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Lena Cho Tour

Can you with me?

by Lena Cho

친구들이 아~주 오랜만에

서울로 놀러 오기로 했다,

늘 단톡방에선 거의 매일 이야기를

나누지만 이렇게 셋이서 직접 함께 보는 건

아주 아주 오랜만이다.


한 친구는 평택에 살고,

다른 친구는 용인에 살고 있다.

모두 직장을 다니고 있다 보니,

서울에 있는 나와 이렇게 셋이

만나는 건 생각만큼 쉽지가 않다.


어쨌든 요즘 불운이 폭발했던 나를 위로(?)

해주기 위해 친구들이 오랜만에

서울에 오는 만큼 그나마 내가 잘 알고,

괜찮았던 곳으로 가는 것을 제안했고,

그곳은 바로 창경궁, 창덕궁이었다.

어차피 이곳은 내가 자주 가기도 하지만,

지방(?)에서 오는 친구들에게 교통편도

우리 집보단 좋아서 회사 근처인 종각역에서

만나기로 했다..


아침 일찍 10시쯤 만나서 우린 편의점에서

간단히 바나나 몇 개와 물 3병을 사서

창덕궁으로 향했고, 이른 시간이었지만,

연휴라 이미 좁은 주차장에는 주차 대기줄이

서 있었다. 마침 운 좋게 나는 일찍 차를

세울 수 있었다.

이렇게 나의 창경궁, 창덕궁 투어는

시작되었고, 10시 반이 조금 넘은

시간이었지만 입추도 지나고, 근래에

태풍도 지난 간 마당에 오전부터 햇볕은

뜨거웠다.

가장 작은 발이 내발;

더운 날씨에 운동량 부족인 나는 친구를

잡고 걸어도 등엔 땀이 연신 흘러내렸지만,

걷다 쉬다를 반복하면서 걸으니 그나마

걸을만했다, 그리고 곳곳에 울창한 나무들이

많아서 그늘에 앉아있으면 땀을 식혀줄 만큼

시원했다.


사실 친구도 창덕궁 한 번 와보고

싶다고 해서 온 곳이었는데, 오란만에

만나니 궁은 뒷전이고, 서로 얘기하느라

바빠서 그냥 궁은 산책로 정도와 외국인 구경

정도로 나의 궁 투어는 마무리하고,

다들 이른 아침부터 움직였던 우리는

허기진 배를 채우러 점심을 먹으러 갔다.


다시 내 차를 타고 회사 쪽으로 와서

내가 알아본 식당으로 가기로 하고,

친구 중에 자극적인 음식은 피하는 게 좋다고

생각해서 메뉴는 전날 내가 알아본 샤브샤브로

정했다, 가격은 샤브샤브 1인당

58000원이고, 그 식당에서 가장 저렴한

가격이었다.

나는 1인당 58000원의 단일 메뉴는

내 돈으로 사 먹은 적이 없는 거

같기도 한데, 우린 그동안 여행 경비로

모아둔 돈이 있어서 그걸로 쓰기로 했다.


그런데 문제는 나는 이 길을 매번 걸어셔

다녔던 길이라, 차를 갖고 가니 좀

헷갈렸다, 원래 헷갈리면 안 될 만큼

자주 오간 곳이긴 하지만 길치인 나는

친구들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게 헷갈려

했고, 무엇보다 시위하는 사람들과, 의경,

및 경찰 버스, 시위하는 사람들이 타고 온

관광(?) 버스들이 도로 하나를 막고 길게

주차를 해놓아서 막히는 길이 더 막혀

도로는 엉망징창이었다.


어찌어찌 식당에 가서 약 2시간 정도

만족할 만큼 풍족하게 밥도 먹고,

디저트까지 챙겨 먹고 나와서 다시 차를 타고

회사 근처로 가야 하는데, 일방통행이라

온길로 다시 갈 수가 없어서 나의 길치 본능이

다시 시작되었다. 앞에 회사는 보이지만 차로

가는 길은 어디로 가야 할지 몰라 나는 오늘

처음 종각역에 온 친구에게 다급하게 내가

한 말이 '~야 나 저기 저 건물 앞으로 가게 해줘~'

말하고 나니, 나도 어처구니가 없었고,

친구도 당황해하면서 내비게이션을 켜라고

말을 했다..ㅎㅎㅎ 내가 방심했고만....


무사히 회사 건물에 주차를 하고 나서,

한 친구는 집에 일이 있어 밥을

먹고 먼저 내려갔고, 다른 친구는

나와 차 한잔을 하고 가기로 해서

넓디넓은 커피숍에서 여유 있게

차 한잔을 하고, 평택으로 내려갔다.

떠나는 친구의 뒷모습 눙물이..;

이렇게 급하게 시작된 나의 서울 투어는

5시쯤 마무리가 되었고, 소름 돋게

나는 내일 또 이곳을 와야 한다는

현실이 조금 슬프긴 하지만, 친구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것으로

위안을 삼기로 했다.


나는 웬만하면 쉬는 날 이곳을 오지

않는다... 가능한 절대로....


아무튼 나도 오랜만에 원 없이 수다를

떨고 나니 며칠간은 누구와 굳이 일부러

말을 하지 않아도 아쉬움이 없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