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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안 Aug 24. 2024

[나고야] Day 6. 나고야의 과거와 현재

2024. 07. 22. 월요일

날씨 : 어제만큼 화창하며 어제만큼 무더움. 늦은 저녁에 아주 잠깐 가랑비가 내려서 조금 습해짐.




오늘도 평소보다 일찍 일어났다. 개인적으로 나고야 관광지 중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두 곳을 오늘 다 가보기로 정했다. 언제 비가 올지 모르니 날씨가 맑을 때 주요 관광지들을 빨리 방문해야겠다는 생각이 제일 컸고, 먼저 나고야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며 전체적인 분위기를 파악한 뒤 주변을 돌아다니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기 때문이다. 


오늘 방문하기로 한 두 곳 중 하나는 바로 나고야 성이다. 나고야 성은 오사카 성, 구마모토 성과 함께 일본의 3대 성 중 하나로, 도쿠가와 이에아스가 건설한 일본을 대표하는 성 중 하나다. 나고야 성의 입장 가능시간이 오전 9시부터 오후 4시 30분까지였기 때문에 나고야 성을 오전에 먼저 방문하기로 하였다. 마침 숙소랑 크게 멀지 않아 걸어서 도착 후 입장료 500엔을 지불한 뒤 입장하였다. 작년에 가 봤었던 오사카 성과 비교하여 건축물들의 색이나 형태 등 외관이 꽤나 유사했고, 비교적 나고야 성의 규모가 좀 더 작은 듯하였다. 그런데 천수각 사진을 열심히 찍다 보니 이유는 모르겠지만 나고야 성 천수각이 오사카 성 천수각보다 묘하게 주변 자연과 조금 더 잘 어울린다는 느낌을 받았다. 오사카 성 천수각은 혼자 독립적으로 존재감을 드러내는 느낌이라면 나고야 성 천수각은 뭔가 주변 조경과 좀 더 잘 융화되어 있는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 정확한 이유는 모르겠지만 나는 미묘한 분위기 차이를 분명 느꼈다.

나고야 성 천수각

나고야 성을 둘러본 후 근처에 있는 유명한 히츠마부시 식당에 점심을 먹으러 갔다. 히츠마부시는 나고야식 장어 덮밥으로, 일반적인 장어덮밥 우나기동에 비해 맛을 좀 더 다양하게 즐길 수 있다는 특징이 있다. 히츠마부시 자체도 가격대가 있는 음식이고, 또 관광지 근처 식당이다 보니 1인분 값이 상당했지만 그래도 이왕 나고야 성에 온 거 한번 먹어보자는 마음으로 주문하였다. 직원분의 설명에 따르면 히츠마부시는 세 단계로 맛볼 수 있다고 한다. 처음은 그냥 장어덮밥처럼 맛을 보고, 그다음에 와사비와 파를 올려서 함께 먹어보고, 마지막은 거기에 김가루와 다시국물을 넣어서 자박하게 말아서 먹어 보라고 하셨다. 한번 시키는 그대로 먹어 봤는데 확실히 맛있었다. 솔직히 두 번째 방법까지는 그냥 장어덮밥 맛이었는데, 다시 국물을 조금 넣고 말아먹으니 색다른 맛이 났다. 하지만 일반 우나기동보다 700엔이나 비싼 것은 살짝 의문스럽긴 하다.


점심 식사를 마치니 거의 정오가 되어서 곧장 숙소로 돌아왔다. 숙소 엘리베이터에 표시되는 오늘의 최고, 최저 기온이 각각 36도, 28도였다. 최고온도 36도도 너무한다 싶은데 최저 온도가 28도나 된다는 것이 더 충격적이었다. 가능한 12시부터 4시까진 숙소에서 쉬기로 계획한 것이 참 현명한 생각인 것 같다. 숙소에 와서 밀린 빨래를 하고 누워 열기를 식혔다. 이 숙소는 세탁기와 건조기가 일체형이라 그런지 이전 숙소보다 좀 더 빨래하기 편했다. 나고야를 떠나기 직전에 빨래 한 번 더 하고 가야겠다.


4시 반쯤 오후 일정을 하러 나왔다. 오후에 갈 곳은 나고야역 근처 미들랜드 스퀘어 빌딩에 있는 전망대 “스카이 프롬나드”였다. 나고야가 도쿄처럼 대도시 분위기가 있어서 야경이 매우 기대되었다. 입장 시간은 미리 예약할 필요가 없어서 노을이 가장 아름다울 시간인 일몰시간 후 30분, 7시 30분에 들어가기로 계획하였다. 숙소를 나와 근처 정류장에서 버스를 타고 가는데 무언가 불길한 느낌이 들어 슬링백을 뒤져보니 맙소사, 호텔 카드 키를 방에 꽂아 둔 채로 그냥 나왔는지 카드키가 없었다. 바로 하차 벨을 누르고 버스 두 정거장 가까이를 걸어서 다시 숙소로 돌아왔다. 프런트 직원분께 사정을 설명하니 그냥 그 자리에서 새로운 카드 키를 하나 더 주셨다. 졸지에 혼자서 카드 키 두 개를 쓰는 손님이 되어 버렸다. 이럴 줄 알았으면 그냥 내리지 말고 갈 걸 그랬나 하는 생각이 잠깐 들었지만 숙소로 돌아오면서 아름다운 나고야 거리 사진을 여러 장 찍을 수 있었기에 위안이 되었다. 

숙소로 돌아오며 찍은 나고야 거리

다시 버스를 타고 우여곡절 끝에 나고야역에 도착하니 5시 반이었다. 역 근처에서 저렴한 음식으로 저녁을 대충 때우고 카페에 서 기다리다가 전망대로 갈 생각이었으나 도통 저렴한 식당이 보이질 않았다. 나고야역은 신칸센, 지하철, 버스 터미널 등의 여러 노선들도 많고, 인근의 여러 빌딩들과 연결되어 있어서 길을 찾기가 매우 복잡하였다. 대충 식당 그림을 따라 올라갔더니 쇼핑몰 상층부에 있는 식당가였다. 쇼핑몰 식당가인 만큼 대부분 가격대가 높아서 그나마 가장 저렴해 보이는 곳으로 들어갔는데, 그곳도 자릿세와 주류 1개 필수 주문이 있어서 최소한으로 주문해도 2,000엔 정도가 나왔다. 사실 메뉴가 무슨 뜻인 줄도 잘 모르고 그냥 적당한 가격인 음식을 주문했는데, 튀긴 라면 위에 누룽지탕과 비슷한 소스를 얹은 음식이 나왔다. 맛은 그럭저럭이었는데 양이 매우 많았다. 음식이 나왔을 때 비주얼보다 양을 보고 더 놀랐는데, 거의 2인분짜리 쟁반짜장과 비슷한 양이 나왔다. 열심히 먹고 있는데 여성 점원 분 중 한 분이 오셔서 일본어로 말을 거셨다. 무슨 말인 지 알아듣진 못했고, 펜트하우스라는 말만 들려서 고개를 갸우뚱했는데 그분이 ‘칸코쿠노 드라마’라고 말을 이어서 그제서야 드라마 <펜트하우스> 봤다는 말임을 이해했다. 내 외형이 전형적인 한국인 같은 지 어딜 가나 한국어로 말 거는 사람들이 꽤 많았는데 국적을 묻지도 않고 갑자기 한국 드라마 이야기를 먼저 꺼낸 것은 처음이라 신기했다. 아직 일본어 실력이 매우 빈약하여 바로 대답은 못하고, 식사를 마치고 가게를 나오면서 그분에게 나도 <고독한 미식가>를 즐겨 본다고 말해 주었다.


저녁 식사가 끝나니 얼추 7시쯤 되어서 바로 스카이 프롬나드 전망대를 찾아 올라갔다. 복잡한 나고야역을 헤매며 겨우 전망대 엘리베이터를 찾아 올라가니 아름다운 노을이 나고야 시내를 덮고 있는 모습이 먼저 보였다. 나고야 시내를 내려다보니 상상 이상으로 대도시였다. 서울이나 도쿄와 견주어도 손색없을 정도로 높은 빌딩들이 빽빽하게 서 있었고, 그 사이를 수많은 차들이 달리고 있었다. 고층 건물들 사이로 오전에 갔었던 나고야 성과 그 주변 녹지가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모습이 꽤나 이색적이었다. 대도시의 야경은 얼핏 보면 다 비슷해 보이지만 자세히 보면 각자만의 개성이 뚜렷하다. 전망대의 높이는 42층으로, 잠실 롯데타워의 서울스카이처럼 엄청난 스케일이 느껴지는 압도적 뷰는 아니었지만 나고야 시내를 한눈에 내려다보기엔 충분했다. 나는 스카이 프롬나드가 실외 전망대라 해서 작년에 갔던 시부야 스카이처럼 아예 옥상정원 형식으로 되어있는 곳인 줄 알았는데, 높은 유리 창이 2~3층 높이로 솟아 있고 위에 지붕만 없는 형태의 전망대였다. 사진 촬영이 취미인 사람 입장에서 유리창 너머로 사진을 찍어야 한다는 점은 살짝 아쉬웠다. 전망대에 바비큐 레스토랑 구역이 함께 있어서 고기 굽는 냄새와 많은 사람들이 이야기하는 소리가 났는데, 그 분위기가 묘하게 전망대와 잘 어울려 파티장에 온 느낌이었다. 

스카이 프롬나드에서 바라본 나고야 야경

전망대를 내려와 근처 털리스 커피에 가서 목을 축이며 일본어 책을 보다, 산책도 할 겸 숙소까지 걸어서 갔다. 객실 화장실에 욕조가 있어서 오랜만에 따뜻한 목욕물을 받아 놓고 반신욕을 하며 푹 쉬었다. 1시간 좀 넘게 앉아 있었더니 피로가 꽤 가시는 느낌이었다. 나고야를 떠나기 전에 빨래 말고 반신욕도 한 번 더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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