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더불어YIU Oct 18. 2021

뉴욕, 후회없는 사랑을 위한 여행

후회없이 사랑했다면 상처도 괜찮다.

내 친구 A에게는 사랑하는 여자가 있었다. 그 둘은 자주 티격태격했지만 서로 사랑했고 꽤 잘 어울리는 커플이었다. 그러던 중 여자는 보스턴으로 어학연수를 갔고 A는 한국에 남아 연애를 이어갔다. 하지만 대부분의 커플들이 그렇듯 장거리 연애에서 오는 사소한 오해, 서운함으로 잦은 다툼이 있었다. 그리고 결국 여자는 A에게 이별을 선언했다. 여자를 진심으로 사랑했던 A는 어떻게든 그녀의 생각을 돌려보기로 마음을 먹었다. 직접 보스턴으로 찾아가서 미안하다는 말과 함께 당신을 잃을 수 없노라고, 자신의 마음을 고백하기로 결단했다.


마침 A가 미국으로 출국하는 일정과 나의 여행 일정이 맞아 우리는 함께 비행기 티켓을 끊고 뉴욕으로 향했다. 그는 나와 함께 맨해튼에 함께 머물면서, 하루를 정해 당일치기로 보스턴에 다녀오기로 했다. ‘이별을 통보한 여자친구를 만나러 보스턴까지 간다?’ 나는 당시 A가 무모하다고 생각했다. 정황상 이별에 대한 여자의 결심은 확고해 보였기 때문에 나는 그가 수많은 비용과 시간을 들여 보스턴으로 가봤자 그녀의 마음을 돌리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나는 출국하기 전까지 A를 만나 수없는 설득을 했다. 기대를 가지고 비용과 시간을 들여 보스턴으로 갔는데 다시 그녀로부터 거절을 당한다면, A가 받게 될 심각한 마음의 상처가 걱정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의 결심은 변함이 없었다. 어떻게든 만나서 그녀의 마음을 돌려야겠다는 확고한 결심은 누구도 막을 수 없는 것이었다.


결국 우리는 뉴욕에 도착했다. A는 보스턴으로 떠나는 날까지 맨해튼 숙소에서 거의 나오지 않았다. 타임스퀘어의 화려함도, 브루클린의 이국적인 풍경도, 수많은 볼거리와 맛집들도 그에게는 아무런 의미가 없어 보였다. 한 가지 다행인 것은 그녀가 뉴욕에 도착한 A를 마지못해 한번 만나주기로 했다는 것이다. 보스턴으로 떠나는 전날까지 A는 거의 식사시간을 제외하고 숙소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그는 거의 매일 밤을 맥주, 와인 없이는 잠들지 못할 만큼 마음이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드디어 A가 그녀를 만나러 아침 일찍 보스턴으로 떠났다. 나는 그와 버스 정류장까지 동행하며 진심으로 잘 되기를 바래주었다. 많이 아팠던 만큼, 그녀가 다시 그에게 마음을 열어주길 진심으로 기도했다.


늦은 밤, A가 보스턴에서 돌아왔다. 불행하게도 그녀는 A를 향한 마음을 끝까지 열지 않았고 ‘다시는 날 찾지 말아 달라’는 말과 함께 그를 다시 뉴욕으로 돌려보냈다. 나는 심히 그가 걱정되었다. 수많은 비용과 시간을 들여 여기까지 왔는데 거절을 당했으니 얼마나 상심이 클까? 얼마나 마음이 괴로울까? 다시 한국으로 돌아가는 비행기에서 A는 무슨 생각을 할까?
 그런데 놀랍게도, 그의 얼굴은 처음으로 편안해 보였고 “너무 홀가분하다"라고 했다. 그리고 A는 곧 처음으로 술 없이 곤히 잠들었다. 이후 한국으로 돌아가는 날까지 A는 즐겁게 나와 함께 뉴욕을 여행했다. 마치 그녀에게 ‘거절’이 아니라 ‘다시 만남’을 약속받은 사람처럼 그는 행복해했다. 도대체 그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그가 다시 웃을 수 있었던 이유는, 그녀를 후회 없이 사랑했고 마음을 돌리기 위해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충분히 다했기 때문이다. 그는 자신이 사랑하는 그녀를 위해 모든 것을 다했다는 사실에 만족감이 있었다. 돌아보면, 헤어진 연인을 위한 A의 여행은 결코 무모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는 모든 걸 내어주는 사랑을 경험한 누구보다 행복한 사람이었다.


지금 누군가를 사랑하고 있는가? 그것만으로 당신은 큰 축복을 받은 사람이다. 모든 사람이 ‘사랑’을 경험하는 것은 아니며 뜨거운 사랑의 대상을 만난 사람은 소수이다. 한 번만 주변을 돌아보라. 의외로 ‘내 모든 것을 내어줄 수 있는 사랑’을 경험한 이는 많지 않다. 관계에 있어서 사랑하는 이로부터 내가 원하는 결과를 충분히 받지 못했더라도 당신은 이미 사랑을 모르는 많은 이들보다 앞서있다.


그러니 후회 없이 사랑하라. 다른 사람들이 당신을 보고 무모하다고 말할 정도로 사랑하라.



많은 사람들이 상처받을까 봐 사랑하지 않는다. 누군가 내 마음 깊은 곳에 찾아오는 것을 거부한다. 가벼운 만남, 상처받지 않을 정도의 사랑.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시대적인 트렌드라고 생각될 정도로 관계와 사랑은 가벼워졌다. 그러나 상처도 안될 정도의 가벼운 사랑은 아름다움을 만들어내지 못한다.
 사랑하는 사람이 당신에게 돌아서도 행복할 정도의 사랑을 원하는가? 젊은 날 당신의 인생에 아름다움이라는 기억을 선물하고 싶은가? 후회 없이 사랑하라. 그에게 더 잘해주고, 당신의 많은 것을 내어주라. 사람은 떠나도 사랑은 남는다.


그날 이후 약 4년 만에 A와 나는 뉴욕에서 다시 만났다. 서로 다른 일행과 함께 온 여행이었지만 하루 저녁 시간을 내어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 근처의 카페에서 만났다. 우리는 자연스레 4년 전 그날로 돌아가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대화를 나누는 동안 A는 분명 행복해 보였다. 한 사람을 위해 모든 것을 다했던 그의 기억에 그녀는 상처가 아닌 아름다운 추억이었다.
 
 지금 당신의 그 혹은 그녀는 누구인가? 당신의 사랑이 아름다운 이야기로 남길 응원한다.

이전 05화 2불짜리 수프에 행복을 담는 방법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