, 집으로 되돌아가는

그 시간이 참 감사하다.


물론 앞으로 어떤 일이 생길진 모르지만

우선 지금은 어제까지 나의 몸과 마음을

짓눌렀던 무게는 온데간데없이 달아난 듯

온몸과 마음이 훨씬 가벼워진다.


이제 기약도 없이 기다려야 하는 아픈

무릎만 어떻게 해결되면 좋을 거 같은데,

우선 1년 뒤로 예약되어 있는 그날엔

뭔가 좋은 소식을 기대해 보기로 하자~


좀 더 홀가분한 마음으로 병원을 나와

집을 잠시 들렸다가 오전반차인 관계로

회사에 출근을 하는데, 생각해 보니 병원을

나와 이렇게 출근을 하는 것만으로도

감사한데 그냥 집에서 한 숨 푹 자고 싶다...


다행히도 회사는 출근을 하자마자 오전에

일거리가 많이 쌓여 오후시간은 눈 깜짝할

사이 퇴근 시간이 되었다.

얼마나 보람된 하루인가~


이렇게 오후에만 출근하며 살아도

꽤 괜찮겠다..


사람 욕심이 끝이 없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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