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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아한우주 Aug 23. 2022

죽음이란 : 고치를 떠나는 나비

21 Ⅱ. 죽음에 대하여 ⑤ -2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가 설명하는 죽음은 매우 직관적이면서 영적이다. 앞서 소개한, 죽음은 끝이 아니고 다른 차원으로의 변화나 이동이라는 정현채 교수의 설명은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를 비롯한 죽음학 대가들이 일관되고 공통되게 이야기하는 것이다. 엘리자베스는 생명체의 죽음을 고치와 나비로 비유했다.


생명체의 몸이 고치에 해당된다. 육체적 죽음은 나비가 고치에서 벗어나는 현상과 똑같다. 그는 불치병을 앓는 어린이들에게 죽음을 설명하기 위해 실제로 벌레 모양의 헝겊 인형을 들고 다녔다. 고치(몸) 인형의 단추를 풀어 헝겊 안쪽을 펼치면 나비(영혼) 형태로 바뀌는데 죽음은 고치가 나비가 돼 듯 육체를 벗고 다른 차원으로 이동하는 것임을 보여준 것이다.


그는 몸은 영원불멸의 자아를 둘러싼 껍질, 오직 ‘잠시 살기 위한 집’에 지나지 않기 때문에 죽음은 그저 ‘한 집에서 더 아름다운 집으로 옮겨가는 것’이라 설명했다. 비유는 이해할 수 있는데 죽음이라는 게 정말 그런 것인지는 회의적인가? 고개를 갸우뚱거릴 이들을 위해 1991년 출간한 <사후생(On life after death)>의 본문을 옮겨와 본다. 


죽음의 경험은 출생의 경험과 같다. 죽음은 다른 존재로 새롭게 탄생하는 것이다. 우리는 수천 년 동안, 죽음 후의 세상과 관계된 일들을 무조건 ‘믿어야’ 했다. 그러나 죽음 후의 세계에 대한 이해는 믿고 안 믿는 신념의 문제가 아니라 ‘앎’의 문제다. 죽음에 대해 제대로 그리고 정말로 알기를 원하는가? 나는 말할 준비가 되어 있다. 이런 건 알고 싶지 않다고 해도 좋다. 어차피 한 번은 죽게 마련이고 그때는 누구나 알게 될 것이다.(*주1) 

Photo by Jack Chen on unsplash.com 

<사후생>에는 “당신도 죽을 때 알게 될 것이다. 이것은 믿음의 문제가 아니라 앎의 문제”라는 구절이 여러 번 나온다. 이토록 확신에 찰 수 있는 건, 30여 년간 고치를 벗어나 나비가 된, 즉 죽음으로 현생의 삶을 완결지은 수 천 명의 환자들을 보고, 임종의 문턱에서 살아 돌아온(임사체험) 많은 이들을 만나 이야기하며 내린 결론이 그만큼 명료했기 때문일 것이다. 고치와 같은 의미로 육체는 외투로도 비유된다. <사후생>에서 근사체험을 한 환자 이야기를 소개하는 대목이다. 


이 체험을 한 사람들은 모두 육체가 벗어버린 허물과도 같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우리가 과학적인 언어로 이해하려 한다면 죽음이라 부를 수 있는 것이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확실하게 알고 있었다. 죽음이란 나비가 고치를 벗어던지는 것처럼 단지 육체를 벗어나는 것에 불과하다. 죽음은 당신이 계속해서 성숙할 수 있는 더 높은 의식 상태로의 변화일 뿐이다. 유일하게 잃어버린 것이 있다면 육체이다. 육체는 더 필요하지 않다. 마치 봄이 와서 겨울 코트를 벗어버리는 것과 같다. 당신은 그 낡은 코트를 더는 입고 싶어 하지 않을 것이다. 사실상 이것이 죽음이 가진 모든 것이다.(*주2) 


엘리자베스는 독실한 기독교 신자였다. 그는 말년에 임사체험을 경험했고 그 이야기도 이 책에 담고 있다. 첫 책으로 펴내 죽음학 고전 반열에 오른 <죽음과 죽어감>과 말년 저작인 <사후생>은 22년의 시차를 두고 있는데, 처음 의대생들과 함께 죽음에 관한 세미나를 진행할 때만 해도 자신이 이런 죽음관을 갖게 될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다고 밝힌다. 


죽음학 대가의 깨달음은 인간이 죽을 때 겪는 심리 변화가 어떤 상실에나 적용되는 보편적인 원리라는 데로 나아간다.  


부정으로 시작해 마침내 수용으로 끝을 맺는 죽음의 5단계는 죽음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다. 사랑하는 이와 헤어졌을 때, 직장을 잃었을 때, 인생에 의미가 있는 소중한 물건을 분실했을 때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마음은 비슷한 궤도를 걷는다. 상실에 따른 보편적인 인간의 마음이 죽음에도 적용되는 것으로 보는 게 맞을 것이다.(*주3)


죽음이 특별한 사건이라 앞서 소개한 다섯 단계의 심리 변화를 거치는 것이 아니라, 죽음도 인간이 겪는 다양한 상실 중 하나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주1 : <사후생>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 최준식 역, 대화문화아카데미, 2012. p.17

*주2 : 같은 책 p.5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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