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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나팍 Jul 21. 2023

퇴사 후 나 홀로 떠나는 유럽여행, 그 출발선에서

20대 후반, 다시 길 위에서다. 사표 쓰고 떠난 여행기

* 20대 후반, 대기업 퇴사 후 떠난 유럽배낭 여행기를 시작합니다.



- 유럽? 왜 가는 거예요?

- 유럽에 가고 싶으니까요. 그리고 지금이 그때인 것 같아요



한 달간의 여행,

회사에 입사 후 언제든지 떠날 수 있을 줄 알았다.


그러나 입사 후 그게 불가능한 일이란 걸 깨닫기까지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한 달은커녕 1주간의 여름휴가를 얻기도 어려웠다. 첫 해 나의 여름휴가는 이틀이었다. 해가 거듭할수록 한 달 해외여행을 간다는 것은 이 직장을 관두는 날, 그러니까 은퇴 후 50대나 60대쯤이라는 확실한 사실을 알게 되었다. 직장을 옮겨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365일 돈을 벌기 위해 노동하는데, 30년 동안 단 30일의 휴가를 받을 수 없다는 현실이 곧 사회고, 직장이었다.


그래서 난 모두가 직장을 관둘 때는 다음 직장에 합격하고 관둬야 한다고 얘기했지만, 당당히 사표를 고 내 인생에 1년의 공백을 주기로 했다. 불안한 백수의 시기가 아니라, 가장 황금기가 될지도 모르는 무한한 자유의 시간을 내게 선사하기로 했다. 밥 사 먹을 돈이 없어 궁하게 더라도 괜찮다. 언젠가 다시 재취업이 되면 또 30년간 무한노동을 할 텐데 그깟 1년 쉬는 것쯤이야 별 일 있겠어?


그래서 퇴직금을 전부 여행 경비에 쓰기로 했다. 돈은 언제라도 다시 벌면 되지만, 시간은 내가 돈주고도 살 수 없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여행을 떠나는 최적의 시기는 바로 지금이다. 떠날 수 있을 때, 그리고 떠나고 싶을 때 가려고 한다. 스스로에게 무한 자유의 시간을 준 바로 지금 말이다.


다른 욕심은 없다.

길 가다 아무 레스토랑에 들어가 그 나라 사람들이 먹는 걸 먹어볼 것이다.  맛없으면 어떠랴. 그래도 이게 그 나라 음식인걸.


새로 사귄 친구랑 아침이 오지 않을 것처럼 밤새 수다도 떨어보고, 또는 파티도 즐겨보고, 아무 생각 없이 무작정 걷고 또 걸어볼 것이다.


길을 잃어도 상관없다.
헤매는 그 길조차 그 나라인 걸.
그 속에서 그냥 그렇게 다녀보고 싶다.




나는 지금 이 느낌이 너무 좋다.

내가 내 인생의 주인이 된 느낌이다.


타인에 의해 좌우되고, 타인의 시선이 두려워서, 미래가 불안해서, 그렇게 조종당하는 사람처럼, 회사에 끌려가는 것 마냥 다니던 나였다. 물론 퇴사 직전의 부서는 합리적이고 스마트하고 약간의 수평적인 조직문화도 있어서 일하기 괜찮았다. 그래서 조금 더 연장해 볼까 하는 망설임도 있었지만, 결국은 내 발전을 위해 만 4년을 채운 날, 나는 사표를 내고 회사를 나왔다.


그 종이 한 장을 건네기까지 몇 년간 무수히 많은 고민과 방황, 갈등과 번뇌가 있었다. 다른 길을 찾고, 준비하는 노력도 물론 더해졌다. 무엇보다 사회적 편견을 깨뜨리는 것과 미래에 대한 두려움과 불안함을 이겨내는 것이 가장 힘들었다. 가진 것을 내려놓기란 정말 큰 용기가 필요한 일이다. 다니는 동안 누구를 위한 삶인지 모르고 살았던 것 같다. 분명 모두가 '좋은 회사'라고 했는데 나는 전혀 좋지 않았다. 내 행복지수는 50 아래로 내려갔다.


누구나 말하는 좋은 조건을 가진 회사였다. 그리고 힘든 요건도 정확히 알았다. '맞지 않는 업무, 인간관계, 과도한 업무, 군대조직문화, 주말출근 등' 그런데 이런 공통분모는 어딜 가나 겪을 수 있는 문제라고 생각한다. 즉, 내가 이직을 해도 똑같이 발생할 수 있는 요소들이다. 그렇다면 굳이 왜 퇴사를 한 것인가?


나는 월급을 보며 일할 수 있는 타입의 사람이 아니라는 걸 알기까지 시간이 걸린 것뿐이었다.


내가 조금이라도 보람을 느낄 수 있고

즐길 수 있고, 그래서 잘할 수 있고

흥미를 가지고 능동적으로 일할 수 있는 곳!

전문가로서 한 스텝 발전할 수 있는 곳!



내가 선택한 일에 스스로 올인하는 직업을 가지고 싶다.


그게 내가 퇴사한 이유다.

동기부여가 되지 않는 일을 하는 게 내게 가장 곤욕이었다.


그렇다면 답을 찾았냐고?

그건 아니다.

산업군까지 찾긴 했지만 어디로 가서 어떤 직업을 얻게 될지는 모른다. 아직 확실한 건 아무것도 없다. 다만 확실해진 건 퇴사를 함으로써 내가 인생의 주도권을 다시 쥐게 되었다는 것이다.


나는 무엇이든 할 수 있는, 또는 될 수 있는 가능성의 키를 다시 쥐었다. 그리고 내 뜻대로 여행을 결정하고, 그걸 실행에 옮기는 이 순간이 행복하다.


유럽에선 어떤 일들이 기다리고 있을까?

많은 사람들을 만나 그들의 일과 삶, 가치관을 들여다보고 대화 나누고 싶다. 그렇게 지구 반대편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또 다른 시야가 열리고, 내 길을 모색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떠나는 게 망설여진다면 이 질문을 던져보라


지금 자신이 있어야 할 곳에 있는가?



나는 당당히 '아니요'라고 외친다.

그리고 그 질문의 답을 찾기 위해 다시 길 위에 선다.



기다려라 유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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