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Waving to you 07화

생각보다 바다 밑은 고요하다

한국의 부남 해변과 발리

by LenaMilk

Amed - Jameluk Bay


리얼 비치 라이프! 라 하면은 아무래도 길리 섬에서의 5일이 진정한 해변가의 삶이지 않을까 싶었다. 발리의 동쪽에 위치한, 낚시의 마을에 도착하기 전까지는...


지금까지 저렴한 비용으로 각각의 매력을 지닌 숙소들을 다녔다. 이번 숙소도 가격에 비해 아주 멋진 곳이었다. 일단, 나무로 지은 이층으로 구성된 통나무 집으로 구성된 소형 호텔이었다. 바닷가 바로 옆이라서 밤과 새벽에도 거센 파도의 소리가 가끔 시끄럽기는 했으나, 방의 바로 앞에 위치한 야외 테이블에서 아침과 점심을 먹으며 바닷가를 바라볼 수 있다는 것은 큰 사치였다. 방 옆에 작은 공용 풀장이 있었으나, 약간 관리가 지금까지의 다른 호텔들만큼 잘 유지된 느낌은 아니었다. 그래도 여전히 사용하는데 부족함은 없었다. 호텔에는 주로 연세 지긋하신 노인 부부와 잠시 쉬었다 가는 젊은 가족 단위의 투숙객이 전부인 듯했다. 주변에 로컬 음식점과 약간은 트렌디한 비건 카페와 레스토랑이 있는 것으로 보아, 이곳도 관광객이 꽤 모여드는 곳인 것 같았다.

호텔 식당에서 바라보는 바다 풍경

자! 이제 리얼 비치 라이프 스타일에 대해 이야기해보자. 나는 물을 엄청 좋아한다고 반복해서 말했다. 바다의 짠물도, 그리고 계곡의 차디찬 투명한 물도, 도시를 거스르는 강물을 바라보는 것도, 심지어 물을 마시고 차를 마시고 단 음료를 마시는 것도 모두 다 좋다. 살면서 많은 바다를 봐왔지만, 발리의 바다가 다른 어떤 곳보다 특별하다기보다는 특유 열대 지방의 바다가 가진 수영하기 적합한 온도를 가졌다는 것과, 바다의 세기가 그렇게 강하지 않다는 것(물론, 날씨와 지역에 따라 다릅니다.) 그리고 바다 밑이 아름다워 스노클링으로 유명하다는 것, 아마도 이것이 발리 바다의 매력일 것이다. 그리고, 이번 여행을 통해서 지역마다 물의 짜기도 다르다는 것이 자연의 신비를 체험하는 좋은 경험이었다. 무엇보다 숙소 앞에 바다가 있으니, 바닷소리를 노래 삼아 일기를 쓰고 독서를 하며 그리고 쓰고 싶은 글들을 끄적거렸다. 정말 무릉도원이었다. 밤의 모기 때문에 그리고 낮에 열심히 놀면서 얻은 피로 때문에 밤의 바다를 오랫동안 바라보지 못해 아쉬웠지만, 낮이든 밤이든 이곳에 있으면 책 한 권은 그냥 뚝딱 써볼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역시 사람은 자연을 가까이 둬야 하는구나를 다시 한번 몸으로 체험했달까? 하지만 한 가지 아쉬운 점은, 한국의 동해 바다와 다르게 바다의 바닥이 죽은 산호들이 많아 자칫 하면 발이나 무릎에 큰 상처가 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꼭! 아쿠아 슈즈를 신고 안전하게 물놀이를 즐겨야 한다.


첫날의 바다는 아름답고 잔잔했다. 다시 한번 바다에 몸을 맡기고 수영을 즐겼다. 다시 바다에 둥둥 떠다니기 시작하니 모든 것이 아름다워 보였다. 이렇게 된 김에 길리에서 도전해보지 못해 아쉬웠던 스노클링을 시도해보기로 했다. 그렇게 호텔에서 장비를 빌려 바다 밑을 관찰했다. 수족관에서나 보단 코발트블루의 작은 물고기부터 죽은 산호와 깊은 물 웅덩이 그리고 돌과 돌사이에 껴있는 성게까지 발견할 수 있었다. 바닷속 밑을 내려다보니, 내가 수영을 하며 지나 치던 곳들에 이런 큰 세상이 있었구나 싶었다. 사실, 몰랐으면 좋았을 것 같기도 하다. 약간 무서웠다. 혹시나 이상한 생명체가 있는 것은 아닌지(평소 상상력이 과도한 사람의 단점입니다.....) 망상을 펼쳐나가며 설렘 반 두려움 반 가득한 마음으로 바다 밑을 살폈다. 언제나 그렇듯 바다 밑은 고요하다. 바다 위는 파도 소리와 세상 시름의 소리로 가득하다. 휴양지에는 터질 것 같은 외국 팝 음악으로 시끄럽다. 그런데 바닷속으로 들어가는 순간 자동으로 세상 소음이 차단된다. 생각보다 요란스러울 것 같은 바다는 놀라울 만큼 고요하다.

바닷속 생명체들에게도 그들만의 약육강식과 시끄러운 바다 세계의 이야기가 있겠지만, 어디 인간사만큼 소란스러울까. 발리에서 돌아와 집 근처에서 시작된 큰 공사의 땅 파는 소리, 드릴 소리 그리고 흔들리는 우리 집까지.. 다시 한번 바닷속으로 들어가고 싶어지는 여름의 끝자락이다.


아쉽게도 둘째 날부터는 파도가 거세졌다. 파도가 거세지자 바닥의 모래들이 파도와 함께 움직이며 물의 색이 탁해지고 더 깊은 곳으로 가지 않는 이상 바닷속이 잘 보이지 않았다. 그래도 전날에 몇 시간씩 바닷속을 구경해놓은 덕분에 다행이다 싶었지만, 아쉽기도 했다. 물놀이는 해도해도 끝이없다. 하루 종일 물에서 놀았어도 그 다음날이 되면 또 하고 싶은게 물놀이다. 그정도로 물놀이를 좋아하는 사람이라, 바다의 거센 몸부림에 내 몸이 휘청거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거센 파도에 쓸려 넘어지는 바람에 돌에 살짝 다리를 베었다. 그러다 보니 다시 바다가 무서워졌다. 물에 익사한다는 상상보다 이렇게 보이지 않는 발밑에 내가 인지할 수 없는 것들로 인해 내 몸에 상처가 나고 크게 다칠 수도 있겠구나 생각하다 보니 다시 두려움이 스멀스멀 올라왔다. 역시, 자연을 즐기는 것은 하늘이 허락해야만 가능한가 보다. 비가 살짝 온다고는 했지만 이렇게 파도가 거세지니 바다에서 물놀이를 하는 것이 위험해졌다.


그렇게 비가 주룩주룩 내리기 시작하고, 다시 호텔의 테라스에 앉아 비 내리는 바다를 바라보았다. 이른 아침에는 바다가 거의 테라스 바로 앞까지 가득 차있었다. 아침의 몇 시간 동안은 바다에 떠있는 느낌이었다. 하루를 아무것도 하지 않고 보내는 것을 경계하는 편이다. 가끔은 아무것도 안 하고 쉬는 것이 너무 괴로워 집 앞 산책이라도 나가는 성격이다. 하지만 이날만큼은 아무것도 하지 않고 바다만 바라봐도 괜찮은 그런 날이었다.


발리 = 바다

라는 공식을 생각하다 보니, 여행 중에 한국의 바다에 대해 생각해보게 됐다.

한국 하면 아무래도 제주도와 강원도의 바다가 유명하다. 최근에, 강원도 삼척의 바다 두 군데를 다녀왔다.

결론부터 말하면 발리와 길리섬의 어떤 바다보다 강원도 삼척의 부남 해변이 더 좋다. 아니, 주변 환경까지 고려하면 당연히 발리가 더 독특하고 휴양하기 좋지만 바다만 놓고 봤을 때 부남 해변이 더 최고다!

물론 여름의 끝자락에 떠난 짧은 휴가였어서, 부남 해변 및 다른 삼척의 해안가에도 7~8월 중순까지의 휴가철보다는 확실히 사람이 매우 적었고 조용했다. 그래서 사람들이 북적북적한 때의 해변가를 비교할 수는 없겠지만 일단 물만 놓고 봤을 때 부남 해변이 압승이었다. (영화 '헤어질 결심'의 촬영지기도 합니다. 나중에 알게된 사실이지만..)


그 이유는 일단, 물놀이를 하기에 바닥이 모래사장이었다. 모래가 단단하면서도 촉촉했다. 맨발로 모래사장을 걷고 바닷속에서 걸을 때도 껄끌껄끌한 느낌 없이 매우 부드러웠다. 심지어 살면서 처음 느껴보는 촉감이었다. 그리고 바다가 정. 말 깨끗하고 깔끔했다. 물도 짠맛이 부드러웠다. 약간 날씨가 흐릿할 때 방문해서 그런지 파도의 세기가 약하진 않았지만 충분히 물놀이가 익숙한 이들이 조심을 하며 놀 수 있는 정도였다. 그렇게 내 턱까지 오늘 물의 깊이에서 수영을 하고 둥둥 떠다녔다. 그리고 발이 닿는 물의 깊이에서는 모래의 감촉을 느끼며 조금씩 걸었다. 감히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기분이었다. 분명 바람이 불어 쌀쌀했고 물의 온도도 차가웠지만, 춥다는 느낌보다는 정말 상쾌했다. 물이 너무 맑아서 작은 물고기들이 떼 지어 다니는 것도 볼 수 있었다. 아쉽게도, 스노클링 장비가 없어 시도하지 못했지만 혹시 다시 기회가 온다면 물안경이라도 가지고 가리라 다짐했다. 죽은 해파리들이 모래사장에 널브러져 있어서 혹시 바닷속에도 해파리가 있으면 어쩌나 싶기는 했다. 그렇지 않아도 삼척에 오기 전에 삼척의 한 해변가에서 해파리들이 사람들을 공격했다는 기사를 봤기에, 약간은 걱정했지만 얕은 데서 놀다 보니 그런 위험은 걱정할 필요가 없는 듯했다. 물이 맑고 깨끗하며 아쿠아 슈즈와 같은 보호 장비 없이도 모래의 감촉을 느끼며 물의 촉감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는 그런 한국의 동해 바다를 마음껏 느끼며 여름을 마무리했다. 자랑스러운 한국의 바다였다.


발리의 바닷물은 비교적 짰던 것 같다. 바닥도 고운 모래만 있던 것이 아니라 죽은 산호와 돌이 많았다. 물론 날씨 덕분에 지역에 따라 수온이 덜 차갑기도 했기에 물놀이하기에는 좋았지만, 생생한 바다와 웅장한 풍경을 느끼기에는 한국의 바다가 더 바다 다웠다- 라고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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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의 모양도 조금 더 웅장하고 꼿꼿하다. 한 가지 신기했던 것은 민간인들에게 동해 바다가 개방된 게 그렇게 오래되지 않았다는 것과, 과거의 군사시설이 몇 군대 남아 있다는 것과 여전히 바다를 감시하는 cctv가 24시간 동서남북을 감시하느라 움직인다는 것이다. 평화로운 느낌보다는 뭔가 삭막하면서도 외로운, 그리고 꼿꼿한 한국의 역사를 보여주기라도 하듯 산 바로 옆에 있던 부남 해변은 그렇게 바로 산이 있어서 인지 무인도에 고립된 느낌이 들면서도 시원하고 강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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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남 해변 / 길리섬 해변


결론은 아직까진 한국의 강인한 바다가 최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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