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에 감기란...
오뉴월을 넘어 7월에 감기에 걸리다.
7월에 감기라니 참 호사(?)스럽다...
장마와 땡볕 더위와 함께 제습과,
에어컨 바람을 너무 세게 해서일까
된통 감기가 걸려 버렸다, 처음엔
목이 간질간질하길래 설마 감기일까 하고
있었는데 그 간질간질함이 목소리를
아예 변하게 만들었고, 그에 따른
기침은 온몸의 관절 마디마기가 아플
정도로 잦고, 깊다...
어느 날은 퇴근을 하고 와서 소파에
누워 있는데 근육통과 함께 기침을
너무해서 인지 두통이 머리가 깨질 듯이
아팠다. 두통이란 게 딱히 어떻게 처치
할 방법이 없으니 편의점에서 파는
종합감기약과 쌍화탕을 때려 먹고
있는데도 기침은 둘째치고 두통이
너무 심해서 119라도 불러야 하나라는
생각까지 들 정도였다.
혼자 사는데 아프기까지... 사실 한 두 번
아파본 건 아닌데 날도 더운데 감기까지
걸리니 습한 공기와 함께 몸과 마음이
눅눅해지는 기분이다..
에어컨 바람은 회사에서 원 없이 쐬고
왔으니 집에선 잠시 꺼놔도 될 테지만,
빌라의 옥상 바로 아랫집이라 낮동안 열을
받을 대로 받은 우리 집은 퇴근하고
문을 열면 그 복사열이 그대로 나한테
전달이 된다. 또 요즘은 장마철이라
창문을 열고 다닐 수도 없으니 더위와
습함이 교차하는 좁은 공간의 더위를
이겨 낼 방도가 없어 또 퇴근을 하자마자
에어컨을 틀게 되고, 그러면 기침이 더 나고,
그래서 에어컨을 무풍으로 돌리고 얇은
이불을 뒤집어쓰고 있으면 그나마 살만하다.
거기다 신기한 게 어제는 기침이
절정에 이르렀을 땐데 밥을 한 끼도
먹지 않고도 전혀 배가 고프지가
않았다... 감기가 또 이렇게 입맛을
떨어뜨릴지 몰랐다... 그래도 약을
먹어야 하니 두유라도 하나 챙겨
먹는다... 어르신들 집에 가면 구석구석
두유를 몇 박스씩 쟁여놓는 이유를
알 거 같다.
오늘은 안 되겠어서 출근을 해서 아침에
병원 문을 열 때쯤 파트장님한테
감기가 심해서 잠시 병원을 다녀오겠다고
했다. 흔쾌히 허락을 해졌고, 찾아보니
회사 근처에 내과가 많아서 약 1시가량
걸려서 병원에 다녀올 수 있었다.
그냥 가까운 대로 검색해서 간 건데
좀 규모가 있는 병원에 깔끔하니,
의사 선생님도 친절했다. 나보다
조금 나이가 있어 보이는 연배에
여자 선생님이었는데, 약력을 보니
전북대 의대를 나온 선생님이었고, 그
옆으로 다른 의사 선생님들의 약력은
연대에, 유학파에 여타 서울 명문대
출신들이었다. 처음엔 왜... 굳이
이렇게 더 약력이 화려한(?) 사람들이
있는데 나를... 이 선생님으로 배정을
해졌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지만 진료를
받고 나니 선생님이 나의 말도 잘 들어주고,
설명도 차근차근 친절히 해줘서
화려한 약력의 편견은 싹 사라졌다.
암튼 의사 선생님이 약을 5일 치만 준다길래,
최대한 많이 주면 안 되냐고 했더니,
그렇게는 안된다고 했지만, 많은 약 가운데
몇 가지 주요 약들은 10일 치를 처방해 주었다.
그런데 신기한 게 내가 병원을 많이
다녀서 그런지 오늘 처음 단순 감기로
방문을 한 병원인데도 나의 대한
정보가 공유되나 보다. 서울대학교
병원에서 처방받은 약과 오늘 처방되는
소염진통제가 겹친다고 그건 한 가지만
먹으라고 하는 거 보니 말이다.
또 작년 연말에 미국을 다녀오고,
얼마 안돼서 병원을 갔었는데, 그 병원에서
나한테 해외 다녀왔냐고 물어서 깜짝
놀란 적이 있었는데, 지금도 그런지
모르겠지만 그때 미국이 원숭이 두창
위험지역이라 병원에서 원숭이 두창
위험지역 방문자라고 워닝(warning)이
뜬다고 했다... 나는 그런지도 모르고 갔는데...
세상에.... 나.... 코로나19에 이어 원숭이
두창까지 참 힘겨운 시간 속을 살아
왔고, 그 시간 속에 코로나19나 원숭이
두창 감염은 없었지만 여러 가지로
병원도 많이 갔고, 수술까지도 받았다.
세상이 갈수록 많이 편리해지는 거 같고,
이런 면에서는 여러모로 미리 감염도 막을 수
있고, 약도 중복 복용을 막고, 그럼 당연히
환자가 지출하는 돈도 줄어들 테니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
옛날엔 이런 거 없이 주먹 구구식으로
여기저기서 받아온 약들이 봉지봉지
쌓여있고 그 약이 무슨 약인지도 모르고
꼬박꼬박 챙겨 먹었으니 간과 위에도 얼마나
부담이 됐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요즘은 약 이름만 알아도 무슨 약인지
손쉽게 알 수 있으니 조금만 부지런하면
약도 더 건강하게 챙겨 먹을 수 있을 거 같다.
특히 고지혈증 약을 먹는 사람들은
자몽을 같이 먹지 말라고 한다,
자몽과 고지혈증 약의 무슨 상관관계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암튼 자몽은
피하는 걸로 하자.
건강은 건강할 때 챙겨야 한다는
말의 의미를 나이가 들수록 절실히
느낀다. 나이가 들수록 몸이 약해지고
면역력도 떨어지니 한 살이라도 어릴 때,
조금이라도 건강할 때 많이 움직이고,
운동도 열심히 해둬서 기초 체력을 다져
놔야 나처럼 7월에 감기도 안 걸리고,
관절염도 안 생기고 오래오래 건강하게
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