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인지 모를 어릴 적 기억 저편의 강렬하고 빠른 비트에 맞춘 CF 음악이 소리치듯 맴돈다. 기타를 치며 거세게 머리를 흔드는 락커가 내게 추궁하듯이 계속 묻고 있다. “네가 진짜로 원하는 게 뭐야??!”(음원:니가 진짜로 원하는 게 뭐야-Crash) 미처 생각할 틈도 없이 말문이 막혀 있노라면 빨리 대답하라고 다그치듯 무서운 기세로 쏘아댄다. 대답하기 전까진 쿵쾅거리는 커다란 음악 속에서 나를 놓아줄 것 같지 않다. 내가 진짜로 원하는 게 뭐냐고? 떠밀리듯 대답을 툭 내뱉는다.
“나... 나도 몰라요, 아직은! 하지만, 지금부터 찾아가 보려고요”
내가 이직을 결심하게 된 원인을 한 문장으로 설명한다면, 입사할 때 위 질문을 해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단지 취업을 잘하면 고민이 해결될 줄 알았다. 걱정 없는 탄탄대로 인생만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 줄 알았다. 제 발로 이 길을 박차고 나갈 줄은 면접 문을 나오는 그 순간에는 절대 상상하지 못했다. 대기업 중에서도 으뜸인 이곳을 나와서 내가 가고자 하는 길이 도대체 어디란 말인가? 왜 기어코 이직을 해서 울타리 밖의 가시밭길을 가겠다고 자처한 것인가? 응원해 주는 사람도, 찬성하는 사람도, 아무도 없는데 말이다.
퇴사와 이직을 결정한 순간부터 나는 ‘물음표 세상’에 갇혔다. 하루에도 수십 번, 끊임없는 질문과 맞서 싸워야 했고 그 대답을 찾아가야 했다. 교과서도 없었고, 이정표도 없으며, 힌트도 없고, 참고서도 없었다. 오로지 그 대답은 끊임없이 묻고 답하는 과정을 통해 나의 내면 깊숙이 들어가서 스스로 답을 발견해 내야만 했다. 취업을 할 때는 이런 질문을 던졌다.
입사를 앞둔 날의 질문
- 기업의 인지도/연봉/복리후생은?
- 기업의 향후 발전 가능성은?
- 기업에서 하는 일은? 직원의 하루 일과는?
- 출퇴근 시간/근무지/평균 근속연수는?
그런데 질문에 ‘나’라는 주체가 빠져있었다. 일을 할 당사자는 나고, 그 하루를 살아낼 사람도 나고, 그런 날들이 모여 내 인생이 되는 것인데 정작 나란 사람에 대한 질문이 어디에도 없었다. 나는 이제야, 이제라도, 내 자신과 내 마음을 들여다보는 질문을 하기 시작했다.
퇴사를 앞둔 날의 질문
- 내가 진짜 원하는 인생이 무엇인가?
- 내가 행복감을 느끼는 인생과 직업은 어떤 모습인가?
- 내 꿈은 무엇인가?
- 내가 가치를 느끼는 일은 무엇인가?
- 내가 진정하고 싶은 일은 무엇인가?
모든 질문의 주어가 나로 바뀌었다. 드디어 제대로 된 질문을 하게 된 것이다. 의자에 나를 앉혀두고 나 자신과 정면으로 마주했다. 질문에 답해 줄 사람이 나 자신밖에 없기 때문이다. 온통 답을 모르는 질문 투성이었다. 빈 노트와 펜을 준비했다. 호흡을 가다듬은 뒤 떨리는 마음으로 내 인생의 연못에 파장을 일으킬 첫 질문을 던졌다.
나의 꿈은 무엇인가?
아직 명쾌하게 대답을 할 순 없지만 생각나는 대로 첫 페이지를 장식하는 글을 써 내려갔다.
“이렇게 펜을 잡았지만 막상 쓸 말이 없다.당장 1년 후, 5년 후의 내 미래를 그 누가 예측할 수 있을까? But 그 미래의 모습은 지금의 내 선택에 달려있다. 나는 지금 꿈을 가진 젊은 청춘이다. 제2의 인생을 Samsung과 함께 시작했지만 그 끝은 다르리라는 것을 나는 지금 깨닫는 중이다. 나를 찾아가는 과정, 나를 깨달아가는 과정은 ING다. 많은 가능성을 열어두었다. 하고 싶은 것도 대략의 것으로 있다. 그런데 이걸 어디서부터 갈피를 잡아가야 할까?
Question mark....
아직 나는 모르겠다. 부딪혀 봐야 알 것 같다.일단 한 발자국 내디디면 그 답에 가까워질 수 있지 않을까? 생각만 하면 생각만 하게 된다.
뭐든 도전해 보는 거지!! 나는 젊잖아 충분히?!!
자, 이제 뭐부터 할까? “
질문을 피해 ‘몰라요~ 나도 몰라!‘를 외치며 도망치고도 싶었지만, 그렇게 되면 계속 주변을 맴돌며 살아야 한다. 회사나 타인이 주도권을 쥔 환경에 휩쓸리고, 직업인으로서 진정한 만족감을 느끼지 못하고, 내면의 소리는 꾹꾹 눌러가며 참아내는 삶을 살아야 한다. 그게 싫다면, 지금의 질문에 제대로 된 답을 찾아야 한다. 답을 모르겠다면, 수백 번 묻고 또 물어서 결국에는 알아내야 한다. 그 끝에 내가 원하는 직업이 있을 것이고, 내가 그리는 삶이 있을 것이다. 모든 키는 내가 쥐고 있으며, 모든 것은 ’나‘로부터 출발한다.
20대 후반,'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길에 올랐다. 그 어느 여행보다 힘들고 험난하겠지만 가장 가치 있는 여행이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