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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나팍 Apr 03. 2021

20개월 아기가 아빠를 깨우는 방법


- 총명아~ 오늘도 아빠랑 즐겁고 행복한 하루 보내


아빠의 육아휴직 덕에 든든하게 출근하는 엄마다. 아이도 울지않고 의젓하게 엄마를 회사로 보내준다. 20개월 는 아빠와 1년 365일 붙어있는 소중한 시간을 보내는 중이다. 아이와 30년을 함께 산다한들 이렇게 하루 종일 오래오래 함께 할 시간이 지금 아니면 없을 것이다. 모두 각자의 일터로, 유치원으로, 학교로, 자신의 자리를 찾아가느라 보금자리에서 함께 머물 시간이 매우 짧을 테니까 말이다.



(아빠와 아이의 일상)


오늘따라 아빠는 피곤하다. 아침에 엄마를 배웅하고 돌아서서 아침차리고 나면 어느새 오전이 다 지나고 눈 깜박하면 점심시간이다. 간만에 마트를 다녀왔더니 차에서 낮잠이 든 아이. 아빠는 점심밥을 먹여야 한다는 일념으로 곤히 잠든 아기를 깨우기 시작한다. 옆에서 노래도 부르고 음악도 틀고 기침도 해 보지만 깊이 잠들어 실패하고 만다. 잘 자고 있는 아기를 굳이 깨워서 밥을 먹이려는 아빠의 노력에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몰라 그저 웃고 만다.


2시간 풀로 자고 일어난 아기 총명이, 밥을 먹이니 이제 아빠가 슬슬 졸음이 온다.


- 총명아, 아빠 조금만 잘게~ 흠냐흠냐

- 일어나~ 아빠 일어나~~!! 블록 놀이하자~


아빠 눈을 억지로 뜨게 하려고 손으로 눈꺼풀을 움직여보지만 소파에서 꿈쩍도 하지 않는 아빠


- 미안해 ~ 아빠 조금만 잘게 조금만~~

(아기 잘 때 같이 자면 됐을 것을~~~)


잠든 아빠가 일어날 생각을 하지 않자 아기는 혼자 서랍 뒤지고 책장도 뒤지 혼자 놀 궁리를 한다. 거실을 여기저기 다니며 손 닿는 것마다 어지럽히기 놀이를 시작하  냉장고에 다다른다. 냉장고 문을 힘껏 열더니 야채 박스를 열어 채소를 꺼내며 논다. 이내 이것도 지루해졌는지 다른 곳으로 장소를 옮긴다.



그때 문 열린 냉장고에서 나는 요란한 소리

"삐삐~ 삐삐~ 삐삐~~~~"



- 총명아~ 냉장고 문 좀 닫아줘~ (잠결에)

- (못 들은 척하는 아기)

- 총명아~ 가서 냉장고 문 닫고 와(괴로워하며)

"삐삐 삐삐~~~~ 삐삐~~~~~"

- (대꾸도 안 하는 아기. 못 들은 척)

- 총명아 문 닫아!!! 시끄러워 잠을 못 자겠어

- (듣는 시늉도 안 하고 옆에서 블록놀이 시작)


평소 같으면 즉문을 닫고 왔을 것이고 하다못해 "싫어! 아니야!" 대답은 했을 것이다. 그런데 아기는 천연덕스럽게 아빠 말에 아무런 대꾸도 안 하고 모른 척 블록놀이를 하는 것이다.


"삐삐~ 삐삐~~~"

닫을 때까지 울리는 냉장고 알람 소리 때문에 아빠는 할 수 없이 벌떡 일어나 냉장고 문을 닫고 왔다. 이로써 아빠의 낮잠 도전은 10분 만에 끝나고 말았으며 아기원하는 블록놀이를 아빠와 실컷 할 수 있었다.





오늘 밤 아기는 꿈나라에서 인형 친구에게 말하겠지. 똑딱똑딱~ 새로운 알람시계를 발견했다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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