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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나팍 Jul 29. 2021

아나운서에 도전하다

나는 퇴사 준비생

“그래서 꿈이 뭔가요?”


퇴사라는 단어를 떠올리게 되면서 오랜만에 생각해 보는 질문이었다.

'내 꿈이 무엇일까? 대기업 입사가 내 꿈이었을까? 잊고 있었던 내 꿈은 무엇일까?'


초등학생 때 나의 꿈은 아나운서였다. 낭독도 잘하고 목소리가 좋다고 선생님께서 추천해 주셨다. 중학교 때 꿈은 모델이었다. 예쁜 옷이 좋아서 모델이 되어 전 세계 옷을 입어보고 싶었다. 고등학교 때 꿈은 통역사였다. 언어영역에 강했고 외국어는 언제가 가장 좋아하는 과목이었다. 그러나 남들과 똑같이 좋은 대학을 목표로 국영수를 공부했다. 대학교 때 꿈은 좋은 회사에 입사하는 것이 되고 말았다. 나는 ‘좋은’ 회사에 입사해서 꿈을 이루었다. 그런데 오늘의 나는 행복하지가 않다. 언제나 자유분방하고 하고 싶은 일을 하는 행복한 나란 사람은 과거형이 되고 말았다. 어느 날 대학생인 동생이 콧노래를 흥얼거리기에 신기해서 물었다.


“뭐가 그렇게 기분이 좋아?”

“응? 내가 뭘?”

“콧노래를 흥얼거리잖아”

“내가 그랬어?? 몰라. 나도 모르게 그랬나 봐”


지금의 동생처럼 흥이 넘쳤던 나는 콧노래는커녕 노래를 듣지도 부르지도 않는 무미건조한 삶을 이어가고 있었다. 콧노래가 도무지 나오지 않아서 한 번은 억지로 시도해봤다. ‘으~~ 으으음~~’ 하아... 그런데 실패하고 말았다. 정말이지, 콧노래를 부를 수 없게 되고 만 것이다.




나는 더 이상 외부의 시선에 끌려다니지 않기로 했다. 내 인생의 주인공으로 살기로 다짐했다. 내가 원하는 꿈을 찾아 하나씩 개척해 나갈 것이다. 심장이 두근두근 뛴다. 다시 살아있음을 느낀다. 결심과 함께 나 자신에 대해 본격적으로 알아보기 시작했다.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무엇을 잘하는지, 무엇을 하고 싶어 하는지, 무엇을 할 때 행복했는지를 하나씩 파헤쳐가기 시작했다. 꿈을 발견하려면 거기서부터 시작해야 할 것 같았다. 그렇게 나 자신을 공부하다 보니 장롱 속에 넣어 둔 꿈이 다시 슬며시 올라왔다. 바로 방송 관련 일을 하는 것이다.


다양한 경험은 그 사람의 인생을 풍요롭게 살찌운다. 내가 도전을 즐기고 많은 경험을 쌓은 이유다. 경험이 많으면 내가 언제 즐거운지, 언제 행복한지를 알게 된다. 인생을 그런 행복한 감정과 경험들로 채워나가는 것이 온전한 내 인생을 살아간다는 것이 아닐까?


경험의 조각들을 나열해보니 사내방송 사회를 보고, 리포터를 하고, 행사를 진행 한 경험들이 가장 즐거웠다. 게다가 대학교 1학년 때 나는 방송반에서 활동하려고 했다. 그런데 신입생 과 MT를 다녀온 다음날이 면접일과 겹쳤다. 초라한 행색과 피곤한 마음에 방송국으로 가려던 발걸음을 두고 수 없이 망설이다가 결국 집에 가서 잠이나 자고 말았다. 하지 않은 일은 두고두고 기억난다더니 그날의 갈림길이 이렇게 미련이 남을 줄이야. 나이가 생명인 방송일을 20대 후반의 나이에 밑바닥부터 시작한다는 건 자칫 무모해 보일 수도 있지만, 일단 지금 할 수 있는 건 뭐라도 해야 했다. 생각만 하면 생각만 하게 되니까.


그렇게 나는 퇴사와의 비밀연애를 시작하였다.

평일엔 회사에서 12시간씩 일하고, 주말이면 서울에 있는 아나운서 아카데미를 다녔다. 월급을 고스란히 학원비로 갖다 주었다. 한 달 교통비만 50만 원이었다. 토요일 아침 7:50분마다 기차역을 향해 전력 질주하는 여자가 있었으니... 바로 나다.  8시 기차를 타기 위해 출근시간보다 더 일찍 일어나 근처 기차역을 향한다. 정장에 구두를 신고 전력 질주해서 겨우 8시 기차를 타면 숨이 턱끝까지 차오른다. 헉헉.. 가쁜 숨을 몰아쉬며 가까스로 기차에 오르며 생각한다. 내가 지금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자고 이 고생을 하고 있지?


그렇게 3달을 서울과 지방을 매주 오가며 아카데미를 다녔다. 기상캐스터, 아나운서, 리포터, DJ 등 방송일 전반에 걸친 수업을 받으며 내린 결론은 ‘내 길이 아니다’는 것이다. 직접 배우고 경험해 보니 내가 열정을 쏟아 본업으로 삼고 싶은 그런 종류의 일은 아니었다. 3개월 동안 수백만 원의 비용과 시간과 주말을 온전히 바쳐 얻어낸 것은 ‘내 길이 아닌 것’에 대한 확신, 그것은 내게 수확이었다.



하고 싶은 일과 하기 싫은 일은 겪어보지 않고는 알기 힘들다. 유한한 시간과 경험, 기회비용을 고려하더라도 가급적 많은 경험을 하길 권한다. 그 경험 속에서 내가 느끼는 행복들을 온전히 기억하자. 그 순간들로 채워진 인생을 살아가려면 진짜 행복을 먼저 느껴봐야 한다. 먹어보지 않고는 알 수 없다. 진짜 맛집인지 아닌지. 해보지 않고는 알 수 없다. 진짜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이것이 내가 도전을 계속하는 이유이다.


기회는 누군가가 만들어주는 것이 아니다.

스스로 도전하며 만들어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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