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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안 Aug 29. 2024

[나고야] Day 8. 마지막 날에 만난 사람들

2024. 07. 24. 수요일

날씨 : 하루 종일 비는 오지 않았으나 어제보다 흐림. 늦은 저녁에 약간의 가랑비가 잠시 내리다 그침.




습관적으로 9시에 눈이 떠졌다. 일어난 김에 구글 지도에 저장해 둔 관광지들을 둘러보던 중 “도쿠가와엔”이 눈에 띄었다. 작년에 교토 은각사 정원을 보고 일본의 전통 정원에 대해 흥미가 생기기도 했고, 숙소에서 버스로 환승 없이 바로 갈 수 있는 곳이라 가보기로 하여 숙소를 나왔다. 짧은 여행을 할 때는 철저히 계획적으로 움직이는데 반해 아이러니하게도 장기 여행을 하니 훨씬 즉흥적으로 움직이게 되는 것 같다. 


도쿠가와엔은 말 그대로 도쿠가와 가문이 조성한 일본식 전통 정원이다. 정원과 도쿠가와 전시관이 함께 있었는데, 도쿠가와 전시관에는 크게 흥미가 없어서 정원만 둘러보았다. 정원은 큰 연못을 중심으로 그 주변에 조성되어 있는 산책로와, 작은 숲의 형태로 조성되어 있는 산책로 이렇게 두 구역으로 조성되어 있었다. 개인적으로 큰 감명을 받았던 교토 은각사의 모래정원에 견줄 만큼 인상적이지는 않았지만, 정원치곤 상당히 큰 규모와 전통적인 조경 디자인은 꽤나 아름다웠다. 화려하지 않으면서 연못과 그 주변 자연요소를 담백하게 드러내는 공간이 마음을 편안하게 해 주었다.

도쿠가와엔

도쿠가와엔 관람을 마치고 나와 인근에 유명한 라멘 식당을 찾아갔다. 약간의 대기 인원이 있긴 했지만 금방 자리에 앉을 수 있었다. 소금 라멘과 소유 라멘이 주력 메뉴였는데, 소금 라멘은 너무 아무것도 없어 보여서 비교적 맛이 익숙해 보이는 소유 라멘을 주문하였다. 맛있었지만 간장 베이스다 보니 살짝 물리는 감은 있었다. 그래도 충분히 훌륭한 맛이었고 가격도 적당해서 만족스러웠다. 한참 먹다가 뒤를 돌아보니 식당 내 대기 인원이 4배 정도로 늘어나 있었다. 어제 점심 미소카츠 먹을 때도 그렇고 타이밍 좋게 잘 온 것 같다.


점심 식사를 마치고 숙소에 돌아와 좀 쉬면서 빨래를 했다. 하루에 두 번씩 갈아입느라 빨랫감이 이틀 새에 좀 쌓이기도 했고, 이 숙소 세탁기가 좋아서 내일 교토로 돌아가기 전 한 번 더 빨래를 하고 가자는 생각도 있었다. 빨래를 기다리는 동안 8월 초까지 제출해야 할 대학원 과제를 하였다. 혹시나 해서 노트북과 외장하드를 가져오긴 했지만 여행지에서 작업을 하게 되니 한숨이 나왔다. 그래도 좋게 생각하면 여행지에서 작업하는 것도 장기 여행이니까 가능한 추억이지 않을까 싶다.


7시가 조금 넘어 해가 지기 시작할 때쯤 다시 밖으로 나왔다. 어제 갔던 히사야오도리 공원과 오아시스 21에 다시 가서 산책도 하고 저녁 식사도 할 생각이었다. 그런데 공원에 거의 도착하니 갑자기 비가 한두 방울 씩 떨어지기 시작했다. 이번 일본 여행에서 처음 보는 비였다. 일단 지하상가로 내려가 저녁식사를 마치고 지하로 연결된 오아시스 21에 있는 스타벅스에 가서 잠시 앉아 일본어 책을 보았다. 카페에서 나오니 한두 방울씩 떨어지던 빗방울이 어느새 가랑비가 되어 있었다. 편의점에 가서 접이식 우산을 구매하였는데 가격이 1,600엔이나 되었다. 예상치 못한 지출에 마음이 아팠지만 어쩔 수 없는 노릇이었다. 


시간을 보니 숙소에 들어가기에는 좀 아쉬운 시간이라 어제 갔던 타치노미 이자카야에 다시 들렀다. 사장님 두 분 중 한 분은 보이지 않았고 다른 한 분이 내 이름을 부르며 반갑게 맞아 주셨다. 오늘이 마침 내 생일이라 사장님께 말씀드렸더니 활짝 웃으시며 작은 이벤트도 해 주시고, 서비스도 주셨다. 어제는 간단히 말만 주고받았었는데 오늘은 사장님과 여성 점원 두 분, 그리고 단골손님 두 분까지 함께 꽤나 많은 이야기들을 나누었다. 늘 그렇듯이 나의 짧은 영어와 더 짧은 일본어, 이번엔 거기에 현지인 분들의 짧은 한국어가 뒤섞인 의사소통이었지만 오히려 그것이 재미를 더해 주었다. 우리의 주된 대화 주제는 서로의 이름과 나이, 그리고 “30분 무료 마사지”와 같이 한국과 일본에서 발음이 같은 단어, 한국에서 유명한 일본어, 중국어 공부 경험 등등 매우 다양했다. 특히 점원 중 한 분도 대학생이라 하셔서 그 분과 대학교 관련된 이야기를 많이 나누며 좀 더 친해지게 되었다. 중간에 그 점원분, 사장님과 인스타그램 팔로우도 교환하였다. 작년과 올해 5월 일본 여행을 포함하여, 현지인 분들이 짧게 말을 거신 적은 간간히 있었지만 이렇게 오래 대화해 본 것은 처음인 것 같았다. 평소에 식당이나 술집 등에서 사람들과 거의 대화 없이 식사만 해서, 식사 시간이 아무리 길어도 채 30분이 되지 않았었는데 오늘은 한 시간 반이 넘도록 즐겁게 이야기하며 술을 마셨다. 잊지 못할 너무 즐거운 경험이었다. 이런 경험을 나고야 여행 첫날이 아닌 마지막 날이 되어서야 하게 된 것이 조금 아쉽다. 정말로 나중에 나고야에 다시 방문하게 된다면, 꼭 찾아가고 싶은 술집이다.

타치노미 사장님이 만들어주신 작은 생일상

나고야의 마지막 밤이 끝나 간다. 교토와 다르게 나고야는 첫 방문이기도 했고, 이번 여행 안에 다시 오는 곳도 아니라 그 아쉬움이 상당히 크다. 하지만 4박 5일이라는 시간은 나고야의 매력을 느끼기에 충분한 시간이었다고 생각한다. 교토처럼 나고야도 다시 와서 머물고 싶은 곳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한달살이 Chapter 2. 나고야 끝
남은 경비

현금 101,471 엔

카드 230,000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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