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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ENA Jun 13. 2019

회사를 때려치우다.

퇴사 합리화하기.

벽에 부딪쳤다. 물에 빠져 허우적 되고 있나? 말로 형용하기 어렵지만 종합적으로 말하자면 나는 요즘 매우 답답하고 숨이 자주 막힌다. 호흡계나 심혈관 관련해서 크게 문제는 없어 보이는데(사실 건강 검진받은 지 좀 되어서 염려스럽다...) 정신이 온전하지 못한 것 같다. 이유는 스트레스.


가만히 있다가 갑자기 한숨을 크게 쉴 때가 있다. 그러면 주변에 있던 사람들이 그런 나를 지켜보고 위로를 해준다거나 아니면 한숨 쉬지 말라고 쏘아붙이기도 한다. 듣기 싫다고... 그런데 정작 나 자신은 한숨을 쉴만한 걱정을 하고 있었던 것이 아니라 무의식 중에 한숨이 쉬어진 것이다. 그래서 나는 오히려 "내가 한숨 쉬었어?"라고 묻는다. 스스로 알아채지 못할 정도로 어지간히 스트레스받고 있는가 보다 하며 내가 안쓰러워진다.


그렇게 들어오고 싶다고 난리 쳐 들어온 회사였것만 2년이 지난 지금 쓴맛만 다시고 있다. 매일같이 정신없이 일하고 퇴근하면 쓰러져 자기 바쁘고 쉬는 날 또 자기 바쁘고...'나'라는 자아를 잃은 지 오래. 상처가 나서 곪아가고 있는데 터뜨리면 진물이 나올까 봐 무서워서 건드리지도 못하고 있는 기분. 회사에 머무는 시간이 한 달씩 늘어날수록 상처는 더욱 심하게 곪아갔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주변에서는 나를 가만히 두지 않았다. 내가 일을 안 하는 게 아닌데 단지 상사한테 아부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혹은 상사에게 '나 잘하지?'하고 광고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여러 차례 원하지 않은 '면담’을 거치고 나서부터는 있는 정나미가 떨어졌다. 그놈의 정치. 어딜 가나 정치를 하지 않으면 살아 남기 힘든 조직 생활. 내가 그렇게 정치를 잘했을 것 같으면 진작 정치가가 되었겠지 여기서 직원 관리하고 옷 장사하겠냐 싶은 생각에 울화가 치밀었다. 하지만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야 한다. 


그래서 나는 절을 떠나기로 마음먹었다.

 

막상 결정을 내리는 것은 꽤 어렵고 오래 걸렸다. 더 이상 이 회사가 내가 성장할 수도 배울 것도 없다는 깨달음은 진작에 얻었지만 스케줄에 치인다는 이유로 그냥저냥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어딜 가서 새로 시작해야 하는 귀찮음이 싫기도 했다. 또, 어디 가서 지금 받는 연봉만큼 못 받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도 있었다. 취업을 준비해본 사람이라면 아는 그 스트레스. 하지만 'enough is enough.'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


정상적인 생활이 점점 불가능해졌다. 일례로 화가 눈에 띄게 늘었다. 별거 아닌 일로 얼굴을 붉히며 씩씩대기 일 쑤였고 그 화를 표출하지 않으면 그대로 온전히 내 안에서 독이 되어 퍼졌다. 그리고 알 수 없는 무기력증에 시달렸고 잠을 많이 자기 시작했다. 잠을 자면 꿈을 많이 꾸었고 어쩔 때는 꿈속에서도 일에 시달리거나 무언가에 쫓겼다. 꿈을 꾸지 않는 밤이 거의 없었다. 식생활 패턴도 눈에 띄게 달라졌다. 예전에 입에도 안 대던 라면을 매일같이 끓여먹었고 라면을 먹지 않으면 정크 푸드를 입에 달고 살았다. 피자, 햄버거, 아이스크림은 일체 입에도 안 대고 운동도 열심히 했던 내가 나를 포기한 것이다.

 

매일 밤 꿈에 시달림.

회사를 그만두는 것이 극단적이다라고 생각한 것도 잠시 지쳐버린 몸과 마음이 이성을 이겼고 나는 몸이 하는 말을 듣기로 했다.


남들은 직장 생활하면서 돈도 모으고 한다는데 살인적인 물가의 뉴욕은 한 달 벌어 한 달 먹고사는 경우가 흔하다. 그나마 작년부터 열심히 내 월급 통장에서 매달 몇 백 불씩 돈을 떼어 연금을 들어두었더니 6개월 만에 한 달 일 안 하고 살 돈 정도는 되었다. 개미같이 일해서 겨우 조금 모은 돈을 꺼 내 쓰려니 헐벗은 느낌이었다. 하지만 그것마저 없었으면 오늘날 이 만한 사치도 못 누린다 생각하니 다시금 돈이 원수요, 돈이 좋긴 좋다.


자, 그럼 한 달의 시간 동안 나는 무엇을 할 것인가?

 

몸을 깨끗이 정화하고 싶다. 정확히 말하면 정신을 맑게 하고 싶다. 스트레스를 너무 많이 받아서 자기가 어두워지는 것을 경험해 본 사람은 정신을 맑게 한다는 게 무슨 말인지 공감할 수도 있겠다. 너무 지치고 힘들어서 내 주변에 검은 안개가 자욱한 것 같은 느낌. 뱉어내는 에너지 하나하나 긍정적이거나 희망적인 게 하나도 없는, 나는 어두운 사람이 되었다. 새로운 직장을 잡고 새로운 시작을 하기 앞서 온전히 나를 치유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음식도 다시 건강하게 먹고, 밖에 나가서 뜀박질도 하고, 바닷가도 가고, 그림도 그리고, 책도 많이 읽고, 글도 쓰고... 행복한 나를 찾아야 한다.


언젠가 지인과 나눴던 ‘끌어당김의 법칙’에 관한 대화를 상기해 보면 내가 하는 생각, 말, 행동이 에너지가 되고 지구 중력과 같이 인간은 모두 자기에게 끌어당기는 힘이 있다는 것. 이 끌어당김의 중심에 핵심은 자기가 내보내는 에너지가 어떠한가에 있었다. 내가 밖으로 보내는 에너지를 정화하는 일. 현재 회사에 남아서는 절대 이룰 수 없어 보였다. 그렇기에 나는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퇴사를 백 프로 결정하기 전, 퇴사 후기 글도 많이 읽어보고 뭔가 좋은 동기 부여가 될 만한 비디오도 몇 편 찾아보았다. 누군가 내 애타는 마음을 헤아려 대신 결정을 내려 주었으면 하는 심정으로 그렇게 여기저기 뒤적였다. 하지만 쉽게 결정이 내려지지는 않더라. 하지만 모든 감정이 쌓이고 쌓였을 때, 우리 모두 이때다 하는 때가 오는 것 같다. 미래에 대한 아무런 준비도 없이 당장 어떻게 될 몰라도 일단 퇴사는 하고 보자는 심정이 든다면 그때가 진정 퇴사할 때인 것 같다. 적어도 내 경험상. 미래에 대한 막연함과 불안감을 넘어설 정도로 현재 있는 회사가 진절머리 난다면, 다음날 회사 갈 생각에 병이 나는 지경이라면 그만두는 게 어쩌면 나를 위해 좋은 선택이 아닐까 싶다. 결론은 아무도 쉽게 당신의 퇴사를 결정해 줄 수 없다는 것. 나 스스로가 견딜 수 없을 정도로 힘들 때, 나도 모르는 사이 이미 결정을 하고 있을 것이라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현재 퇴사를 고민하고 있는 모든 이들에게 힘내라고 말하고 싶다. 퇴사를 할 것인가 현재 회사에 남을 것인가에 대답을 현명하게 구하라는 말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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