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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안 Aug 27. 2024

[나고야] Day 7. 나고야의 메인 디쉬

2024. 07. 23. 화요일

날씨 : 맑고 화창함. 해 질 녘의 하늘이 몹시도 아름다움.




오늘도 어제처럼 주요 관광지 두 곳을 방문하기로 계획하였다. 오늘까지 나고야 주요 관광지들을 방문 후 내일은 일단 숙소에서 좀 쉬다가 주변 산책을 하거나 카페를 가고, 추가로 가보고 싶은 곳이 생기면 즉흥적으로 가볼 생각이다.


오전에 방문한 곳은 나고야 시립 과학관과 시립 미술관이다. 두 건물이 시라카와 공원 안에 이웃해 있어서 한 번에 가보기로 했다. 공원에 도착하니 먼저 과학관이 보였다. 중앙에 구 형태의 매스가 돋보여 상당히 미래지향적인 디자인의 건물이었다. 입장을 하려는데 입장 대기줄이 상당이 길었고, 대부분이 초등학생에서 중학생쯤으로 보이는 어린 학생들이었다. 혹시 어린이들을 타겟으로 하는 과학관인가 해서 후기를 다시 한번 주의 깊게 살펴보니 아무래도 맞는 듯했다. 어른들에게는 재미가 없을 수 있다는 평이 많아 그냥 대기 줄에서 나와 외관 사진만 몇 장 찍다가 미술관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미술관은 지하의 상설 전시실과 지상의 기획 전시실로 구분되어 있었는데 과학관과는 대조적으로 관람객이 거의 없었다. 기획 전시 내용이 내 이목을 끌만 한 주제도 아니었고 상설 전시만 관람하는 비용보다 거의 5배 가까이 비싸서 그냥 상설 전시만 관람하였다. 상설 전시는 나고야 화가들의 지역적 근현대 미술 작품들과 멕시코 미술, 파리 미술, 현대 미술 등으로 구성되어 있었는데 300엔이라는 입장료에 비해 작품도 많고 의미도 있어서 상당히 가성비가 좋다고 느껴졌다. 물론 서울 시립 미술관 정도의 규모나 전시에 미칠 정도는 아니지만 근처에 다른 관광지를 방문할 때 같이 방문해 볼만한 것 같다.

나고야 시 과학관

원래는 과학관과 미술관까지만 방문하고 숙소로 돌아올 계획이었는데, 과학관은 내부에 들어가지도 않았고 미술관 관람도 생각보다 일찍 끝난 탓에 시간이 살짝 남았다. 그래서 미리 알아 두었던 유명한 미소카츠 식당에 가서 점심을 먹고 그 근처에 있는 “오스 상점가”까지 방문하기로 하였다. 미소카츠 식당에 도착하니 다행히 대기 인원 없이 바로 들어갈 수 있었다. 메뉴판에 있는 다양한 메뉴들을 살펴보다가 양 옆 사람들이 먹고 있는 반반 미소카츠 메뉴를 주문하였다. 그런데 상상 이상으로 너무 맛있었다. 한입 먹고 맛에 화들짝 놀라 메뉴판을 다시 달라고 한 뒤 내가 주문한 메뉴를 사진으로 찍어 놓았다. 개인적으로 내가 지금까지 먹었던 돈까스 중 가장 맛있었다. 소스도 훌륭했는데 특히 고기가 매우 부드러워 거의 닭다리살을 씹는 느낌이 들었다. 한국 돈까스에 비하면 가격대는 조금 더 높긴 했지만 그만큼 양도 상당히 많아 연신 감탄사를 내뱉으며 먹었다.

미소카츠와 감탄하며 찍은 메뉴판

배를 든든히 채운 뒤 오스 상점가로 향했다. 오스 상점가는 나고야의 대표적인 아케이드형 상가로, 여러 시장들처럼 건물 사이 길에 반투명한 지붕을 덮어 상가 형태로 만든 것이다. 사람이 너무 많지도 적지도 않아 적당히 활기차면서도 복잡하지 않아 걸어 다니기에 좋았다. 지붕이 뙤약볕을 막아 주고, 양 옆 점포에서 나오는 시원한 에어컨 바람 덕에 크게 덥지도 않았다. 오스 상점가를 돌아다니다가 상점가 끝에 있는 불교 사원 “오스 칸논”도 방문했다. 시끌벅적한 상가 끝에 갑자기 불교 사원이 있어서 이질적이면서도 굉장히 신기했다. 큰 사원 건물과 앞쪽의 마당이 전부였지만, 접근성이 좋은 편이라 방문자가 꽤 되어 보였다.

오스 상점가와 오스 칸논

오스 칸논을 나와 더위를 식힐 겸 상점가에 있는 카페에 들어가 커피를 마시며 일본어 책을 보다 보니 어느덧 오후 1시 반이었다. 한창 더운 시간에 숙소에서 멀리 떨어져 버린 것이다. 그래서 기왕 이렇게 된 거 아예 그 근처에 있는 나고야 포켓몬센터까지 들렀다 가기로 결심하였다. 오늘은 야심 차게 휴대용 선풍기까지 들고 나왔지만 선풍기가 내뿜는 미미한 온풍은 나의 더위에 큰 해결책이 되어주지 못했다. 가는 길에 아까 점심을 먹었던 미소카츠 식당 앞을 다시 지나게 되었는데, 그 새 대기 인원이 매우 많아져 있었다. 내가 아까 타이밍 좋게 잘 방문한 듯하다. 35도의 무더위를 헤치며 열심히 걸어 나고야 포켓몬센터에 도착하였다. 교토 포켓몬센터만큼은 아니지만 여기도 꽤나 물건들이 많았다. 이것저것 신나게 구경하다가 예쁜 메탈 키링들을 발견하여 포켓몬을 좋아하는 대학교 후배들에게 다시 연락을 해서 마음에 드는 키링을 고르라 하였다. 메탈 키링은 교토 포켓몬센터에도 있었지만 이곳이 더 종류가 많은 듯해서 여기서 후배들 기념품을 사 가기로 하였다. 내가 보내 준 키링 사진들을 보며 매우 심사숙고해 고르는 모습이 너무 웃겼다. 


포켓몬센터를 나와 다시 무더위를 뚫고 숙소로 돌아왔다. 계속 누워서 더위를 식히다가 저녁 7시쯤 다시 나와 두 번째 관광지로 향했다. 두 번째 관광지는 나고야의 복합상업시설 “오아시스 21”이다. 오아시스 21에 도착하기 직전 바로 옆에 있는 “미라이 타워”와 미라이 타워 주변에 남북방향으로 길게 위치한 “히사야오도리 공원”을 먼저 방문했는데, 이 공원이 꽤나 예뻤다. 마치 섬처럼 큰 대로변 한가운데 길게 녹지가 있고, 양 옆에 각종 식당들과 가게, 카페가 도로를 따라 쭉 놓여 있었다. 중앙에 길게 호수와 산책로가 있었는데 전체적인 분위기가 너무 마음에 들었다. 나고야의 도시적 분위기 속에 다른 세상처럼 휴게공간이 있다는 점이 무척 매력적이었다. 한 번만 보고 가기 아쉬워 내일도 이 공원에 와서 산책할 생각이다.

미라이 타워와 히사야오도리 공원의 낮과 밤

오아시스 21에 가기 전에 공원 지하 식당가에서 식사를 했다. 오늘 저녁은 일식을 먹기 싫어서 다른 메뉴를 찾아보던 중 파스타가 눈에 띄었다. 비주얼도 괜찮아 보이고 가격도 합리적이어서 곧장 식당에 들어가 주문을 했다. 지하 식당가이긴 했지만 내부 인테리어가 너무 레스토랑 분위기라 혼자 들어와서 먹기에 살짝 부담스러웠으나 몇몇 손님들도 혼자 식사하시고 있어서 그냥 먹었다. 레스토랑에서 파스타를 10분 만에 다 먹고 나가긴 좀 그래서 20분 정도는 채우고 나갔다. 내가 혼자 여행을 여러 번 해봤지만, 다른 사람과 함께하는 여행과 비교했을 때 혼자 여행만의 큰 특징 중 하나는 식사 시간이 매우 줄어든다는 것이다. 식사할 때 함께 이야기를 나눌 사람이 많이 없으니 음식에만 집중해서 빠르게 먹게 된다. 물론 식당 입장에서는 매우 바람직한 손님이겠지만 내 입장에서는 1~2만 원가량의 돈이 20여 분 만에 사라지는 상황이 되어 꽤나 허탈하다. 


식사를 마치고 오아시스 21로 갔다. 여기도 상당히 개성 있는 디자인의 건축물이었는데, 큰 타원형 선큰이 있고 그 위를 유리로 된 타원형의 지붕이 덮고 있는 형태였다. 선큰 지하에는 많은 카페와 굿즈 샵, 그리고 지브리 스토어가 있어 많은 사람들이 돌아다니고 있었다. 이곳도 앉아서 쉬어 가거나 여기저기 구경하며 시간을 보내기에는 안성맞춤인 곳이었다. 히사야오도리 공원에서 산책하다가 여기 와서 커피 한잔하면서 쉬면 딱 좋을 것 같다.

오아시스 21

오아시스 21을 나와 바로 숙소로 가려니 뭔가 아쉬움이 남아서 이자카야를 들렀다 가기로 했다. 일본 여행 유튜버가 추천했던 타치노미 이자카야로 갔는데, 사장님 두 분이 매우 외향적인 분들이셨다. 짧은 영어와 더 짧은 일본어에 바디 랭귀지를 좀 섞으니 어느 정도 의사소통이 되었다. 사장님과 간단한 이야기를 주고받던 중 내 이름을 물어보셔서 대답해 드렸더니, 작은 쿠폰 북에 내 이름을 일본어 발음으로 적어 주셨다. 내 이름을 일본어로 본 것이 처음이라 너무 신기했다. 나고야에 얼마나 머무는지 물어보셔서 목요일에 떠난다고 하니 그럼 내일도 오라고 하셨다. 메인 안주인 모둠 튀김 맛도 상당히 좋았기에 별일 없으면 내일도 들려야겠다. 

타치노미 사장님께서 주신 쿠폰북

저녁에 친구가 내게 일본여행 일주일 된 시점의 소감을 물었다. 벌써 일주일이 되었는지 인식하고 있진 않았던 탓에 친구의 질문을 계기로 일주일간의 여행에 대한 생각을 되돌아보았다. 한마디로 너무 행복하다. 타지에 와서 새로운 관광지를 방문하고 새로운 언어를 사용해 보고 새로운 음식을 먹는 것도 너무 즐겁지만, 이 행복함의 본질적인 이유를 생각해 보니 “자유” 때문인 듯하다. 여행을 하기 전 일상에서는 여러 일정이나 과제, 그리고 다양한 고민거리에 묻혀 항상 답답한 상태였다. 근데 혼자서 길게 여행하다 보니 “어디 가지, 어떻게 가지, 뭐 먹지”가 고민의 전부이다. 심지어 혼자이기에 일정 계획이나 변동 등도 자유롭게 할 수 있다. 잠시나마 일상의 고민거리에서 벗어나 무한한 자유로움을 느끼게 해 준다는 것이야 말로 여행이 내게 준 선물이다. 솔직히 여행지가 아닌 서울에서도 별다른 고민 없이 여행하듯 살면 행복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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