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이다, 사실 오늘의 25년과 며칠 후의 26년이
크게 다를 건 없을 시 모르겠지만 오늘의 25년의
마지막은 아쉽고, 마음이 글로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로 뭔가 센치하고, 아쉽기도 하지만 그렇다고
25년을 붙잡고 싶진 않다.
그건 오늘과 다를 바 없는 내년일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뭔가 모를 새로운 기대감이 있기 때문이다.
내년 말에 우리 회사는 모기업과 합병을 앞두고,
많은 것이 달라질 거 같다. 하는 일도 업무 툴도,
그렇지만 무엇보다 가장 걱정이 되는 것은
새롭게 마주하게 될 사람이 제일 걱정이다.
잘할 수 있을까도 걱정이고, 잘 버텨 낼 수
있을까도 걱정이다. 이런 걱정을 친한
동료에게 얘기를 했더니, 그런 걱정은 되도록 다른
사람에게 얘기 하지 말라며, 그냥 모두 다 버티고
있는 것이니, 나도 그냥 그렇게 버티라고 한다.
그리고 끝에 붙이는 한 마디가 버틸기면 되도록 '긍정적으로
버티라고' 덧붙인다.
사실 나도 수많은 걱정 사이로 새로운 기대감도 크다,
좀 더 잘할 수 있을 거 같고, 내 인생에도 좋은 쪽으로
큰 변곡점이 될 거 같은 기대감과 설렘에서 말이다.
25년은 정글 같은 회사에서 성격에 맞지도않은
회사생활을 버텨낸 것만으로도 큰 성과라면
성과고, 나에게 건네는 큰 인사이기도 하다.
회사를 그만두고 싶었지만, 그만두지 않았고,
하루 세 번씩 하는 토리 산책을 한 번쯤은 미루고
싶었지만 미루지 않았다.
아주 가끔은 몸이 많이 아플 땐 좌절에 빠질 뻔도
했지만 그때마다 묵묵히 하루하루를 살아낸 것
만으로도 내 인생의 대단한 성과가 아닌가
할 정도로 다이내믹한 한 해를 버텨왔다.
혼자 산다고 해서, 이 모든 일들을 혼자서
버틴 것만은 아닌 거 같다, 언니들의 따뜻한 정이
있었고, 엄마 같은 푸근함도 있다.
그리고 힘들었지만, 토리가 주는 기쁨도 컸다.
또 가끔이었지만, 멀리 사는 친구들이 서울로
올라와서 모임돈으로 먹는 만찬도 좋았다.
개인돈으론 먹기 힘든 서울의 고급 호텔 뷔페와
파인다이닝 식당 등 말이다.
한 끼에 십만 원이 훌쩍 넘는 식사를 좋은
친구들과 함께 할 수 있는 건 나에게,
친구들에게도 특별한 경험이기도 했다.
또 힘든 회사생활에도 돌이켜 보면 따뜻한 위로와
작은 정성이 깃든 배려도 있었던 거 같다.
그리고 아파서 자주 찾는 병원에서 만나는
의료진도 나한테 참 친절했고, 회사 근처
자주 가는 커피숍 직원들이 아침마다 건네는
인사도 정겨웠다.
이 모든 것들이 가끔은 외롭고, 힘들 수 있는
1인가정의 서울살이 삶을 버텨내고, 계속
살아갈 수 있는 원동력이 아니었나 싶다.
살아가는 힘, 버텨내는 힘 둘 중에 어느 것이
더 중요한지는 모르겠지만, 두 개 힘을
단단히 붙잡고 내년엔 더욱 멋진 나다운
삶을 살아가리란 한 번 더 굳건한 다짐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