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켜보고 있다...
토리생활을 보면 참 단순하다,
아침에 내가 먼저 일어나 출근
준비를 하고 나서 토리 밥그릇을
씻고 테이블 위에 올려놓을 때면
침대에서 내려와 내 발밑에 자리를
잡고 짓기 시작한다.
살짝 무시를 하고, 적당량의 사료와
물을 따라 밥그릇을 올려놓는 곳에 올려두면
허겁지겁 먹기 시작한다.
토리는 먹는걸 참 좋아한다,
먹는 거에 환장한다고 표현하는 게
맞는 적절한 표현일지도 모르겠다.
그러고 나서 산책 나갈 준비를 한다.
토리가 따로 준비할 건 없으니,
내가 출근복으로 갈아입고, 현관문
쪽으로 방향을 틀면 그땐 쏜살같이
먼저 현관문 앞에서 자리를 잡고 있고,
내가 현관으로 다가가면 내가 문을 열 수
있도록 뒤로 빠져준다. 눈치가 9단이다.
그렇게 출근 전 토리를 데리고 나가 약 10분
정도 산책을 하고 돌아와 발을 닦아주고 나서
간식을 조금 주고 나는 출근을 한다.
이제 내가 퇴근을 하기 전까진 토리
혼자만의 본격적인 하루가 시작이 되고,
토리는 거의 하루 종일 침대 위에서 꼬물거리며
누워 있는다. 한 번씩 발도 빨고,
배도 빨아가면서 몸을 웅크리고
있기도 하고, 또 대부분의 시간은
배를 들어내고 대자로 편히 누워
있다가도 밖에서 소리가 나면
번개같이 침대 밑으로 내려와 현관문
앞으로 달려가 자리를 잡는다.
분명 내 차소리, 발자국 소리를
아는 거 같은데도, 이렇게 내가 아닌 소리에도
민감하게 반응을 하는 걸 보면
혼자만의 시간이 그리 좋진 않은 거 같단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런데 분명한 건 내가 아닌 소리에는
현관문 앞까진 가지만, 신발장 앞까진
가지 않는다.
다만 내가 퇴근을 하고 주차를 하면
그땐 달려와서 신발을 벗는 문 앞까지
달려와 마치 문과 대치라도 하듯 문에
코를 박고 있는다, 그러자 엘리베이터가
작동하는 소리가 나면 그때부턴 문을
긁기 시작하고, 그러다 이제 정말
토리와 내가 문을 사이에 두고 대치라도
하듯 내가 문의 비밀번호를 누르기 시작하면
그때부턴 짖기 시작한다.
그러자 문이 열리면 방방 뛰며 난리가
난다. 인형을 물고 오고, 나를 앞발로
긁고 말 그대로 난리 부르스가 시작된다.
난 토리의 흥분도가 좀 가라앉을 때까지,
토리 옆에 잠시 앉아 있다가 '가서 물 먹으라고'
말을 하면 그제야 내가 아침에 물그릇에
따라놓고 간 물을 허겁지겁 먹기 시작한다.
그때까지 물은 항상 내가 따라 논상태
그대로 남아 있다.
내가 없으면 볼일도 보지 않고, 물도 먹지
않고 진짜 하루 종일 침대 위에만 있는 거 같다.
내가 아침에 채워놓은 물을 거의 다 먹고 나면,
이제 또 두 번째 산책을 바로 나간다.
저녁 산책은 약 2~30분 분정도 한다.
토리는 아침산책에 응아를 했지만, 저녁산책
때도 응아를 한다.
비가 오면 밖으로 절대 안 나감..
그렇게 퇴근 후 산책을 마치고 와서 발을
닦아주고 토리 밥그릇을 씻어
다시 물을 채워주면, 또다시 물을 먹고
휴식시간을 갖는다.
그때 나도 씻고 간단히 저녁 준비를 한다.
대충 내가 먹을 저녁식사가 준비를 하고 나서
토리 밥그릇에 사료를 담기 시작하면
또 내 발밑으로 다가와 짖기 시작하고,
그렇게 두 번째 사료를 다 먹고 나서는
내 식사자리로 달려와 내 등을 앞발로
긁기 시작한다. 그때를 대비해 테이블
위에 올려둔 토리 영양제 두 알을 꺼내주면
맛있게 먹은 뒤에 내 뒤에서 누워 내가
저녁을 다 먹을 때까지 기다린다.
그렇게 저녁 식사를 모두 마치고, 대충
자리를 치운 뒤에 테라스 식물들에게도
물을 챙겨주고 나도 씻고 나면 그제야
나도 누워 휴식을 취할 수 있다.
그러다 자기 전에 토리 산책을 나가
10분 정도하고 와서 다시 토리발을 닦아주고
나면 토리와 나와의 공식적인 하루가
마무리된다. 토리한텐 어떨지 모르겠지만,
이것만으로도 나한텐 버거운 하루이다.
이렇게 토리 하루 일과를 되돌아보며
글을 쓰다 보니 토리 생활만큼이나,
인간인 내 생활도 참 단순하단 걸 알게 되었다.
식물들도 잘 자라고 있다.
단순한 게 좋지만, 너무 토리와 회사에만
치우쳐 사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기도 하지만 이거 외에 다른 활동을
추가하기엔 내 에너지가 너무 부족함을
느낀다.. 운동이라도 해야 될 텐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