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Waving to you 10화

인도네시아 닭구이와 서양 음식

식도락 여행 - 1

by LenaMilk

해외여행을 하다 보면 한 가지 의아한 것이 있다. 앞으로 내가 하는 이야기를 보거나 듣는다면 서울의 숱한 피자와 파스타 식당의 사장님들과 셰프님들의 기분이 언짢아질지도 모른다. 지극히 개인적인 경험과 시각에서, 세상에서 양식이 가장 맛없는 곳은 서울이었다. 물론 미슐랭 3 스타 및 손바닥 만한 한 접시에 5만 원이 훌쩍 넘는 고급 레스토랑과 비교를 하는 것은 아니다. 사실, 파스타와 스파게티 그리고 피자라는 음식이 오마카세 초밥이나 값비싼 소고기를 구운 스테이크처럼 고급 음식은 아니지 않은가. 이번 여행에서 어쩔수 없이 먹었던 팬케이크및 조식들 그리고 브런치, 양식들은 서울의 양식 식당보다 수준급이었다. 그리고 그 이야기를 3편의 식도락 시리즈를 통해서 풀어나가고자 한다.


이번 여행 초반에는 인도네시아 음식의 참모습을 보며 너무나 즐거웠다. 발리에 도착하고 둘째 날 (지금까지 음식을 많이 언급하지 않은 이유는 이번 식도락 여행 시리지를 통해서 발리-인도네시아 음식에 조금 더 집중하고 싶었기 때문에) 찐 로컬 음식이 너무 시도해보고 싶어 숙소에서 바이크를 타고 20분 정도 달려간 곳에서 식사를 했다. 원래는 바비 굴링(babi gouling)이라는 발리의 전통 되지고기 음식을 먹기 위해 간 것인데, 나중에 안 것이지만 바비 굴링은 주로 점심에 먹는 음식이라 대부분 식당들이 저녁에는 닫는다는 것이었다. 구글 지도가 주는 정보만 믿고 움직였더니, 바비 굴링 집은 닫혀있었다.


다행히도, 그 식당 주변에 로컬 음식점으로 보이는 곳들이 있었기에 닭요리 전문점에 들어갔다. 한국식으로 따지면, 큰 재래시장 근처에 있는 허름하지만 미식가들의 입맛을 사로잡는 그런 고수의 느낌이 물씬 풍겼다. 그곳에서 아얌 바칼(Ayam Bakar)을 시켰다. 아얌 바칼은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의 음식이다. 숯불에 구운 닭 요리로 아얌(치킨) 바칼이라는 이름의 의미는 문자 그대로 로스트 치킨(roast chicken)이다.발리의 다양한 지역을 옮기며 여행을 했기에 이후에도 이 음식을 시도해 봤으나, 둘째 날 도전했던 이 로스트 치킨을 능가하는 곳은 찾을 수 없었다. 그날도 매운 것이 당겨 매운 소스를 주문했고 삼발소스와 함께 밥과 치킨이 서빙되었다. 치킨을 입에 넣는 순간 눈이 휘둥그레졌다. 한국은 21세기의 프라이드치킨의 이단아이자 치킨 선진국이 아니던가. 기름에 튀기거나, 오븐에 굽거나, 몇 시간씩 전기 구이를 한다거나 치킨은 이래저래 쓰임이 많다. 아주 매콤한 소스에 불닭을 만들고 그 위에 치즈를 올리면, 매운맛에 환장한 한국인들의 소중한 술안주인 불닭/치즈불닭이 완성된다. 다양한 치킨 프랜차이즈는 한국식 레시피와 서구 그리고 중국의 맛을 치킨과 결합하여 새로운 치킨 메뉴들을 선보이고 있다. 워낙 치킨을 좋아하는지라 여러 종류의 닭 요리를 먹어왔지만, 그곳에서 먹었던 아얌 바칼의 맛은 정말 탁월했다. 주문과 동시에 숯불에 구워주느라 음식이 테이블에 서빙될 때까지 약간의 시간이 소요되었지만 기다린 보람이 있었다. 치킨은 고소했고 소스는 너무 달지도 너무 짜지도 않았다. 심지어 가격도 한 접시당 한화로 2천 원 정도였다.

내가 주문한 Ayam Bakar 과 남편이 주문한 LeLe barkar

한 접시를 허겁지겁 비워도 닭다리와 허벅지 살 한 덩어리가 전부였기에 배고픔이 가시지는 않았다. 그렇게 한 접시를 더 추가해서 먹고 나니, 5 접시도 거뜬히 먹을 수 있을 것 같았다. 대식가는 아니지만 내 입맛에 맞는 음식은 그래도 꽤 많이 먹을 수 있는 식성이라, 한 접시 더 먹고 싶었지만, 소식가 남편의 제지와 함께 두 접시에서 멈춰야 했다. 계산을 하고 나서며 무더운 여름날 숯불 앞에서 닭과 생선을 굽고 있던 사장님께 엄지 두 개와 함께 "the best chicken I have ever had! so good, thank you"라는 말과 감사함을 전했다. 약간은 수줍어하시며 고맙다고 답하는 사장님의 얼굴에 선함이 가득했다.


아직 배가 안 채워진 상태라 바로 건너편에 있던 터키 음식점에서 디저트를 먹고자 들어갔다. 외국인 남성분이 먹고 있던 렌틸콩 수프가 너무 맛있게 보였다. 약간 뜨거운 수프가 계속해서 생각났던지라, 나도 렌틸 수프(Lentil soup)를 주문했다. 남편은 터키 디저트인 바클라바(Baklava)를 주문했다.




왼쪽부터 렌틸콩 수프, 바클라바 그리고 터키 전통 차


서울의 이태원을 걷다 보면 터키식 아이스크림과 디저트 집 그리고 터키, 모로코, 그리스와 같은 유럽, 아프리카 지중해 음식점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한국에서 터키음식을 먹어본 적이 없어 비교를 할 수는 없지만, 영국에 거주하며 어쩌다 한 번씩 먹었던 터키 음식만큼이나 맛이 훌륭했다. 무엇보다 가격이 매우 저렴한 것에 비해 퀄리티가 굉장히 높았다. 멋진 플레이팅이나 화려한 기술이 아닌 정말 터키 가정집에서 먹는 듯한 느낌이 나는 식당의 분위기와 음식 맛이 일품이었다.


신기하게도 발리 대부분의 호텔과 빌라의 조식은 양식이었다. 팬케이크와 전통 미국/영국식 블랙퍼스트 그리고 토스트와 같은 메뉴와 동남아 제철 과일 주스 그리고 차와 커피로 구성되어 있었다. 원래도 팬 케이를 좋아해서 매번 팬케이크를 시켜먹었지만, 아무래도 이렇게 서양인 여행객들의 입맛에 맞춰져 있는 것이 신기했다. 동남아의 경험이 많지는 않지만, 베트남만 하더라도 양식과 베트남 쌀국수 및 베트남 음식도 같이 준비되는 경우를 몇 번 봐서 그런지 이런 경험이 매우 신기하면서도 오묘했다.

발리에서 먹는 수박 주스는 한 여름 땀을 흘리며 고생한 나의 몸에 수분을 채워주었다. 한국 수박보다 덜 달달한 느낌.


길리에서 보낸 5일 중, 4일째 되는 날 길리에서 유명한 피자집에서 저녁을 먹었다. 피자집은 길리에서 관광객이 제일 많은 항구 근처에 위치했다. 구글 지도의 리뷰와 평점이 매우 좋고 높아서 큰 기대를 하고 방문한 곳이었다. 미국인인 남편은 버거도 좋아하지만 피자를 매우 좋아한다. 피자와 버거의 문화에서 성장한 남편은 당연히 피자와 버거 맛에 약간은 예민하고 까다로웠다. 약간, 한국인이 김치와 다양한 종류의 찌개에 예민한 것과 비슷한 것이 아닐까 싶다. 피자 레스토랑은 이미 만석이었다. 운 좋게 5분 정도 기다린 후 테이블을 잡고 앉아 메뉴판을 보는데, sour dough가 눈에 띄었다. 모든 피자가 sour dough로 만들어지는 듯했다. 사워 도우를 처음 먹어보기에 약간은 기대 반 걱정 반이었다. 우리는 남편이 가장 좋아하는 마르게리타 피자(Pizza Margherita)와 볼로네제 타 글리아 텔레(bolognese tagliatelle) 파스타를 주문했다. 평소에도 파스타를 너무 좋아하는 식성인데 다양한 파스타면 중에서도 한국의 칼국수 면같이 두툼한 타 글리아 텔레와 페네(penne) 그리고 스파게티면을 가장 좋아했다. 깔끔한 토마토소스나 혹은 신선한 알리오 올리오를 좋아했기에 고기 베이스의 소스인 볼로네제를 먹는 것은 정말 오랜만이었다.

서울에서 사워 도우 피자를 먹어본 적이 없는 남편은 잔뜩 신이 나있었다. 그렇게 20분 정도 기다리자 파스타가 먼저 나왔다. 약간, 발리 스타일인가 싶은 적은 음식의 양과 비례하듯 역시나 파스타도 매우 적은 양이었다. 하지만 맛은 정말 최고였다. 서울에서 먹어보지 못한 맛이었다. 그렇다고 아직 이태리를 가본 적이 없어 파스타의 본고장인 이태리의 현지 맛과는 비교할 수 없었지만, 이태리 곳곳을 여행한 남편의 말에 의하면 생각보다 현지 파스타가 별로 였다고 한다. 어찌됐건 이번에 시도하 파스타는 내 입맛에는 최고였다.


주변 지인들에게 자주 하는 말이지만, 서울에서 먹는 파스타 소스들은 너무 서울화 되어 있다. 토마토소스 조차도 가벼운 토마토의 맛이 아닌 이것저것이 섞인 아주 진하고 복잡한 맛이다. 무엇보다, 그 위에 치즈를 가득 뿌려주면 꾸덕꾸덕한 파스타가 되지만 파스타라는 느낌보다 또 다른 제3의 요리처럼 느껴졌다. 아니면, 가격에 비해 양이 너무 적다거나 , 너무 짜기만 했다. 그것이 내가 서울에서 파스타를 사 먹지 않는 이유 중 하나였다. 잘못하면 너무 느끼할 수 있는 고기 소스가 매우 가벼웠다. 이 전날에 점심을 먹기 위해 들어가 인도네시아 음식점에서도 토마토 스파게티를 시켜먹었다. 물론 스파게티 면은 시중에서 판매하는 면이었지만 토마토 소스가 매우 신선하고 가벼웠다.

Bolognese Tagliatella / Sour Dough Pizza Margherita / Tiramisu

그렇게 파스타를 다 먹어 갈 때쯤 기다리던 피자가 나왔다. 피자의 반죽은 매우 부드럽고 쫄깃했다. 이미 파스타를 먹고 약간 배가 부른 상태에서 2조각 정도 먹으니 배가 불렀다. 나머지 피자는 남편이 아주 깔끔하게 먹어치웠다. 남편이 보기에도 정말 수준 높은 이탈리안 피자였다. 사워 도우를 처음 먹어봤지만 일반 도우보다 감칠맛이 나며 쫄깃한 게 나의 입맛에 아주 잘 맞았다. 이제 입가심도 할 겸 이탈리안 티라미수를 주문했다. 티라미수는 티라미수 케이크와는 다른 조금 더 묽은 맛이었다. 디저트까지 완벽하게 먹고 나니 이런 퀄리티의 이태리 레스토랑이 서울에도 조금 더 많아졌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서울에서 즐겨먹는 피자 집들도 좋은 치즈와 재료 그리고 쫄깃한 도우를 화덕에 구워내어 치즈와 반죽의 풍미를 느낄 수 있게끔 빠른 속도로 배달까지 해주고는 한다. 하지만, 서울에서 경우 직접 만든 파스타의 면과 가벼운 소스 그리고 질 좋은 치즈를 좋은 가격에 즐길 수 있는 곳이 많지는 않은 듯하다. 기회가 된다면 이태리에 방문해 파스타 면을 만드는 것을 배워보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 시간이 갈수록 어떤 음식이던지 간의 짜기와 맵기와는 상관없이 조금은 가벼운 느낌을 선호하게 되는 듯하다. 적어도 나에게는 이런 변화가 일어나고 있었다.


그다음 챕터에서 계속해서 이어나갈 식도락 이야기에는 발리-인도네시아 전통 음식과 삼발 소스 그리고 음식 문화에 대해 다룰 예정이다. 그리고 음식과 관련된 웃지 못할 에피소드와 끊임없이 먹고 움직였던 순간들 나누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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