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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안 Aug 31. 2024

[교토] Day 9. 다시 교토

2024. 07. 25. 목요일

날씨 : 구름이 꽤 있으나 햇빛은 밝은 편. 하늘이 몹시 아름다움.




평소보다 30분 이른 시간에 알람을 맞추어 놓은 덕에 8시 반에 눈이 떠졌다. 오늘은 나고야를 떠나 다시 교토로 돌아가는 날이라 아침부터 서둘러 체크아웃 준비를 했다. 나흘 전 교토에서 나고야로 이동하던 날의 아침과 별반 다를 바 없었다. 그때보다 한결 능숙하게 짐을 싸고 프런트에 카드 키 두 개를 반납하며 체크아웃을 한 뒤 숙소를 나왔다.


버스를 타고 나고야역으로 가서 복잡한 나고야역을 헤치고 신칸센 노조미 자유석 티켓을 구매하였다. 여전히 정신이 하나도 없었지만 이미 한번 해보았기 때문에 그나마 덜 헤맬 수 있었다. 노조미 열차에 탑승하여 남아있는 빈자리에 앉았는데 얼마 후 지나다니던 승무원이 내 표를 확인하더니, 내가 앉은 좌석은 자유석 좌석이 아니라고 하셨다. 나는 자유석이 그냥 남은 빈자리에 눈치껏 앉으라는 뜻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자유석 전용 칸이 따로 있었다. 난 열차 거의 뒷부분인 14번 칸에 있었는데 자유석 전용 칸은 1~3번 칸이라 결국 다시 짐을 챙겨 열차 앞 칸으로 이동했다. 마치 <설국열차>를 방불케 하는 열차 횡단이 상당히 힘들었지만 그 덕분에 앞으로 신칸센 자유석 탑승법은 절대 잊어버리지 않을 것 같다.


교토역에 도착한 뒤 다시 사람들을 헤치며 출구를 찾아 돌아다녔다. 교토역과 나고야역 둘 다 진이 쏙 빠질 정도로 정신없는 곳이라는 점은 비슷하지만 그 성격이 다르다. 나고야역은 여러 빌딩들과 쇼핑몰, 레스토랑 등이 연결되어 있어 구조가 복잡한 대신 사람이 엄청나게 많진 않은 반면에, 교토역은 비교적 내부 구조가 덜 복잡하지만 사람 수가 나고야 역의 최소 1.5배는 되는 것 같다. 나고야역은 길이 헷갈려서 이정표를 주의 깊게 보거나 주변 직원들에게 물어보면서 가야 해서 힘들다면, 교토역은 그냥 사람들이 너무 많아 시끄럽고 정신이 하나도 없어서 잠시 집중력이 흐려지면 이정표를 놓친다. 지금까지 일본 여행을 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점을 꼽으라면 무거운 캐리어와 짐을 끌고 공항이나 역 등 복잡한 곳을 다니는 것이라 할 것이다.

교토역 정문

우여곡절 끝에 교토역을 빠져나와 근처 맥도날드로 향했다. 이번에는 지난주처럼 주문 실수를 하지 않고 버거 세트에 샐러드를 추가해서 잘 먹었다. 일본 맥도날드 중에는 내가 음식 트레이를 카운터에서 들고 가는 것이 아니라 일반 식당처럼 서빙을 해주는 곳이 있다. 지난번에 갔던 맥도날드는 내가 트레이를 들고 가는 형식이었는데, 이번엔 번호가 적혀 있는 팻말을 주고, 점원이 그 팻말을 보고 서빙해주는 형식이었다. 한국 맥도날드엔 없는 방식이라 신기하지만 또 어떻게 보면 일반 식당과 같은 것이니 이 방식이 오히려 더 자연스러운 것일 수도 있을 것 같다.


점심 식사를 마치고 걸어서 숙소로 이동했다. 걸어서 20분 정도 되는 거리라 버스나 지하철을 타지 않고 걸어갔다. 그런데 생각보다 너무 힘들었다. 오후 날씨가 더워도 평소처럼 슬링백만 매고 걷는 것이었다면 20분 정도야 별 문제없었겠지만, 캐리어를 끌고 백팩과 카메라를 추가로 맨 상태로 20분을 걷는 것은 상당한 고역이었다. 열심히 걷다가 숙소 근처 고조 거리에 도착하니 갑자기 시야가 탁 트이면서 아름다운 하늘이 눈에 들어왔다. 구름 한 점 없는 맑은 날씨가 아니라, 구름이 꽤 많은 하늘이었는데 구름들의 모습이 마치 누군가 일부러 예술 작품을 만든 것처럼 파란 하늘을 채우고 있었다. 덕분에 고조 거리로 들어서면서부턴 힘든 것도 잊고 열심히 풍경 사진을 찍으면서 숙소까지 걸어왔다. 숙소에 도착하니 오후 2시가 좀 안된 시간이었다. 체크인은 3시부터라 그냥 시원한 숙소 로비에서 대기하였다. 너무 덥고 힘들어서 도저히 짐을 맡기고 어딘가를 돌아다니다 올 자신이 없었다. 3시가 되어 체크인 후 숙소 객실을 들어가 보니 이번 객실도 상당히 만족스러웠다. 객실의 퀄리티로 따지면 첫 번째 숙소와 두 번째 숙소의 사이쯤 되었다. 이번에도 여러 어메니티와 벽에 붙어있는 작은 테이블이 있었지만, 체감상 면적은 두 번째 숙소보다 살짝 좁은 듯했다. 그래도 이번 여행 전체 22박 중 총 10박을 머무르게 될 숙소로써는 손색없는 수준이었다.

흐린 날씨였지만 아름다웠던 고조 거리의 하늘

여행지 이동에 지친 나머지 숙소에서 저녁까지 쉬다가 오랜만에 카모강 산책도 할 겸 식사도 할 겸 7시쯤 밖으로 나왔다. 작년 교토에서도 그렇고 지난주에도 그렇고 주로 카모강의 산조와 시조 거리 사이 구간 위주로 산책하였었는데, 이번엔 숙소 근처인 고조 거리부터 시조 거리까지의 강변을 따라 산책하였다. 산조와 시조 사이 구간에 비하여 사람들과 식당 발코니들이 적어 활기찬 느낌은 없었지만 그만큼 더 한적한 느낌이 들어서 좋았다. 덤으로 아까 숙소로 오면서 보았던 아름다운 하늘까지 더해서 마치 한 컷의 영화 장면을 보는 듯했다. 이번 여행이 끝날 때까지 매우 자주 산책할 길이 될 것 같다.

고조 거리와 시조 거리 사이의 카모강

저녁 메뉴를 고민하다가 마침 친구에게서 오늘이 중복이라는 말을 들었던 것이 생각나 미리 검색해 두었던 한식당으로 가서 삼계탕을 먹으려 갔더니 문이 닫혀 있었다. 아쉬운 마음으로 주위를 둘러보던 와중, 지난주에 발견했던 한국의 유명 치킨 브랜드 가게가 눈에 띄었다. 갑자기 교토에서 먹는 한국 치킨 맛은 어떨까 호기심이 생겨 식당에 들어가 치킨 반 마리와 감자튀김을 주문했다. 가격은 한국과 비슷했는데, 지금까지 갔던 일본 식당과는 다르게 점원들이 살짝 무뚝뚝했다. 치킨은 순살 치킨 반 마리 양 그대로였고 시즈닝 맛은 한국과 똑같았으나 치킨 식감은 살짝 떨어졌다. 호기심으로 한 번쯤 가볼 만 하지만, 자주 갈 정도까지는 아닌 듯하다.


식사를 마치고 5일 만에 카모강과 산조, 시조 거리 산책을 할 겸 그 근처를 걸어 다니고 있었는데, 어떤 이자카야에서 교토식 오코노미야끼를 판매한다는 광고판을 보았다. 교토식 오코노미야끼가 뭘까 또 호기심이 발동하여 가게에 들어가 그 안주와 생맥주 한 잔을 주문했다. 그런데 상당히 맛있었다. 사장님께서 사실 이 메뉴는 오코노미야끼랑 만드는 방식이 살짝 달라 오코노미야끼라 부르기엔 조금 힘들지만, 사람들 이해를 돕기 위해 그렇게 써 놓았다고 하셨다. 한국의 전과 빈대떡의 차이 정도라 생각하면 얼추 이해가 되는 듯하다. 계산할 때 사장님과 다른 손님 한 분이 내 엔화 동전 케이스를 보고 굉장히 신기해하셨다. 일본인들은 한국에 비해 현금과 동전을 많이 쓰면서 의외로 동전을 분류할 수 있는 케이스를 쓰진 않나 보다.


친구가 우여곡절 끝에 회사 연차를 쓸 수 있게 되어 내일부터 2박 3일 간 교토로 와 내 숙소에서 같이 지내기로 하였다. 교토는 처음이라고 하니 2박 3일 간 주요 관광지 위주로 여러 군데 같이 돌아다녀야겠다. 혼자 떠난 장기 여행에 손님이 찾아오는 것은 흔치 않은 상황이라 굉장히 기대가 크다. 친구가 간만에 얻은 휴가인 만큼 2박 3일 간 교토의 매력을 잘 느끼고 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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