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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나팍 Mar 14. 2022

엄마라는 직업으로 1,000일간 육아하며 느낀점

1,000일 축하해요~~
짝짝짝~~~~


아이가 1,000일을 맞이했다(32개월). 평소 100일 단위 기념일 별로 챙겨본 적 없는 엄마지만 1,000일만큼은 축하해 주고 싶어서 몇 달 전부터 달력에 표시해 두었다. 케이크 먹을 생각에 아이는 기념일을 손꼽아 기다렸다. 선물로 필요했던 신발을 사줬는데 갖고 싶은 것은 따로 있었나 보다. 특정 캐릭터 스티커를 사달라길래 잡고 가서 사줬더니 세상을  가진 것처럼 기뻐했다. 나는 몇 천 원으로 이렇게 기쁨과 행복을 느껴 본 적이 있었나?? 우리는 소소한 축하파티를 열어 행복한 1,000일을 기념했다.





1,000일을 맞이하여 나는 어떤 형태로든 육아에 대한 글을 남기고 싶었다. 1,000일은 숫자도 예쁠뿐더러 약 3년에 가까운 시간 동안 육아를 해낸 것에 대한 뿌듯함, 묘함, 여러 두리뭉실한 생각들에 의미를 부여해 기념하고 싶었다. 상을 준 사람은 없지만 수상 소감을 남기고 싶은 그런 느낌이랄까. 1,000일은 그동안 잘 자라준 아이에게 감사를 표하고, 아이를 키워낸 부모도 스스로를 쓰다듬고, 격려하고, 잘했다고 말해주기에 딱 좋은 숫자다. 이 시간과 감흥이 흘러버리기 전에 1,000일 육아에 대해 뭐라도 남겨보고 싶은데 방향이 떠오르지 않았다.


1,000일의 육아를 겪으며 '좋았던 순간', '힘들었던 순간', '가장 감동받았던 순간' 등을 기록할까? 왠지 식상하다. 뭔가 거창해야 할 것만 같았다. 그동안의 시간을 잘 담아내고 함축한 결과물을 내놓기 위해 1,000일의 시간들을 하나하나씩 다 떠올려봐야 할 것만 같았다. 그런데 이와 동시에 깨달음이 왔다. 1,000일은커녕 3일 전 일도 생각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1,000일간 엄마로 살면서 나는 많은 변화를 겪었다. 신체적, 정신적, 생활적, 시간적, 가치관, 우선순위 등 내 일상이 송두리째 바뀌었다. 나는 어느새 '엄마'라는 직업을 하나 더 추가한 채 3년을 달리고 있었다. 미처 그 사실을 깨달을 시간도 없이 3년이 순식간에 흘러버렸다. 3일 전 일이 기억나지 않는 내 모습에서 내가 엄마가 되면서 달라진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 봤다.


엄마가 되고 바뀐 나의 일상

- 남편이 좀 씻으라고 하지만 좀처럼 씻을 시간이 없다. 씻기 싫어서 그런 게 절대 아니다.

- 집에서 늘 종종걸음으로 바쁘게 돌아다닌다. 분명 치웠는데 다음날 또 똑같이 할 일이 많다.

- 삼시세끼 밥상을 차리는 일이 이토록 힘든 일인 줄 30년 넘게 몰랐다.

- 심심하다고 말하는 친구에게 부러움을 느낀다. 심심한 적이 하루도 없다.

- 집안일은 뫼비우스 띠다. 해도 해도 끝이 없다.

- 치우는 일은 색판 뒤집기 게임 같다. 한쪽에서 치우고 있으면 어딘가는 어질러져 있다.

- 휴대폰 통화목록 중 '발신목록'이 자취를 감췄다.

- 일, 육아, 살림을 하다 보면 나 자신이 뒷전으로 밀려나 있다.

- 예쁘단 말을 듣기 힘들다.


내가 이토록 헌신적인 사람이었나? 의도한 건 아닌데 어느덧 내 태도, 삶은 헌신적이 되어 있었다. 그냥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되어 있었다. '엄마'라는 직업이 생긴 뒤로 내 삶이지만 온통 내 마음대로 하긴 어려워졌다. 생일 선물로 갖고 싶은 것을 묻는다면 '혼자만의 24시간'을 얘기할지도 모른다. 돈을 주고도 사기 어려운 게 나만의 시간이었다. 겨우 아이를 재우고 내 시간을 가져보려 하지만, 아이와 함께 곯아떨어지기 바쁜 날들이 쌓여 눈을 떠보니 3년이 흘러있었다.


내 일상에서 '시간'을 가장 많이 내어주는 것 같다. 체력, 에너지, 집안일 등은 말할 것도 없다.


아이가 생기고 바뀐 것들은 또 무엇이 있을까?


아이로 인해 달라진 일상

- 집에 웃음소리가 늘었다. 아무것도 아닌 일, 평범한 일상에서도 웃을 일이 많아졌다.

- 우린 부부에서 가족이 되었다

- 양가 어른들의 웃음, 활력이 샘솟는다.

- 집에 맑고 고운 동요 소리가 자주 울려 퍼진다

- 가구와 배치가 아이 위주로 바뀐.

- 나들이 장소는 신생아 때부터 아이가 정한다(아이와 함께 가기 좋은 곳으로만)

- 강, 환경, 타인, 사회이슈 등에 좀 더 적극적이 된다. 나를 위한 세상이 아닌 내 아이가 살아갈 세상이기도 하기 때문

- 나의 모습을 아이가 스캔&복사한다. 아이가 처음 만나는 모든 것이 부모이기 때문에 올바른 언행, 자세를 갖고자 노력한다. 

- 진짜 어른이 되어가는 기분을 느낀다


쓰고 보니 육아의 좋은 점이 아직까지 많이 안 나왔다. 여기까지만 읽고 멈추면 곤란하다. OECD 출산율 최저 국가에 조금이나마 기여하는 사람이 되고 싶않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아이가 생기고 육아하는 엄마가 됨으로써 내가 얻은 것은 무엇일까??? 아이 자체로 선물인데 아이는 내게 많은 것들을 함께 안겨주었다.


아이가 있어서 알게 된 것들

- 알던 행복감의 최고치가 100이 었다면, 아이를 낳고 행복지수가 500까지 있다는 것을 알았다.

-  인간을 아무런 조건도 없이 사랑할 수 있음을 알게 되었다

- 기쁨, 벅차오름, 충만함 이런 단어들은 아이를 낳고 수시로 내게 찾아왔다

- 아이가 말썽 부릴 때 힘들어 소리치다가 가만히.. 지긋이 아이를 바라보면 세상에서 가장 해맑은 천사가 내 눈앞에서 말썽 피운 뒤 웃고 있다

- 이가 나를 아무 조건도 없이 사랑해준다는 사실이 불쑥 느껴질 때 뭉클하다.

- '엄마가 안아줄게'를 수백 번 외쳤는데 어느 날 아이가 도망가자 '엄마 좀 안아줘~ 제발'을 외쳤다. 아이가 나를 안아주고 있던 것이었다.

- 의 가치와 목적, 방향성이 '가족, 행복'으로 바뀌었다. (예: 나를 위한 성공 -> 가족의 행복을 위한 성공)

- 힘든 만큼 행복하다

- 아이 때문에 힘든데 이겨낼 힘도 아이가 준다



무엇보다 아이를 낳고 가장 큰 변화 다음과 같다.

 

사랑이란 단어가 내 일상으로 찾아들었다

사랑이 깃든 일상은 작은 것 같지만 매우 큰 변화였다. 50cm로 태어난 작은 생명체가 내게 행복지수를 500까지 끌어올려주는가 하면 하루 중 쉴틈을 5분도 안주기도 한다. 그런데 가진 것이 없어도 아이 하나로 다 가진 것 같기도 하고, 한 없이 힘들다가도 아이 미소 하나로 모든 게 눈 녹듯 사라지기도 한다. 정신없는 일상이지만 행복하고, 내 것이 줄어들지만(시간, 에너지) 네가 웃을 수 있다면 아무래도 상관없다. 내 웃음보다 네 웃음을 보는 게 더 기쁘기도 하다. 아무것도 아닌 일에도 함께 까르르 웃게 되고 아이의 몸짓, 말투, 하나하나에 덩실덩실 웃음꽃이 피어난다. 잔잔한 일상이 '사랑과 기쁨'으로 가득 찬다.


내가 더 열심히 살아야 할 이유가 생기고, 내가 더 훌륭한 인간이 되어야겠다는 다짐이 들고, 더 멋진 사회를 만들어야겠다는 의지가 생긴다.


아이는 내게 소중한 인생을 더 귀하게 살라고 가르쳐주고, 작은 것에도 크게 만족하고 기뻐하는 법을 알려주며, 어떻게 정신적으로 풍요로울 수 있는지 몸소 실천하며 알려준다. 엄마라는 이유로 가르칠 게 아니라, 아이에게 배우는 것이 더 많다. 내가 30년 이상 더 많이 살아서 아이보다 잘났다고 생각했는데, 아이에게서 배우는 인생의 진리나 깨달음이 더 많다. 그래서 '이가 어른을 키우는 육아의 재미'를 연재 중이다.


아이는 조건 없이 내게 사랑을 준다.

세상을 아름답게 바라본다.

미래를 아름답게 만들 힘도 가지고 있다.

즐거운 일이 참 많다.

주변을 환하게 밝히는 능력이 있다.

세상이 따뜻한 곳임을 알려준다.

돈보다 귀한 가치들을 일깨워 준다

들판에 핀 새싹으로 한 없이 즐거울 수 있음을 알려준다.


분명 내가 더 아는 것도 많고

내가 친구도 더 많고 가진 것도 더 많고

경험도 많고 능력도 더 있는데

아이가 나보다 훨씬 더 많이 웃고

매일 더 기뻐하고 즐거워하며

더 행복하게 사는 것 같다.



아이에게 '행복하게 사는 법'의 비결을 배워가며 앞으로도 성심껏 육아해야겠다.




나의 작은 천사야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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