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07. 26. 금요일
날씨 : 어제보다 맑아진 하늘. 낮엔 덥지만 습도가 낮고, 일몰 후엔 더위는 조금 가시지만 습도가 더 높음
오늘은 친구가 교토에 놀러 오는 날이라 일찍 일어나 교토역에 마중 나갈 시간을 확인했다. 친구가 10시 15분쯤 하루카 열차를 탔다고 해서, 하루카 열차가 간사이 공항부터 교토역까지 한 시간 반 정도 걸리는 것을 감안해 11시 반 정도까지 교토역으로 향했다. 가서 조금 기다리니 친구가 다가와서 반갑게 인사를 했다. 대학교 새내기 때부터 7년을 넘게 봐 온 절친한 친구지만 함께 해외여행을 가본 적은 없어서 타지에서 보는 친구의 모습이 꽤나 신기했다. 친구와 간단한 안부를 물으며 교토역 지하의 돈카츠 집에 가서 점심을 먹었다. 열흘 만에 누군가와 함께 식사를 하니 색다른 느낌이었다. 순간적으로 일본을 여행하는 느낌이 아니라 평소처럼 한국에서 친구를 만난 느낌이 들었다.
식사를 마치고 함께 숙소까지 함께 걸어왔다. 숙소까지 걸어오는 길이 너무 더워서 우리 둘 다 힘들었지만, 교토의 날씨는 오늘도 내 편이었기에 아름다운 하늘을 보며 피로를 달랠 수 있었다. 숙소에 도착하자마자 친구에게 내가 나름 웰컴 드링크로 준비한 산토리 하이볼 캔을 건넸다. 캔 하이볼인데도 알코올 도수가 9%나 되었지만, 날씨가 무더워 갈증을 느꼈던 탓인지 매우 반기며 마셨다. 친구에게 오늘의 일정과 일본 날씨에 대해 알려주며 오후 3시까진 숙소에서 쉬고 그 이후에 움직이자고 하였다. 친구도 방금 걸어오며 일본의 무더위를 알아차렸는지 계획에 동의하며 3시까지 숙소에서 쉬기로 하였다.
3시 반쯤 숙소를 나와 교토의 대표적인 관광지 “기요미즈데라”로 향했다. 마침 숙소가 기요미즈데라와 가까운 편이라 오늘 기요미즈데라와 기온 시조 거리까지 함께 보는 게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었다. 버스로 가는 시간과 걸어서 가는 시간이 비슷해 그냥 걸어가기로 하였다. 4시가 가까워가는 시간에도 더위는 여전했지만 가는 길의 풍경이 너무 아름다워 크게 손해 보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기요미즈데라에 도착 후 작년의 기억을 되살려 친구에게 관광 코스와 메인 포토 스팟을 알려 주었다. 혼자 이곳을 방문했을 땐 내 사진은 거의 찍지 못하고 풍경 사진만 찍었었지만 이번엔 일행이 있어 내 사진도 많이 찍을 수 있다는 점이 좋았다. 기요미즈데라에서 1년 만에 다시 보는 풍경은 변함없이 아름다웠다. 작년엔 비가 내렸었는데, 비가 내리는 기요미즈데라와 맑은 날의 기요미즈데라는 우열을 가릴 수 없이 서로 다른 매력을 뿜어내었다. 개인적으로 본당의 테라스, “무대”에서 내려다보이는 풍경은 기요미즈데라를 넘어 교토를 상징하는 풍경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오른쪽에서 고개를 내밀고 있는 본당 건물과 위아래로 펼쳐진 드넓은 녹지와 하늘, 그리고 그 사이에 얇게 응축되어 있는 교토 도심의 모습은 내가 지금 어느 곳을 여행하고 있는지 실감하게 해 준다. 교토의 요소들을 한 시야에 담아낸 무대의 풍경이야말로 “교토의 아름다움”을 증명하는 더없이 명쾌한 예시일 것이다.
기요미즈데라를 둘러본 뒤 “산넨자카”와 “니넨자카” 로 발걸음을 옮겼다. 나는 지금까지 산넨자카와 니넨자카가 기요미즈데라 입구에 연결되어 있는 골목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그 골목이 아니라 따로 북쪽 방향으로 연결되어 있는 골목들이었다. 오늘에야 처음으로 진짜 산넨자카와 니넨자카에 가본 셈이다. 산넨자카와 니넨자카 골목을 걸어 북쪽으로 올라오다 보니 “야사카 신사”가 보였다. 야사카 신사를 간단히 둘러본 후 기온 거리로 나와 카모강이 보이는 시조 거리로 향했다. 카모강 위 시조대교 위에서 처음으로 친구에게 내가 생각하는 교토의 메인 뷰를 보여줬다. 교토의 풍경에 감탄하며 연신 사진을 찍는 친구를 보니 내가 다 뿌듯한 마음이 들었다.
시조와 산조 거리 사이의 번화가를 걸어 산조 스타벅스에 도착해 잠시 커피를 한잔씩 마시며 숨을 돌렸다. 아직 더위가 완전히 가시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카모강을 향해 뻗어있는 발코니 자리를 포기하지 못해 발코니 테이블에 자리를 잡았다. 지난주에 이 스타벅스 발코니에 혼자 왔을 때는 풍경 사진만 찍었지만, 오늘은 서로의 사진을 열심히 찍어 주었다. 아직 저녁 식사를 할 식당을 확정하지 못하여, 둘이 발코니에 앉아 열심히 식당을 검색했다. 친구는 내 덕에 숙소비를 아꼈고 오늘 점심도 내가 샀기 때문에 저녁은 본인이 사겠다며 짧은 여행인 만큼 맛있고 좋은 음식을 먹고 싶어 했다. 나 또한 가능한 혼자 여행할 땐 가기 힘든 식당을 가보고 싶었기에 야키니쿠를 먹기로 의견을 모았다.
카페에서 나와 폰토쵸 거리에 있는 야키니쿠 식당에 들어갔다. 가격대가 꽤나 있었지만, 맛은 매우 훌륭했다. 시원하게 값비싼 저녁을 대접하는 친구가 순간적으로 굉장히 멋있어 보였다. 작은 화로에 몇 점씩 구워 먹는 소고기는 마치 입에서 녹아 없어지는 듯했고 우설까지 추가해 먹으니 더할 나위 없이 훌륭한 저녁 식사가 되었다. 식사를 마치고 내가 미리 찾아둔 시조 근처 이자카야에 들렀다. 이곳의 사케와 안주들도 매우 훌륭했기에 꽤나 만족스러운 마무리를 할 수 있었다.
이자카야에서 나와 시조 거리부터 숙소 쪽 고조 거리까지 카모강변을 걸어서 왔다. 밤이 되어 무더위도 많이 사라진 상태였고, 카모강의 야경도 아름다워 훌륭한 산책길이 되었다.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 편의점에 들러 간단한 안주와 맥주, 하이볼을 구매해 야식을 먹었다. 친구와 함께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함께 술을 마시니 너무 즐거웠다. 지금까지 혼자 하는 여행에 대해서도 매우 만족하고 있었지만, 오늘 새삼 친구와 함께하는 여행의 즐거움도 더욱 확실히 체감하게 되었다. 혼자 하는 여행의 가장 큰 장점이 어떤 것에도 구애받지 않는 무한한 자유로움이라면, 친구와 함께하는 여행의 장점은 무료할 틈 없는 무한한 즐거움이 아닐까 싶다. 친구가 다시 서울로 돌아가기 전까지 함께 더욱 알찬 이틀을 보내야겠다.